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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수 칼럼]정치 소비자들의 ‘헤어질 결심’

3척에 반성없는 정치권, 등돌린 이 늘어 헤어질 결심한 민심에 50여일 남은시간 진정한 반성문으로 성난 파도 잠재워야

2024-01-08     김두수 기자
▲ 김두수 서울본부장

지역 정치권 인사들과 평소 친화적 관계인 50대 중년 A씨는 더 이상 자신의 지역구 현역 의원의 얼굴이 보기 싫다고 잘라 말한다. 관내 중소기업의 CEO이기도 한 그는 평소 정치인에게 개인 자격으로 후원금을 내는 것도 인색하지 았았다. 하지만 이젠 작은 후원금일지라도 더 이상 내기 싫다고 했다. 공직에서 수년 전 은퇴한 60대 중반 B씨 역시 의원들의 얼굴이 TV화면에 비치면 채널을 급히 돌리게 된다고 했다. 이들은 공히 필자와 오랜 기간 SNS밴드에서 국내외 여행을 비롯한 비정치적 소통을 해온 오피니언들로, 여론에 대한 체감도 높다. 현역 금배지들에 대해 지지를 철회하고 사실상 ‘헤어질 결심’을 굳힌 사람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갖가지 이유도 있겠지만, 시어머니가 미운 며느리의 발 뒤꿈치만 봐도 무조건 싫다는 의미와도 같다. 현역에 대한 이러한 비판적 여론추이는 최근 PK(부산·울산·경남) 여론조사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부산의 ‘국제신문’이 올초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2023년 12월 25일부터 26일까지 100%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 조사에서 ‘현역 의원 재지지’ 여부에 ‘지지’로 응답한 이는 36.6%인 반면 ‘지지하지 않음’(39.9%)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오차 범위 내이긴 하지만 현역에 대한 비판 여론이 예사롭지 않다는 증거다. 물론 이러한 배타적 여론추이는 울산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이런 가운데 지역 여야 현역 모두 22대 국회 재도전장을 던진 상황이다. 현역들의 ‘생과 사’ 1차 관문은 공천티켓 전쟁이다. 넉넉잡아 50여 일내에 끝장나게 돼 있다. 금주부터 여야 정당별 공천관리와 함께 후보 공모 및 심사 스케줄이 가시권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3월21~22일이 총선 후보등록 일정이 잡혀 있기에 여야 공히 물리적으로 미룰 수도 없는 형국이다. 하지만 현역 의원 모두 치열한 공천 관문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코앞에 닥친 과제는 이미 헤어질 결심으로 돌아선 정치소비자들을 어떻게 회군시킬 것인가에 있다.

중요한 건 이미 떠난 민심에도 여전히 ‘당동벌이’(黨同伐異) 레거시 방식의 전략으론 소비자들을 현혹할 만큼 매력적인 승부처는 아니라는 점이다.

8~9명의 국회 보좌진과 국민 혈세로 제공하는 40평형대의 의원회관 사무실, 월 1200만원의 세비와 각종 수당, 연구비 등을 통해 과연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 당시 공천 뒷말을 포함한 ‘중간고사’에 이어 크고 작은 정치행위와 관련된 거짓말, 각종 정치적 실언으로 뉴스화된 이상한 행태 등 임기말 종합성적표는 이미 지역구별 유권자들의 손에 넘어간 상황이다.

문제는 이미 떠난 이탈층에 대해 남은 50여일 동안 되돌릴 수 있는 진정성 여부다.

박근혜 탄핵 이후 정치권력의 민낯을 훤히 지켜본 국민들의 높은 정치 수준에 의한 표심의 조건은 확연히 달라졌다. 정치인과의 이해관계 외에도 신의와 인간적인 매력 그리고 잘못에 대해선 ‘진정한 반성’과 관련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60·70대 이상 고령과는 달리 20~40대 젊은 소비자층이 가장 싫어하는 건 ‘3척’이다. △잘난 것도 없는데 잘난 척 △가진 것도 없는데 있는 척 △잘하는 것도 없는 데 잘하는 척이다. 여기에 더해 가장 싫어하는 행태는 잘못된 언행에도 시쳇말로 ‘생까고 가는’ 반성없는 안하무인의 태도다. 작금의 민심이반의 결정적인 요인 가운데는 권력층과 정치권의 반성없는 뻔뻔함에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헤어질 결심’을 한 시민들을 향해 온갖 유혹을 동원해 ‘다시 내곁으로 돌아와 달라’고 애원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교언영색’에 능숙하고 카멜레온과도 같이 민낯이 훤히 드러난 이중적 행태엔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 조차 외면하게 된다.

다만 아직은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헤어질 결심’은 했어도 확실하게 이혼도장까지는 찍지 않은 가팔라진 지점이다. ‘3척’을 제로(0)로 돌리려는 피나는 노력이 급선무다. 특히 정치적 잘못과 각종 실언, 부족함에 대한 변명보다 ‘진정한 반성문’이 여론에 투영 된다면 ‘성난 파도’를 일정 수준 잠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김두수 서울본부장 dusoo@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