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카지노

[박철민의 불역유행(不易流行)(9)]미국 대선, 이렇게 흘러갈 것이다

공화·민주당 6월까지 대선 후보 확정 공화당 트럼프-민주당 바이든 유력시 각 주별 최다 득표 후보가 ‘승자독식’ 538명 선거인단의 과반수 270석 이상 6개 경합주중 3곳 이상 승리땐 확실시

2024-02-02     경상일보
▲ 박철민 울산시 국제관계대사 전 주헝가리 포르투갈 대사

갑진년 청룡의 해가 밝았고, 외교관 생활도 35년째 접어들었다. 1989년 외교부에 입사한 첫날부터, 모자라는 영어실력을 개선해 보고자,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CNN을 청취해 왔다. 중견 공무원이 되어 개인 사무공간이 생긴 이후부터는 출근해서 퇴근시까지 CNN 이나 BBC를 켜 놓고 국제정세의 순간순간 흐름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최근 많이 다루어지고 있는 국제뉴스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확전 가능성, 호르무즈해협을 위협하는 후티 반군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대응에 따른 중동정세, 3년째 접어든 우크라이나전쟁 향방 등이다. 그 사이를 비집고, 올해 11월5일로 예정된 47대 미국 대통령 선거 소식이 부쩍 늘고 있다.

2008년 미 대선 결과 당일, CNN은 오바마 대통령 후보 곁에서 환호하던 바이든 부통령 후보의 젊고 반듯한 모습을 돋보이게 조명했다. 32년이 지난 오늘, 현역 대통령임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나이든 바이든을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왜일까? 오늘은 앞으로 10개월간 계속될 미국 대선의 장기 레이스를 보다 즐길 수 있도록 관전포인트 몇 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 삽화 ‘지구 온난화의 미래’ 저자 박선호.

첫째는 미국 대선의 특징이다. 총 득표수가 아닌 538명 선거인단의 과반수인 270석 이상을 얻는 후보가 승리하게 되며, 각 주별로 최다 득표 후보가 해당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하는 ‘승자독식’ 방식이다. 둘째는 향후 대선의 주요일정이다. 예비선거, 전당대회, 대선 후보 TV토론(9~10월), 본 선거(11월5일), 선거인단 투표(12월17일), 대선결과 인증 및 당선인 발표(2025년 1월6일)와 대통령 취임(1월20일) 순으로 진행된다.

예비선거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당내 경선을 거쳐 6월까지 후보를 확정해 나갈 것인데, 현재 분위기로는 한두 달 내 분명해질 것 같다. 공화당은 1월15일 아이오와 주를 시작으로 6월까지 50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경선을 가진 후, 7월15~18일간 위스콘신 주 밀워키 전당대회에서 후보를 확정한다.

민주당은 2월3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시작해 8월19일 일리노이 주 시카고 전당대회에서 후보 지명을 한다. 민주당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현직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고, 당내 마땅한 경쟁상대가 없기 때문에, 예비선거 기간을 경선 목적이 아니라 본선을 준비하는 리허설 성격으로 지지표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공화당 경우,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후보가 압도적 우위로 당내경선을 조기 종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유일한 대항마인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언제쯤’ 사퇴할 것인가에 언론 포커스가 집중되고 있다. 한때 급부상했던 디센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지난달 자진사퇴하면서 트럼프 지지를 표명했는데, 사실상 투항이다. 이러한 1인 독주가 추세라면 대의원수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주를 포함한 16개 주에서 동시 개최되는 ‘수퍼화요일(3월5일)’이 끝나면 트럼프로 확정되었다는 뉴스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헤일리 대사의 의외의 약진으로 1강 체제에 혼선이 생긴다면 6월까지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과연 그럴까?

세 번째는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와 출마자격 박탈 가능성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기업회계 위조, 기밀문서 반출, 2020년 대선 결과 전복 시도 등 적지 않은 형사사건이 기소 중이고, 수정헌법 제14조 3항상 ‘전직 대통령이 헌법에 반해 폭동이나 내란에 가담하는 경우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콜로라도 주 대법원이 주 경선 투표용지에 트럼프의 이름을 기재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트럼프 후보의 전국적인 지지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측 상고가 예상되는 등 대선 당일까지 최종 판결을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나온다고 해도 공화당에 유리한 현재의 대법원 구성과 판결 전례 등에 비추어, 트럼프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아울러, 트럼프 명부 삭제를 주장중인 콜로라도 및 메인 주가 전통적으로 민주당 우세지역이기 때문에 트럼프로서는 이름이 없어도, 그래서 대의원을 확보하지 못해도 그만이다.

네 번째는, 그렇다면 누가 이길까? 바이든 대통령은 낮은 국정 지지율과 고령에 따른 건강문제가 약점이다. 1946년생인 트럼프와 고작 4살 차이인데도, 바이든 대통령에게만 고령 리스크가 따라다니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부양 정책성과가 속속 나오고 있음에도 유권자들은 트럼프 때가 좋았다고 한다. 트럼프 후보는 이민문제, 국가안보, 이-팔 분쟁 등 대외정책상 후한 평가를 받고 있고, 고정 지지층인 백인·고졸·노동자층에서뿐만 아니라, 흑인 및 히스패닉 등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세력으로부터도 호응을 얻고 있다.

마지막으로, 6개 경합 주의 상황에 주목하시라. 항상 그래왔듯이, 조지아, 애리조나,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과 네바다 주 중 3개 이상에서 승리하면 대통령이 된다.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은 대다수 경합 주에서 트럼프가 앞서있다. 대통령 외교정책비서관 시절, 세 번의 한미정상회담과 세 번의 정상통화를 준비하고 배석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이고 주관적이며, 거래 지향적 외교 스타일을 가까이서 보았다. 그의 컴백은 지구환경, 우크라이나전쟁, 중동정세, 중국과 러시아 관계에까지 지각변동을 야기할 것이다.

벌써부터 NATO와 EU로부터 거부반응이 나오고 있다. 내년 1월20일, 과거 친한 사이였다며 김정은을 취임식 행사에 초대하는 해프닝을 잠시 상상해본다. So be it! Isn’t it winner-take-all anyway?(그래도, 어쩌겠냐?)

박철민 울산시 국제관계대사 전 주헝가리 포르투갈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