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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청년은 무엇으로 사는가

일과 삶의 균형 속 삶의 만족도 높일 청년중심 문화예술 인프라 구축 모색 청년이 원하는 ‘바로 그것’을 해줄 것

2024-05-20     경상일보
▲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

요즘 거의 모든 지자체가 인구를 늘리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수년 전만해도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로 꼽혔던 우리 동구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22년에 산업연구원이 동구를 소멸위기지역으로 분류해 지역에 충격을 준 일이 있었다. 2018년~2020년 동구의 인구 증가율이 -2.6%로 나왔기 때문인데, 이는 출산율 저하보다는 주력산업 위축으로 청년 근로자가 타 지역으로 떠났던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이는 반대로 보면 지역 산업이 살아나고 일자리가 튼튼해지면 얼마든지 인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청년 인구의 감소는 산업현장의 노동인구와 출산가능 인구가 동시에 줄어든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지역의 인구가 안정적으로 증가하려면 청년이 동구에 머물러야 한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동구지역 인구가 조금씩 늘고 있다. 지역 산업이 다시 상승 사이클을 그리면서 일자리도 늘고, 취업을 위해 동구를 찾는 청년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동구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이 우리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의 청년정책을 늘 고심중이다. 가장 좋은 청년정책은 청년들이 원하는 ‘바로 그것’을 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청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부분에서 불만을 느끼는지 알기 위해 다양한 자리에서 청년들을 꾸준히 만나고 있다.

취임 초기에 청년들과의 만남 중에 있었던 한 에피소드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청년들과 대화를 하던 중에, 얼른 취업해서 결혼을 하라고 무심코 말한 적이 있다. 이 말에 한 청년이 “왜 우리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것에 행복을 느끼는 지에는 관심이 없고, 늘 무언가를 하라고만 하느냐”고 반문했다.

‘취업해라, 결혼해라’는 말은 어른들이 자식뻘인 청년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의미로 으레 하던 말이어서 나름 덕담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청년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그 말에 나 자신을, 그리고 기성세대인 우리가 구상하고 있는 청년정책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청년인구 증가를 위해서는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들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청년들과의 대화를 계속하면서 사회 초년생의 넉넉지 않은 월급으로 매월 수십만원의 주택 임대료를 내면 저축도 하기 힘든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청년들이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는 청년공유주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다양한 방법을 찾았다. 그러나 곧바로 일자리와 주거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회사를 반복하는 삶은 결코 청년들을 행복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누리며, 삶에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청년 중심 문화예술 인프라를 갖출 방법을 구상중이다.

다행히도 동구에는 도심과 가까운 곳에 일산해수욕장이 있다. 자유롭게 넘실대는 파도와 드넓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이 일상탈출의 해방감을 선사하는 곳이다. 주말에는 버스킹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일산해수욕장을 청년문화의 중심지로 정착시켜 나간다면, 주민과 청년들이 문화예술을 즐기며 생업의 피로를 씻고 삶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문화예술인을 꿈꾸는 청년들에게는 멋진 무대가, 주민과 관광객들에게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색다른 청년문화를 체험하는 멋진 문화공간이 될 것이다.

우리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이 익숙한 세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현재가 행복하지 않으면 미래도 행복할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보금자리를 꾸미고, 사랑의 결실을 보려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인류의 본성인데, 지금의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은 물론이고 연애마저 미루고 있다.

우리가 청년들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청년은 본래 아픈 것’이라며 무작정 ‘노오력’만 하라고 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청년들이 행복해야 부모세대인 우리도 행복할 수 있다. 구정의 주인공은 청년들이다. 앞으로도 청년들과 더 많은 대화를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