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범중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

3월에는 막 피어나기 시작한 꽃을 시샘하는 추위와 바람이 한두 번 있게 마련이다. 꽃샘추위는 춘한(春寒 봄추위) 또는 도춘한(倒春寒 봄을 되돌리는 추위), 화투연(花妬娟 꽃의 고운 자태에 대한 시샘) 등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봄꽃이 피기 시작하는 시기의 일시적 추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꽃샘바람은 이 무렵에 찾아오는 쌀쌀한 바람으로 투화풍(妬花風)이라고도 한다. 옛사람은 이것을 봄철에 펼쳐질 화려한 꽃 세상에 대한 자연의 시샘으로 파악하여 인생사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호사다마쯤으로 여겼다. 춘한불신(春寒不信)이라는 말도 있듯이 꽃샘추위는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마는 반복적 기상현상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추위가 봄 하늘을 가두고 눈이 숲을 에워싸니

산에 가득한 꽃나무는 향긋한 꽃술을 닫아 버렸네.

봄기운은 냇가 버들부터 먼저 찾음을 이제야 알겠거니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에 연한 황금빛이 퍼지려고 하네.

寒鎖春天雪擁林 滿山花卉閉芳心

한쇄춘천설옹림 만산화훼폐방심

方知陽氣先溪柳 已弄風條欲嫩金

방지양기선계류 이롱풍조욕눈금

이 시는 조선 중기 문신 황준량(黃俊良, 1517~1563)의 <봄추위에 짓다(春寒卽事)>라는 작품으로 꽃샘추위 속에서 눈에 보이는 꽃과 버들의 대조적 모습을 포착해 내고 있다. 갑작스러운 꽃샘추위가 천지를 감싸고 숲에는 봄눈까지 쌓이게 되니 산천을 현란하게 장식하던 온갖 꽃들이 모두 피었던 송이를 다시 닫아 버린 상황을 제시하고 있으나, 시냇가로 눈을 돌리면 산천의 꽃들에 우선하여 찾아온 봄기운의 영향으로 연노란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버들가지를 발견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옷깃을 파고드는 쌀쌀한 기운이 잠시 우리의 심신을 움츠러뜨릴 수는 있지만 조만간 봄기운으로 천지를 가득 채울 대자연의 도도한 흐름을 막지는 못한다. 지금이라도 가까운 연못이나 냇가에 나가면 한창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버들가지를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성범중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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