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예로부터 시인묵객의 가까운 벗, 시름을 잊게 하는 물건, 흥취를 돋우는 음료 따위로 인식되어 왔다. (赤壁賦)를 통하여 취흥을 도도하게 표현한 바 있는 소동파(蘇東坡)도 사실은 술을 몇 잔밖에 마시지 못하였다고 하니, 음주문화는 얼마나 마시느냐 하는 주량보다 어떻게 누구와 즐기느냐 하는 주법이 더 중요한 과제인 듯하다.낚시를 하면 반드시 바다
달은 밤하늘에 떠서 환한 빛을 내는 지구의 위성으로서 오랜 세월에 걸쳐 수많은 시인묵객들의 사정을 호소하거나 감정을 투입하는 대상으로 인식되어 왔다. 백제의 노래 (井邑詞)에서부터 ‘달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어디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하고 부르는 동요 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와 노래에 등장한 친근한 소재였다. 달은 서로 멀리 떨어
지금의 중고등학생들은 대체로 학교급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식당이 따로 설치되지 않은 학교에서는 교실에서 식사하기도 하겠지만 도시락을 싸서 다니던 시절에 비하면 훨씬 간편하게 점심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다.조선시대 최고의 교육기관인 성균관에도 유생 식당이 있었다. 성균관은 유생을 관내에서 숙식시키는 체제였으므로 거기에는 숙식과 관련된 각종 규정이 마련되
3월에는 막 피어나기 시작한 꽃을 시샘하는 추위와 바람이 한두 번 있게 마련이다. 꽃샘추위는 춘한(春寒 봄추위) 또는 도춘한(倒春寒 봄을 되돌리는 추위), 화투연(花妬娟 꽃의 고운 자태에 대한 시샘) 등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봄꽃이 피기 시작하는 시기의 일시적 추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꽃샘바람은 이 무렵에 찾아오는 쌀쌀한 바람으로 투화풍(妬花風)이라고도 한다
한국과 일본 사이는 흔히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관계라고 일컫는다. 지정학적으로 동해를 사이에 둔 이웃나라로서 끊임없이 화전(和戰) 양면의 외교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이다. 양국 교섭의 역사를 잘 보여주는 행사의 하나가 조선통신사의 파견이었다.통신사는 조선 조정에서 일본에 보낸 공식 외교사절로서 파견횟수는 12회(1607~1811년)나 되고 규모는 300
2016년 1월은 첫날부터 3일까지가 연휴여서 관공서와 회사에서는 4일 이후에 신년교례의 모임을 갖거나 시무식을 개최하여 새해 업무를 시작한 바 있다. 이 기간에 TV에서는 연휴를 맞아 해외로 여행을 떠나거나 여행에서 돌아오는 인물의 모습을 경쟁하듯이 비춰주었다. 예전에는 꿈도 꾸지 못할 신년여행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간혹 음력설이나 추석 연휴에는 여행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새해를 맞아 연중계획을 세운 것이 어제인 듯한데 어느 새 한 해의 끝자락에 닿아 있으니 세월의 빠름을 실감하게 된다. 잎이 다 떨어진 언덕배기의 교목은 앙상한 가지만 남은 채 추위에 떨고 있고, 거친 줄기에 듬성듬성 매달린 아기사과 나무의 검붉은 열매는 보는 이의 마음을 스산하게 한다.이즈음 지나간 한 해를 돌이켜보면 왠지 마음이 개
가을이 끝을 보이고 있다. 남쪽지방에도 단풍이 시들어 떨어지는 것을 보면 겨울이 가까이 와 있음을 실감한다. 겨울에도 산행하는 묘미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혹한기에는 산천 유람을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산천 관광의 유혹을 멈출 수 없으니 그것을 보완하는 방법이 바로 누워서 노닒을 뜻하는 와유(臥遊)이다.실학자 이익(李瀷)은 (臥遊帖跋)에서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울산 주변에서 가을 정취를 체감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신불산 평원과 간월산 고갯마루에 군집하는 억새를 조망하는 일이다. 역광을 받아 하얗게 반짝이는 눈부신 억새꽃의 물결이 펼쳐지고 나면 탐추객(探秋客)의 눈을 현혹시키는 전국 명산의 단풍 소식이 각종 매체를 장식하게 된다. 이미 간월재 억새밭의 가을 풍경을 감상한 뒤이니 만큼 이제는
혹서(酷暑)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던 것이 엊그제인 듯싶은데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풀숲에서 떼 지어 우는 귀뚜라미 소리가 귀를 가득 채우고 있다. 가을에는 지난 여름의 더위를 잊고 또 다른 차원의 뜨거운 기운을 즐기는 온천욕이 많은 이를 유혹하게 된다.현재 부산광역시 도심의 일부가 된 동래의 온정(溫井)은 예로부터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남쪽지
잔서가 남았지만 입추가 지나니 아침저녁으로 조금 서늘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계절의 전환은 아무도 막지 못한다는 사실을 실감케 한다. 국민안전처에서 전파하는 폭염경보와 주의보를 알리는 스마트폰의 문자 메시지가 연일 ‘왱~왱!’ 하는 사이렌소리를 내며 귀를 찢을 듯이 달려든 것이 불과 일주일 전의 일이다.어떤 지역에서는 보름이 넘는 열대야현상으로 한낮의 회
올해는 마른장마 탓으로 중부지방에서는 수십 년 만의 혹심한 가뭄으로 몸살을 앓다가 지나가는 태풍 찬홈의 떡고물처럼 쏟아진 강우 덕분에 조금 숨통이 트인 형국이다. 장마철에는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빈대떡이나 파전을 안주 삼아 소주나 막걸리 몇 잔을 기울이며 마음 맞는 사람과 환담을 나누는 것이 제격이다.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막걸리(濁%
지난 5월20일에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 곧 메르스 바이러스 질환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경기 서울에서 출발하더니 전국적으로 3000개에 육박하는 학교가 휴업을 실시한 바 있는가 하면 외국에서는 한국 여행을 기피하고, 경제활동의 침체를 예상한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1.5%로 내려 사상 최저의 금리를 기록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사람들은 감염을 우려
우리 속담에 아흔아홉 섬 가진 사람이 한 섬 가진 사람의 것을 마저 빼앗으려 한다는 말이 있다. 이처럼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재화의 소유 정도를 가지고 그 사람의 사회적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기도 하지만 옛 사람들은 물욕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경계하곤 하였다. 특히 출가한 승려가 그런 생각을 더 자주 드러내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의 잔치가 끝나고 복사꽃, 살구꽃, 배꽃은 흔적을 감추었다. 이제 산자락에는 울긋불긋한 철쭉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학교와 주택가의 녹지에는 영산홍과 라일락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또 산야에는 각종 활엽수의 연두색 잎들이 새싹을 내밀고 다가올 초여름의 초록 세상을 기다리고 있다. 봄빛이 무르익어 각종 꽃이 만발한 시절이 되면
며칠 동안 꽃샘추위가 겨우내 움츠렸던 심신을 한바탕 더 위축되게 하였지만 대지를 감싼 봄의 조짐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린 시절 부르던 동요 에 나오는 달래, 냉이, 씀바귀가 모두 밥상에 올라올 뿐 아니라, 봄이면 남녘 사람의 입을 즐겁게 해 주는 ‘도다리 쑥국’도 벌써 그 향긋한 풍미를 자랑하고 있다. 이즈음이면 추위 때문에 주로 실
겨울의 매서운 추위도 계절의 순환을 멈추지는 못한다. 설에다 우수까지 지나고 나니 양산 통도사 영각 앞 홍매의 개화뿐 아니라 봄을 재촉하는 꽃소식이 전국에서 들려오고 있다. 며칠 전 교정의 하얀 매화 소식이 궁금하여 찾았더니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가지 끝부분에서는 몇몇 봉오리가 새봄을 환영하듯 얌전히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우리는 봄의 도래를 어디
흔히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라고 한다. 무엇이든지 간에 거기에 걸맞은 요건이 갖추어져야 격에 어울린다는 뜻이다. 여름에는 장마와 더위가 있어야 부채가 제 노릇을 하고, 겨울에는 눈과 추위가 있어야 동장군이 그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하로동선(夏爐冬扇)이다. 여름의 난로와 겨울의 부채가 가당하기나 한 말인가? 그런데 문제는 추위가 고통을
무심한 세월은 흘러 어느덧 한해의 마지막 달도 중순을 넘기고 있다. 이제 열흘 남짓한 날짜가 지나가면 또 다른 해를 맞게 된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마음은 예전 사람도 오늘날의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연초의 계획대로 업무를 완수한 사람보다 제대로 이루지 못한 그 무엇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해라고 여기는 이가 더 많을 것이다. 필자 또한 한 해를 돌
어느덧 절후는 깊은 가을을 지나 겨울의 문전에 닿아 있다. 누런 구름처럼 들판을 채우던 벼는 이미 수확이 끝나고 잎사귀 떨어진 나무에는 빨간 감이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이즈음 내 고향 상주 땅에는 마을마다 온 동네를 붉게 물들이면서 대봉시(동이감), 반시(납작감), 단감, 먹감, 땡감, 홍시(연감, 연시) 등으로 불리는 다양한 감들이 향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