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조용한 시간이면, 누군가를 잊는다는 것이 불안할 때가 있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한 사람일수록 더 그런가 봅니다.내 마음속에 인생의 구심점이 되어주신 외할머님! 세상을 떠나신 지 오래지만, 여전히 외할머님은 나의 어머님이시고, 외갓집은 마음속 고향입니다. 외가에서 태어나 일곱 살까지 외할머님을 엄마라 부르며 그곳 외가에서 자랐기 때문인가 봅니다. 당신의 뜻이 저에겐 한없이 큰 빛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제 마음속엔 아무리 짜내고, 퍼내도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것은 당신의 사랑밖에 없습니다. 오전에 뒷밭에서
오늘은 외할머님의 ‘53주기 기일’입니다. 이렇게 조용한 시간이면, 누군가를 잊는다는 것이 불안해집니다. 사랑하고 존경한 사람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내 마음 속에 인생의 구심점이 되어주신 외할머님. 세상을 떠나신 지 오래이지만 여전히 외할머님은 나의 어머니이고, 외갓집은 마음 속 고향입니다. 외가에서 태어나 일곱 살까지 외할머님을 엄마라 부르며 그곳에서 자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세월의 흐름을 더 실감하는 것 같다. 그런데 어느 한계를 넘어서면 감각이 무뎌지고 나이를 잊은 채 살아가는 노인네들을 볼 수 있다. 옛날 고향동네 어느 할머니께서 “니가 벌써 결혼을 해서 애가 저렇게 컸으니 내가 얼마나 늙었겠노”하시던 말씀이 지금 내 나이에 새삼 생각이 난다. 말없는 세월은 우리 인생을 어느새 젊음이 늙음으로 변하게
아침 이른 시간인데도 벌초로 인한 차량행렬이 증가하는 것 같다. 그러나 조상님이 도와서인지 새벽바람이 싸늘할 정도로 싱그러운 가을 향기가 묻어나는 상쾌한 날씨이다.각지에 흩어져 사는 친척들도 먼 길 마다 않고 여러 시간을 달려온다. 지역별로 3개 파트로 나누어 미리 준비한 벌초 기계와 벌초 후에 조상님 산소에 올릴 음식을 챙겨 약속한 산소 부근 집결지에 모
누에는 알에서부터 한 살이를 시작합니다. 한 개의 알은 한 개의 점의 상태로 고정되어 공간, 입체니 하는 것들을 전혀 지각 못하는 행동반경 제로 상태입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숨을 쉬고 사고를 하고 발육을 하며 긴 겨울을 보냅니다. 누에의 알은 봄이 되면 마침내 부화하기 시작하여 아주 작은 유충이긴 하지만 알과는 차원이 다른 점으로 붙박혀 있던 1차원적 삶
봄비가 내리고 있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유리창 밖 희뿌연 세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문득 얼마 전 후배에게 들은 상수 할아버지 얘기가 떠올라 자판을 두드려 본다. 후배가 상수 할아버지를 만난 건 3년 전쯤 봉사활동을 함께하는 클럽 회원들과 좀 더 의미 있는 봉사가 무엇일까 의논을 하던 중 누군가가 어르신들 목욕 봉사가 어떠냐는 제안에 몇 사람이 좋다며
스님 한 분이 절에서 먼 마을로 탁발을 나갔다가 날이 저물어 양반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이튿날 아침 스님은 주인과 하인이 대화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마당쇠야, 윗마을에 사는 박첨지가 어젯밤에 죽었는데 극락으로 갔는지 지옥으로 갔는지 알아보고 오너라”.스님은 일평생을 염불과 참선 수행을 하였지만 죽은 사람이 극락으로 갔는지 지옥으로 갔는지는 도저
역사는 흥망성쇠의 연속이다. 최영과 이성계는 고려 말 충신이었다. 왕실을 보호하고 외적을 물리치는 등 두 분 모두 문무를 겸비한 재상이기도 했다. 최영은 권문세력가 출신으로 문하시중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성계는 변방의 무장출신에 백전백승의 용감한 장수였으나 늘 최영의 지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었다.이 시기 이웃 중국은 원·명의 교체기로서 혼란이 거
달력에 표시된 여러 모임 중에서도 가장 기다려지는 모임은 역시 동기회 모임이다. 짝사랑 하던 옛 애인의 답장을 기다리듯 그 시간이 기다려진다. 오늘은 고등학교 동기회 모임이다. 그래도 젊었을 때에는 앞만 보고 살다보니 바쁘다는 핑계로 참석도 제대로 못했는데, 오늘은 서둘러 핸들을 잡았다. 그때 그 시절 그 사람 그 추억들이 삼삼하게 차창에 아른 거린다. 아
모처럼 1박2일의 여가를 내어 팔공산(1167m)의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300여개의 절집 중 가장 높은 산정 바위 위에 자리한 중암암(780m)을 향했다. 이른 새벽 1시간3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이 영천 은해사였다. ‘중암암’이란 이름석자가 낯설게 느껴져 호기심이 더...
예쁘게 꽃단장을 한 신부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신부를 보는 순간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신부아버지와는 고향친구이자 입사 동기라서 가족 간에도 막역한 사이다. 오늘의 주인공인 신부는 어릴 때부터 줄곤 지켜봐 왔기에 감회가 남달랐다. 우리 애들과 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폐륜의 군주로 알려져 있는 광해군도 이 때문에 많은 오해를 받고 있지 않나 싶다. 영창대군을 증살하고, 인목대비를 유폐시켰다는 것이 역모의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의 역사학자들은 이는 인조반정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명분이지 사실과 많이 다르다고 ...
녹음방초 우거진 신록의 계절, 테니스 동호인들에게는 가슴 설레는 황금의 계절이다. 오늘은 울산광역시 국민생활체육 이순 테니스연합회가 주관하는 ‘큰 잔치 한마당’ 대회이다. 남자는 60세 이상, 여자는 55세 이상이어야만 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노인 테니스 인구의 ...
그토록 춥던 겨울도 계절의 변화 속에는 어김없이 또 새봄의 기운을 맞는 듯하다. 나는 택시를 운전하면서 많은 손님들과 대화를 하게 된다. 그 사람의 정서적 내면을 알고 싶으면 가끔 계절에 대한 질문을 해 본다. “손님께서는 사계절 중에 어느 계절을 제일 좋아하십니까” ...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인 황진이, 수백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우리들 가슴 속에 남아 그의 이름으로 만든 노래가 뭇 사람들로부터 애창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마도 가식 없고, 탐심 없고, 금욕과 권력에 굴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은 해냈던 거침없는 삶과 대담한 용기에 대...
대설이 지났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주엔 강원도 땅에는 엄청난 눈이 쏟아져 내렸다. 마치 ‘겨울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시위나 하듯이. 앙상한 가지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갑자기 잠자던 외로움이 밀려온다. 좁게 열린 창틈으로 파고드는 겨울바람이 우리를 외롭게 만들고, 전깃줄에...
이렇게 조용한 시간이면, 누군가를 잊는다는 것이 불안해집니다. 사랑하고 존경한 사람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내 마음 속에 인생의 구심점이 되어주신 외할머님. 이미 이 세상을 떠나신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외할머님은 나의 어머니이고, 외갓집은 마음 속 고향입니다. 일곱 살까...
이른 새벽, 서쪽 하늘에 떠 있는 하현달을 시계 삼아 가을 소풍을 떠난다. 목적지는 간월재를 거쳐 신불산(1208)이다. 예나 지금이나 소풍의 설렘과 추억은 아련하다. 어릴 적 소풍은 반나절이 되어야 출발이지만 우리 나이엔 새벽잠이 없어 이렇게 일찍 출발한다. 이른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