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국 학성고등학고 교사

중학교 때 세계 지리를 공부하면서 중앙아시아에 대해 의문을 품었던 적이 있다. ‘중앙아시아(대표적으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나라들은 지도상 우리나라 왼쪽에 있는데 왜 중앙아시아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동아시아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지극히 동쪽이라는 의미이다. 네 나라는 지리적으로 극동에 해당하는 것인가?

이유는 지도에 숨어 있다. 우리는 우리나라를 중심에 둔 세계 지도를 사용한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유럽과 아프리카가 중심에 있는 지도를 사용한다. 유럽 중심의 세계 지도에서 우리나라는 극동아시아이고 중앙아시아는 아시아 중에 중앙에 위치한다. 중앙아시아와 극동아시아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구는 둥글다. 그리고 입체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 이차원 평면에 지구를 표현했어야 했다. 사용된 대표적인 도법이 메르카토르도법이다. 메르카토르도법은 원통 투영법으로 그려진 지도다. 직사각형의 커다란 종이로 지구를 적도를 따라 감싼 다음에 중심에서 전구를 켜면, 지구 표면의 그림자가 종이에 비치게(투영되게) 된다. 이 그림자를 그대로 따라 그린 다음에, 말았던 종이를 펴면 원통 중심 도법 지도가 만들어진다. 네덜란드의 지리학자 메르카토르(1512~1594)에 의해 1569년에 제작된 도법이다. 경선과 위선이 만나는 각도가 실제 지구에서처럼 90°를 이루고 있어서 경선과 위선이 직선으로 반듯하게 지도 위에 표시된다고 한다. 방향을 쉽게 알 수 있어서 신대륙 발견에 유용했다. 그래서 대표적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면적은 심하게 왜곡된다.

“오, 캡틴, 마이 캡틴! (오, 선장님 나의 선장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마지막 장면에서 앤더슨의 대사이다. 수업 중 학생들이 책상 위로 올라간다. 학교를 떠나는 선생님을 향해 외친다. 1990년 발표된 오래된 영화에는 지금도 우리가 생각해볼 명장면이 많다. 1859년 설립돼 전통을 자랑하는 웰튼 아카데미에 존 키팅 선생님이 부임한다. 모교의 선배이자 교사로서 키팅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세상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자신을 찾도록 ‘이상한’ 수업을 한다. 수업 중에 교탁 위로 올라가 자신이 왜 교탁에 올라갔는지 학생들에게 질문한다. 그리고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보기 위해서야. 여기에서 보면 세상이 다르게 보여. 믿기지 않는다면 너희들도 한번 해봐”라고 제안한다. 아이들은 한 명씩 교탁 위에 올라가서 교실을 내려다본다. 도입부에 있는 이 장면이 영화의 앤딩으로 이어진다.

낯설게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인지 왜곡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물이든 관찰하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상황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실체를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른 위치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이현국 학성고등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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