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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금 칼럼]울산의 당선인들께

선거 갈등은 잊고 다양한 여론 수렴 타협과 양보를 통한 의회정치 복원 의회정치의 주역으로 승승장구하길

2024-04-23     경상일보
▲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 행정학

힘든 선거를 치르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우선 당선을 축하합니다. 어렵지 않은 선거가 어디 있겠습니까만, 이번 선거는 당내 예선부터 격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승리의 여운이 가시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앞으로 해내야 할 의정활동을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거울 것입니다. 벌써부터 지역 언론과 시민들은 울산발전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하면서 공약 이행을 위한 국비 확보와 상임위 선택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심과 요구는 지역의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히 수행해야 하는 책무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반영된 것일 겁니다.

이와는 좀 다른 차원에서 당선인들께 당부를 드리고자 합니다. 우연인지 몰라도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여섯 분의 소속 정당은 여야 골고루 분포돼 있습니다. 그리고 선수를 보면 초선, 재선 그리고 5선의 중진도 계십니다. 각자 소속 정당에서의 역할이나 위상이 제각기 다르겠지만,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서 독립적인 헌법기관인 만큼 마음만 먹으면 상당한 역할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다수당이 된 민주당 소속 당선인께 당부드립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도 절대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의석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벌써부터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겠다는 얘기도 들리고, 논란이 많은 법안들의 입법을 단독으로 강행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이런 독선과 일방적 처리는 반드시 역풍을 맞게 됩니다. 지난번 대선 패배도 상당 부분 이런 점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승리에 도취돼 입법 권력을 마구 휘두르는 순간 민주당은 다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뻔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의석수는 크게 차이가 났지만 여당을 지지한 유권자도 45%가 넘습니다. 부디 입법과정에서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타협과 양보를 통해 의회정치가 복원될 수 있도록 힘써 주시기를 바랍니다.

국민의힘은 선거 패배 이후 부활을 모색하고 있습니다만, 단기간에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울산의 당선인들께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여당과 대통령 간의 새로운 관계 정립을 주도했으면 합니다. 당 대표를 지낸 분도 있고 소위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의원도 있습니다. 대통령에게 민심을 정확히 전달해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은 집권당의 기본적인 책무입니다. 우리 정당사에서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 정당은 선거에서 승리했고, 대통령에게 종속된 경우에는 여지없이 패배했습니다. 선거 참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여론이 많습니다. 게다가 여전히 ‘영남·웰빙 정당’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권력 핵심의 분위기를 알고 있는 당선인들의 역할이 더욱 더 필요합니다.

이번에 진보당 유일의 지역구 의원이 울산에서 탄생했습니다. 한 때는 울산이 진보정치의 중심이라고 불리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녹색정의당이 전국에서 한 석도 건지지 못할 정도로 진보정치는 퇴보해 왔습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독자적인 세력화보다는 다수당에 의존해서 생존하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당선인께서는 이른바 민주당의 2중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오류도 비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소위 종북 논란에서도 벗어나야 합니다. 무엇보다 북한 주민의 인권과 자유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 그리고 세습이라는 비민주적 정치체제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입니다. 진보정치 세력이 대중정당으로 발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은 당선인들이 22대 국회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걱정과 기대를 안고 지켜볼 것입니다. 그리고 4년 후 심판의 한 표를 던지겠지요. 각자 정당이나 국회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여러 제약과 한계가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의 당선인들이 의회정치의 주역이 되어 전국적 정치인으로 성장하시기를 성원합니다. 건투를 빕니다.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 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