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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의 과학과 사회]노벨상의 여성 약진추세가 시사하는 점

2년에 한번꼴 여성 노벨상 수상자 배출 한국도 여성 과학자 지원·기회 제공 여성 노벨상 수상자 배출 기대해 볼만

2024-05-22     경상일보
▲ 김대식 울산과학기술원 물리학과 특훈교수 서울대 명예교수

마리 퀴리(Marie Curie)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1903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았고 1911년에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노벨물리학상만 본다면 마리 퀴리 후에 여성 노벨상이 나오기까지는 무려 60년이 걸려서 1963년에 마리아 고퍼트 메이어(Maria Goeppert Mayer)가 수상하였다. 그 후 다시 2018년이 되어서야 돈나 스트릭란드(Dona Strickland)가 노벨상의 영광을 차지하였다. 이번에는 55년이 걸린 것이다. 자, 그러나 지난 6년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여성은 무려 3명으로서, 오육십년이 지나야 한 명의 여성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는 것에서 이제 2년에 한 번꼴로 나오게된, 빈도에서 본다면 무려 30배의 증가를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추세는 계속되리라 느껴진다. 같은 값이면 오히려 여성이 노벨상 타기에 유력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물론 이전에는 정반대였다.

마리 퀴리로부터 돈나 스트릭란드 사이에 노벨상을 받아야 했는데 아마도 여성이기에 못 받은 가장 유명한 사람이 리사 마이트너(Lise Meitner)이다. 1944년 핵분열에 대해서로 오토 한(Otto Hahn)이 노벨화학상을 혼자 받은 것은 2차 세계대전 중이라서 그랬을 수도 있으나 나중에라도 그녀가 노벨물리학상 또는 화학상을 못 받은 것은 충분히 의아해할 만한 경우이다. 그녀는 1924년에서 1948년 사이에 노벨 화학상에 19번이나 추천됐으며, 노벨 물리학상에는 1937년부터 1967년 사이에 30번 추천됐다. 많은 사람들이 이는 엄청난 부당한 일이라고 느꼈지만, 마이트너는 끝까지 품위를 지키면서 불평하지 않았다. 그래도 한(Hahn)은 노벨상으로, 마이트너는 109번째 원소 마이트네리움(Meitnerium)으로 둘 다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노벨 생리의학상도 여성의 약진은 비슷한 추세인데 로잘린드 프랭클린(Rosalind Franklin)에 대하여 언급할 수 있다. 노벨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데이터를 뽑고 나서도 왓슨의 책 ‘이중나선’에서는 그냥 농담과 조롱의 대상일 뿐이다. 물론 그녀 역시 이름이 붙은 상 로잘린드 프랭클린 상(Rosalind Franklin Award)로 기억대고 있다.

노벨 물리학상에서는 또 CP(charge-parity; 전하-패리티) 대칭깨짐으로 유명한 우젠슝 (Wu Chien Shiung)이 노벨상을 아깝게 놓친 것으로 기억되는데, 사실 비슷한 실험이 비슷한 시기에 많이 나와서 두 명의 이론가만 받았다는 설이 유력하다. 물론 우리에게는 과학 노벨상 수상자가 없다. 필자는 농담으로 ‘있다’고 말하는데, 노벨상 수상자 중에 대한제국에서 태어난 사람이 있다. 찰스 존 피더슨 (Charles John Pederson; 1904~1989)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속지주의적으로, 미국처럼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 우리나라 국적을 주었더라면, 그것도 대한제국시대에 그렇게 했더라면 당연히 우리나라는 노벨 화학상 수상자를 보유하고 있다. 찰스 존 피더슨의 아버지인 브레데 피더슨 (Brede Pederson)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대한제국으로 ‘이민’해 왔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 노르웨이 해양공학자로서 대한제국 관세청에서 일하기 위해 한국으로 이민해왔다. 이민해 왔다면, 혹시나 어딘가 시민권 서류가 숨어있지 않을까? 대한제국 시민 브레데 피더슨과 그의 아들 챨스 존 피더슨!

필자는 대한민국의 과학 난제는 딱 하나라고 말한다 : 바로 ‘왜 한국에서는 절대로 노벨과학상이 나오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대한민국 여성의 우수성에 눈을 한번 돌려볼 필요가 있다. 골프여자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사람은 셀 수 없을 정도인데 반해 남자 대회는 딱 1명뿐이다. 피겨 스케이트도 남자는 메달 근처에도 가지 못하지만, 여자는 무려 금메달이 있다. 과학기술에서도 공부 잘하는 남자들에게 기회 많이 줬었다. 그래도 필자를 비롯해서 그저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역할만 하고 있다. 이제 여성 과학기술자들에게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기회를 준다면 노벨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해봤는데 안되는 게 증명된 짓만 계속해서 되풀이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김대식 울산과학기술원 물리학과 특훈교수 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