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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5)]거절하는 말하기

2024-01-26     경상일보
▲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우리 인간은 평생 동안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기(수용)도 하고 버리기(거절)도 하면서 살아간다. 즉, 순간 순간 취사선택의 연속으로 살아간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런데 그 선택과 버림이 가벼운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자신의 운명을 바꿀 만큼 중요한 경우도 있다.

얼마 전 일이다. 나는 존경하는 분으로부터 어떤 모임에 가입 권유를 받았다. 나를 위한 제안으로 추천까지 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며칠을 생각한 끝에 그 제안을 조심스럽게 거절했다. 더구나 추천하신 분은 가끔 만나기도 하고 사회와 그 모임에서 존경받는 대원로라 그 분의 제안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제안하신 분도 나에게 전혀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나의 결정을 존중하는 조심스러운 제안발화를 했고 나도 그 분의 체면을 살리면서 적절한 거절발화로 거절을 했다. 그래서 제안하신 분도, 거절한 나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제안·요청발화와 거절발화가 자연스럽기 위해서는 제안하는 사람과 제안받은 사람 모두 상대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무엇보다 제시된 요청이나 제안을 받을 것인가 거절할 것인가는 오롯이 제안이나 요청받는 이의 문제이고 그의 권리이다.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자기 몫이다. 따라서 요청과 제안을 받는 사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상대의 권유, 제안, 요청을 거절할 때는 친소, 사회적 관계, 제안의 내용에 따라 거절의 표현은 달라진다. 자기가 모르는 대상으로부터 오는 권유, 제안, 요청은 대부분 요청하는 이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일단 거절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거절할 때는 간단하고 분명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상대가 손위나 상급자이거나 관계가 가까운 경우 그들의 제안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상대의 체면과 자존심을 살려주면서 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먼저 제안해줌에 대한 고마움과 거절함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해야 한다. 그러면서 거절의 이유를 분명하고 솔직하게 말해 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어떤 제안이나 요청이든 그 제안이나 요청에 대해 즉흥적이고 감성적으로 판단하기보다 한 박자 쉼으로써 심사숙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한 번 한 답변은 되돌리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는 온전히 자기 책임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깨닫게 된 것 중 하나가 바로 상대의 요청이나 제안에 ‘아니다’라고 지혜롭게 거절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상대의 입장과 체면을 위해 상대의 제안을 무리하게 받아들여 오랫동안 힘들어 하고 손해보는 것보다 지혜롭게 거절하는 것이 여러가지로 더 낫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동안 수없이 밀려오는 요청, 요구, 제안에 대해 때로는 적절하게 거절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있어야 겠다. 내가 주인이 되는 삶을 살길 기원해본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