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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41)]질경이 민들레…그리고 민초

2024-04-30     이재명 기자
▲ 이재명 논설위원

밟아도 밟아도 죽지 않는 풀, 요즘 질경이와 민들레가 지천이다. 질경이는 생명력이 매우 강해 이름도 ‘질긴 목숨’이라는 뜻의 ‘질경이’로 붙여졌다. 민들레는 동의보감에서 ‘포공초(蒲公草)’로 불렀는데, 서당 훈장들은 이 민들레의 9가지 덕을 ‘포공구덕(蒲公九德)’이라고 했다. 훈장들은 9가지 덕 중 첫번째인 ‘인(忍)’을 들어 “사람이 밟든 수레에 짓밟히건 꿋꿋하게 참고 생존하는 것이 첫번째 덕”이라고 가르쳤다. 질경이와 민들레 같은 생명력 강한 풀들을 우리는 ‘민초(民草·백성)’라고 부른다.



극한 가뭄에도 시들지 않는다/ 악착같이 뿌리를 뻗는/ 질경이 민들레 강아지풀은,// 짓밟히고 뿌리 뽑혀도/ 죽지 않고 살아나는 독기는/ 흙의 피를 물고 있다.//…// 두렵고 위험해도/ 강을 건너뛰는 누 떼처럼/ 약한 것들이 군락을 이루어 스크럼을 짜고/ 저 언덕을 시퍼렇게 덮어나가는/ 풀의 질긴 힘은, ‘근성’ 일부(권달웅)

지난 3월 끝난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에는 각종 풀꽃들이 장면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 중의 하나가 민들레였다. 귀주대첩 장면에서는 거란 병사가 민들레꽃을 짓밟으면서 전쟁을 시작했다. 또 강감찬 장군은 민들레를 보면서 고려의 민초를 생각했다.

민들레(사진)는 도심 아스팔트 틈에서도 노랗게 비집고 올라온다. 뿌리는 굵고 곧게 곧바로 땅속으로 박혀 있다. 마른땅에서 한번에 뿌리를 뽑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뿌리 때문에 ‘일편단심’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질경이는 한방에서 ‘차전초(車前草)’라고 부르는데, ‘차 앞에 있는 풀’이라는 뜻이다. 이 이름에는 전설이 있다. 한나라 광무제 때 마무라는 장군이 있었다. 그는 연전연승을 했으나 기근이 들어 병사와 말들은 심한 허기와 갈증, 피오줌으로 차례로 죽어갔다. 그런데 그중에 말 세 마리만이 피오줌을 누지 않았다. 이에 마부는 그 말들이 뜯어먹었던 풀을 병사와 말에게 먹였는데, 하루쯤 지나니 피오줌이 멎고 기력이 돌아왔다. 이를 들은 광무제는 그 풀을 ‘차전초’(車前草)라 부르게 했다.



스스로 몸을 낮추지만/ 귀하게 여기는 마음은 버리지 않았습니다./ 끈질긴 근성이 알려지고/ 질경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길가에 나앉은 삶이/ 고달프고 서러워도 지치지 않고/ 깨알 같은 시를 쓰며/ 외로이 절망을 이기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질경이’ 일부(강세화)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