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대학 교정에 미국의 농학 교수이며 홋카이도대학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 ‘윌리엄 스미스 클라크’(1826~1886년)의 동상이 서 있다. 그는 홋카이도 개척을 담당한 개척자였다. 50년이 더 지났지만, 중학생이 되어서 처음 만난 영어 시간에 호시 영어 선생님이 그가 남긴 말을 교훈처럼 들려준 기억이 내게 아직 뚜렷하게 남아 있다. 그 말은 ‘Boys, be ambitious!’였다.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다. 사실 그는 이 말 뒤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더했다. ‘돈이나 이기심을 위해서, 사람들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 ‘전일빌딩’에 있다. 전일빌딩은 1980년 5월 광주, 뜨거웠던 금남로의 랜드마크였다. 5·18민주화운동의 시민군이 저항하던 장소였고, 당시 군부 계엄군의 헬기 사격까지 있었던 아픈 역사의 현장이었다. 노후화로 한때 철거 위기까지 몰렸지만, 지금은 리모델링을 통해 광주 문화예술의 시민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개발 위주의 논리로 철거를 밀어붙였다면 사라졌을 현장이, 많은 사람이 찾는 광주 문화예술의 중심이 되고 있다.전일빌딩은 지금 ‘전일빌딩245’란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있다. 245는 전일빌딩에 남아있는
울산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를 지냈던 ‘한국 합창의 대부’ 나영수(1938~2024) 선생이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일을 뒤늦게, 우연히 알게 됐다. 더러 안부가 궁금했지만 건강하셨기에 잘 계실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갑작스럽게 알게 돼 많이 안타까웠다. 이런 작별이 있을 수 있나 싶어, 뜻밖의 소식에 안타까워 가슴만 쓸어내릴 수밖에 없었다.우연히 TV에서 선생의 아들인 나승렬 사진가의 스페인 여행 방송을 보다가 선생이 얼마 전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것도 선생과 깊은 인연이 있었기에 그렇게라도 나에게 선생의 부음이
4월입니다, 그대. 기상 전문 IT 기업인 ‘웨더아이’가 제공하는 ‘벚꽃 개화 지도’를 보면 이 4월 벚꽃은 북상하며 지금도 피고 있습니다. 지난달 24일 서귀포를 시작으로 이달 3일께 서울에 상륙하는 벚꽃은 7일께 인천, 춘천까지 개화 소식이 전해진다고 합니다. 한반도의 남쪽만 두고 보면 보름 사이에 벚꽃이 핍니다. 그것이 벚꽃의 속도이며, 땅에 뿌리내리고 사는 벚나무의 걸음걸이입니다. 저는 그 속도를 4월의 속도라고 생각합니다.봄에 꽃 피우는 나무들을 보면 다들 해동갑하고 바삐 북상 중입니다. 꽃나무들이 꽃 피우기 위해 한반도를
어느 해인가 ‘경상일보’와 함께 북해도를 포함한 일본 동북 지역 문학관을 취재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북해도 시내 큰 서점에서 홋카이도를 소개한 여행안내 책자를 구했는데, 책 제목이 ‘북해도, 남자의 길’이었습니다. 저는 북해도를 둘러싼 거친 바다와 험난한 지형, 눈과 바람이 많은 기후 등을 볼 때 ‘남자의 길’이란 비유가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제가 할 이야기의 주제인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의 술, 전통 바이주 역시 모두(冒頭)부터 ‘남자의 술’이란 결론을 내리고 시작합니다.우리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는 청소년
40년 이상 시인으로 살아왔지만 저는 여전히 좋은 종이에 민감한 편입니다. 당장 사용하지 않을 고급종이를 사서 놓거나, 좋은 노트를 보면 일단은 사놓습니다. 200자 원고지에 볼펜을 꼭 잡고 ‘펜 혹’이 생기도록 글을 썼던 20대에도 그랬고 노트북에 시를 찍어서 A4용지에 출력해서 사용하는 지금까지도 이 욕심은 사라지지 않는 ‘갈증’ 같은 것입니다.굳이 변명하자면, 아직 쓰이지 않은 미래의 시를 위해 준비한다고 하지만 그런 종이나 노트에는 시를 쓰지 않았고, 무엇인가 기록하지 않은 채 남아있습니다. 그러다 변색이 되면 절망하고 탄식
어느새 2023년 계묘년이 세밑입니다. 2023년이 저와 같은 전후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에게는 한 획이 정리되는 해입니다. 한국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1955년부터 1963년까지 9년간에 태어난 나이 세대를 말합니다. 그 세대에 713만명이 태어났습니다. 참고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는 단카이(團魂) 세대로 일본의 어느 소설가가 소설에서 만들어낸 이름으로 1947년부터 1949년 사이에 태어난 집단을 말합니다.우리나라 베이비부머는 1955년 한국 전쟁 이후 출산율이 급증한 해부터 산아제한 정책으로 출산율이 크게 둔화한 1963년까지입
이윽고 계절은 ‘소설(小雪)’을 지나 ‘대설(大雪)’로 가고 있습니다. 이때쯤 저는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1797~1828)의 ‘겨울 나그네’를 즐겨 듣습니다. 진공관 앰프를 충분히 달구었다가 24곡의 노래 따라 내 마음을 실어 보냅니다. 밤은 점점 길어질 것입니다. 해 뜨는 시간은 늦어지고 해 지는 시간은 짧아질 것입니다. ‘동지(冬至)’가 올 때까지 저는 겨울 나그네가 되어 서성이고 있을 것입니다.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는 독일의 시인인 빌헬름 뮐러(1794~1827)의 시에 슈베르트가 곡을 붙인 연가곡입니다. 슈베르트나 뮐러의
시월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나무도 스스로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나뭇잎이 단풍으로 물들고 낙엽이 되어 가지를 떠나갑니다. 나무들이 추위에 대비해서 제 안의 물을 비우는 이 계절에 이르러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다는 자연의 섭리가 신기합니다. 꽃도 그렇게 향기가 좋을 수가 없습니다. 백명의 사람이 지나가면 백명 모두 걸음을 멈추고 꽃내음의 정체가 무엇인지 두리번거리게 합니다.금목서, 은목서가 그 주인공입니다.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에 따르면 이들 나무는 한국(경상남도, 전라남도)과 중국에 분포한다고 합니다. 그
지난 7월 말쯤, 저는 등단 40년을 맞아 14번째 개인 시집을 펴냈습니다. ‘혀꽃의 사랑법’이란 시집입니다. 공적인 지면에 제 시집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제목으로 삼은 ‘혀꽃’이란 꽃 이름에서 생겼습니다. 우리나라 시인 중에서 ‘혀꽃’을 시나 시집 제목에 쓴 것은 처음일 거라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었습니다. 그것이 놀라운 것이 아니라, 저는 혀꽃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놀랐습니다.혀꽃은 혀의 모습을 닮았다는 ‘설상화’(舌狀花)를 말합니다. 둥근 ‘관상화’(管狀花)로 벌, 나비 등 벌레들을 불러
그때 고래가 힘차게 헤엄치며 찾아왔다. 문체부와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의 지원으로 지역 1318 청소년을 대상으로 갖는 ‘시창작교실’의 강의를 맡았을 때였다. 그들에게 시(詩)로 이끌 ‘메타포’로 무엇이 좋을까 고민할 때, 울산의 ‘고래바다’에서 만났던 수천 마리의 돌고래 떼가 찾아왔다. 동해의 돌고래들과 1318세대는 푸른색의 ‘이음동의어’다.그들은 푸른 바다 같은 꿈을 향해, 같은 방향으로 유영하는 존재다. 시창작교실의 주 강사인 내게 주어진 시간은 16시간, 그중 12시간은 강의실에서, 4시간은 창작 현장을 찾아가도록 짜져있었다.
장마가 더위 속 엿가락처럼 늘어지고 있습니다. 장마에 연일 높아진 습도에 몸이 힘들고 불쾌 지수까지 덩달아 높아져 장마전선에 내몰린 우리를 힘들게 만듭니다. 예년에 장마는 평균적으로 남부지역이 24일에, 중부지역이 26일에 끝이 났습니다. 그런데 장마에 ‘막판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필리핀 해상에서 발생한 태풍 5호 ‘독수리’의 등장입니다. 시시각각 몸짓을 불리며 양 날개를 힘차게 펼치고 있는 이 독수리는 태풍의 눈이 선명해지면서 현재 대만과 중국을 향해 북상 중이라고 합니다.현재 이 독수리는 더워진 여름 바다를 지나면서 최대풍속
여름은 힘들어도 더위가 최고의 맛이다. 그 힘든 맛은 바다든 산이든 찾아 떠나는 피서에서 보상받을 수 있다. 그런데 그 맛을 반감시키는 첫 번째 요인이 장마다. 장마로 한반도 6, 7월이 다 젖고 마를 때쯤 8, 9월 태풍이 찾아온다. 그런 비바람이 되풀이되는 여름이지만 우리가 기다리는 것은 계절이 주는 자연의 보상이다. 풍성한 여름 농사를 이 철이 아니면 어떻게 누리겠는가.여름은 또 가을로 이어지는 성숙의 계절이다. 여름이 만들어서 가을로 보내는 농부의 농사를 생각해보라. 가을의 황금 들판은 사실 여름의 선물이다. 가을의 사유가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 너는 어떤 여름을 원하느냐? 햇볕 쨍쨍 아주 무더운 여름을 줄까? 아니면 비가 죽죽 내리는 장마가 긴 여름을 줄까? 그러면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어떤 여름을 택한들 편할 것 하나 없다. 그런데 그 두 가지 여름이 같이 찾아온다면 어떨 것 같은가? 한반도에 그런 여름이 예상되고 있다. 그래서 올여름 휴가 계획을 변경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이유인즉슨 슈퍼 엘니뇨 발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엘니뇨(el Nino)’란 페루 연안에서 일어나는 ‘해수 온난화 현상’이다, 만약 당신이 1
‘베이비붐 세대’가 중학교에 진학할 때 받던 최고의 선물은 ‘만년필’과 ‘시계’였다. 당시 중학교에 진학하면 목에 단추 대신 쇠로 만든 ‘훅’(hook)을 채워 이른바 ‘각’을 잡던 교복을 입었다. 검은색 교복에 교모까지 갖춘 그 시절, 교복 윗옷 왼쪽 주머니에는 만년필이 단정하게 꽂혀 있고, 왼손에는 시계가 멋지게 채워져 있다면 최고의 선물을 받은 것이었다. 만년필은 이제부터 자신의 반듯한 필체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의미를, 시계는 자신의 시간을 관리하며 살아라는 의미였다.중·고등학교 6년 동안 만년필은 자신의 필체를 만드는 데
세상에! 3월에 벚꽃이 피었습니다. 머뭇거리지도 않고 한꺼번에, 활짝 피었습니다. 부산지역에서 벚꽃 개화를 관측하기 시작한 1921년 이후, 102년 만에 올해 벚꽃이 가장 빨리 피었다고 합니다. 바야흐로 북반구의 봄은 빠른 속도로 찾아오고 벚꽃이 더 빠르게 피어납니다. 이게 모두 ‘지구온난화’란 사람의 죄인데, 벚꽃이 대신 ‘고난의 십자가’를 지고 서 있습니다.기상청은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 3대 봄꽃의 개화일이 ‘최대 27일’ 당겨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현재와 유사하게 온실가스를 내뿜는다면 미래의 봄꽃들은 2월에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한국고용정보원’이 예견한 미래사회의 직업군에 대한 분석은 틀렸다. 강산이 바뀐다는 10년이 되기도 전에 엉터리가 되고 말았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 2016년 1월에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디지털 혁명에 기반해 물리적 공간, 디지털적 공간 및 생물학적 공간의 경계가 희석되는 기술 융합의 시대’로 ‘4차산업혁명’을 정의했다. 그때부터 세계가 AI와 로봇 기술의 등장을 앞둔 미래에 대해 희망으로 부풀기 시작했다. 결론은 오산이었다. 희망이 아니라 두려움이 먼저 찾아오고 있다.그때 세계 각국이 미
올 겨울은 유난스레 춥다. 겨울답게 자주 한파특보가 발령된다. 겨울은 당연히 추워야 하는 법이다. 그 맛을 모른 채 데면데면 지내다가 ‘동장군’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는 요즘이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추위의 원인을 ‘편서풍(偏西風)의 사행(蛇行)’으로 진단한다. 동북아시아 중위도 지역은 연중 서쪽에서 동쪽으로 바람이 분다, 그 바람이 편서풍이다. 그런데 이 편서풍이 뱀처럼 구불구불 일면서 남쪽으로 사행하면 북극 한기를 남쪽으로 가져다준다.편서풍의 이런 사행이 우리에게 북극 차가운 공기를 가져다주며 ‘냉동고 한파’의 맹위를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