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학교에 왔지만 근 점심시간이 돼서야 도착했다. 도시락은 싸왔지만 빈 도시락이었다. 부잣집 아이들 책상을 맴돌며, 마치 해녀들 해산물 채취하듯 밥과 반찬을 젓가락으로 집어, 반은 입으로 반은 빈 도시락으로 옮겼다. 채워진 도시락은 집에 있는 지지배배 제비 새끼들 같은 동생들 몫이었다.밤엔 무엇을 하는지 오후 시간엔 마냥 책상에서 졸기만 한다. 그러던 어느날
문화엿보기
경상일보
2005.05.11 17:53
-
-
지구상의 과일과 야채의 근 삼분의 일이 신대륙에서 나왔다 한다. 말하자면 고추, 마늘, 호박, 토마토, 감자, 고구마, 옥수수, 콩, 양송이 등 우리 식탁의 주연급 재료들이, 15세기 이후에서야 비로소 세계무대에 정식으로 데뷔할 수 있었던 것이다.특히 야채의 본고장인 멕시코의 전통요리들은 그 대부분이 신대륙 발견 이전의 원주민 요리들로, 벌써부터 눈으로,
문화엿보기
경상일보
2005.04.27 17:53
-
-
어린 아이들에게 가장 두렵고 힘든 상황은 무엇일까. 낯선 곳에서 길 잃는 것? 길 가다 똥 마려운 것? 아님 선생님에게 야단맞는 것? 그러나 엄마가 죽는 것보다 더 힘들까. 필자는 10남매 중 끝에서 두 번째다. 살아 있다면 큰 누나의 나이는 일흔이 될 것이고, 필자와는 스무살 터울이 진다. 선친은 밖에서는 좋은 소리 듣는 호인이었으나, 안에서는 영 아니었
문화엿보기
경상일보
2005.04.06 17:53
-
멕시코 주택들의 대문 안쪽에는 조그만 종들이 달려 있다. 문 안에 달려있는 것으로 봐서는 초인종이 아님이 분명하다. 1985년 9월19일 오전 7시경, 아카풀코 여행으로 피곤했지만 영화 〈엑소시스트〉에 나오는 귀신이 침대를 흔들어대는 느낌에, 우린 더이상 늦잠을 잘 수가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안방 창문을 통해 밖을 보는 순간, 나는 나의 눈을 믿을 수가
문화엿보기
경상일보
2005.03.30 17:53
-
만약 일본이 다른 나라와 전쟁을 치르게 되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봐야 알겠지만, 일본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비행기가 없던 시대에는 해상 세력이 강한 섬나라나 반도가 강대국이었다. 그러나 현대전은 공중전이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탄 하나에 백기가 올라간 것도, 원자폭탄이라는 전대미문의 대량살상 무기에 대한 공포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에겐 더
문화엿보기
경상일보
2005.03.23 17:53
-
세계사를 통해 오늘날 미국처럼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한 힘을 자랑해온 국가는 아마 없을 것이다. 한 때 맹위를 떨쳤던 "해가 지지 않은 영국"이나 "무적함대의 스페인"도 미국 앞에서는 왠지 초라해 보인다. 미국은 어떻게 세계 최강이 되었을까. 그 해답의 반은 19세기 발발한 두 개의 전쟁에서 구할 수 있을 듯하다. 1861년에 발발한 남북전쟁은 당시
문화엿보기
경상일보
2005.03.16 17:53
-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한승조 전 고려대 교수, 칼 마르크스, 장 자크 루소, 헤밍웨이, 행동하는 지성 사르트르, 러시아의 대문호 레오 톨스토이, 철학자 버트란트 러셀 등 이들 지성인 내지 유명인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과연 무엇일까. 먼저 마르크스는 노동자를 착취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 연구에 천착했지만, 정작 그의 집에서 수십년간 일했던 하녀에겐 동전
문화엿보기
경상일보
2005.03.09 17:53
-
역사상 목욕을 가장 좋아한 민족은 로마인이었다. 로마인들은 목욕을 개인의 행복과 쾌락을 위한 가장 중요한 행위로 생각했다. 또 목욕탕을 휴식과 함께 사교, 건강, 오락 등을 즐기는 다목적 장소로 여겼다. 기원전 33년에 율리아 수로가 건설돼, 귀하게 여기던 물을 지천으로 펑펑 쓸 수 있게 되자, 공중목욕탕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번창하기에 이른다. 시저를
문화엿보기
경상일보
2005.03.03 17:53
-
근 100여 쪽에 달하는 멕시코 신문의 두께는 아마 세계 최고일 것이다. 그래도 웬만한 사건은 기사화 되지 못한다. 워낙 큰 범죄와 대형사고가 잦아, 작은 것들은 아예 기사거리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20여년 전 이야기다. 친구와 나는 중고차를 사려고 정보지를 들고, 멕시코시티 외곽도시 "네싸꼬요틀"을 찾았다. 가격이 좋은데다 무사고에 차 성능 또한 완
문화엿보기
경상일보
2005.02.23 17:53
-
멕시코에는 "피낀"(piquin)이라는 나무에 열리는 다년생 고추가 있다. 고추의 원산지인 멕시코에서 가장 매운 고추니 단연코 세계에서 제일 매운 고추이리라.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바 요놈의 길이는 불과 1~2㎝ 정도, 그러나 혀에 닿자마자 불이 일어남을 느낀다. 필자의 유학시절, 짓궂은 멕시코 친구들이 "고추먹기" 내기를 걸어 왔다
문화엿보기
경상일보
2005.02.16 17:53
-
지금은 도처에 TV가 깔려 있지만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TV는 참 귀했다. 동네 만화방에서나 그 요술 상자를 접할 수 있었는데, 그것도 누구나 볼 수 있었던 게 아니라, 소위 단골들만 볼 수 있었다. 만화 열 권 정도 빌리면 노란 마분지 조각에 가게 "트레드마크"인 파란 고바우가 찍힌 TV시청권 한 장을 받을 수 있었는데, 어린 우리들은 그 누런 마
문화엿보기
경상일보
2005.02.02 17:53
-
"살면서 꼭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면 어떤 답들이 나올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부·명예·권력 등과 관계되는 일을 꼽지 않을까 한다.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일류대 졸업생이 입사 면접 자리에서 사장의 질문을 받았다. "부모님을 목욕시켜 드리거나 닦아드린 적 있습니까?"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러면 부모님을 꼭 한 번 닦아드
문화엿보기
경상일보
2005.01.26 17:53
-
"살면서 꼭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면 어떤 답들이 나올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부·명예·권력 등과 관계되는 일을 꼽지 않을까 한다.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일류대 졸업생이 입사 면접 자리에서 사장의 질문을 받았다. "부모님을 목욕시켜 드리거나 닦아드린 적 있습니까?"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러면 부모님을 꼭 한 번 닦아드
문화엿보기
경상일보
2005.01.26 17:53
-
고대 인류는 나무를 신성시하였으며, 또한 비를 신(神)의 정액(精液) 쯤으로 여겼다. 그도 그럴 것이 봄비가 온 뒤에는 어김없이 새순이 돋아나니, 모든 식물의 "신랑"은 비를 내리는 신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인간을 닮은 신을 숭배하는 종교가 보편화된 뒤에도 문화권마다 이러한 나무들에 대한 외경심은 남게 된다. 중국 도교에서는 서왕모(西王母)가 키웠
문화엿보기
경상일보
2005.01.12 17:53
-
20세기가 여피(Young urban professionals·젊은 도시전문직종사자)족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더피족의 시대다. 더피족이란 "우울한 도시 전문직 종사자 (Depressed urban professionals)"의 머릿글자를 딴 신조어이며, 자의 또는 타의로 고소득 전문직을 떠나, 이전 직종보다 소득이 떨어지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킨
문화엿보기
경상일보
2005.01.05 17:53
-
우리가 여태 학술분야에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이유는 뭘까. 한 분야에 광기(狂氣)를 가진 이가 많지 않음이 그 한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일이 좋아서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또 일이 좋아서 하는 사람은 일에 미친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우리의 어린 시절, 돌이켜보면 호기심은 죄악이었다. 또 궁금증은 어떻게 해결했
문화엿보기
경상일보
2004.12.29 1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