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종수 개인택시기사
그토록 춥던 겨울도 계절의 변화 속에는 어김없이 또 새봄의 기운을 맞는 듯하다. 나는 택시를 운전하면서 많은 손님들과 대화를 하게 된다. 그 사람의 정서적 내면을 알고 싶으면 가끔 계절에 대한 질문을 해 본다. “손님께서는 사계절 중에 어느 계절을 제일 좋아하십니까” 라고 여쭤보면 나름대로 봄 여름 가을 겨울 각자 계절의 감각과 정서에 맞는 좋아하는 계절을 말한다. “그런데 왜 그 계절을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나름대로 표현방법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바로 그 사람의 정서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봄을 좋아하는 사람은 꽃도 피고, 새싹이 움트고, 뭔가 희망을 내 뿜는 기운 때문에 좋고, 여름은 낭만과 싱그러움이 있어 좋고, 가을은 결실의 계절로 풍요와 아름다운 색채가 좋단다, 하지만 겨울은 대체로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겨울을 좋아한다는 어느 아주머니의 말이 생각이 난다. 그 아주머니가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겨울은 덥지도 않고 모기도 없어 좋단다. 물론 어느 계절이나 자연은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을뿐만 아니라 깨우침을 준다. 다만 인간이 계절의 정서와 감각을 느끼는데 있어 이렇게 현실적인 표현을 두고 틀린다고는 할 수 없다. 각자의 생각과 정서에 있어 좀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실은 나는 겨울을 참 좋아하는 편이다. 겨울이란 계절이 내게 주는 의미는 여러 사람들이 말하는 의미와는 좀 다르다 하겠다. 첫째, 겨울은 다른 계절에 비해 가식이 없고 봄 여름 가을의 화려함 속에서 내 자신을 발견하기란 어렵지만 겨울은 있는 그대로의 자태에서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어 좋다. 둘째, 다른 계절에 마시는 커피향보다 겨울의 커피향이 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셋째, 보잘 것 없는 까만 연탄 한 장의 따스한 소중함을 알 수 있어 좋다. 넷째, 겨울 밤 이불깃을 살며시 당겨 덮는 그 정겨움이 좋다. 다섯째, 석양이 깔린 어느 시골길을 가다보면 산자락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네에서 굴뚝의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을 보면 그 얼마나 평화로워 보이는지 모른다.

사실은 겨울은 봄을 잉태하는 계절의 모태임을 한번이라도 생각해 보았는가. 일 년의 끝자락에서 또 새해의 벽두에서 고뇌하고 희망의 싹을 틔우기 위해 찬바람 속에서 모질게 살아온 우리 어머니들의 따뜻한 가슴속처럼 말이다. 사람이나 동물은 배가 부르면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오직 어디에 잠깐 쉴 곳이 없을까. 그 포만감에 젖어 살며시 눈을 감고 자고 싶어 한다. 옛날 부모님께서는 춥고 배고픈 것만큼 서러운 것이 없다고 하셨다. 사람은 진정 먹을 것이 없어 배가 고프면 서러워 진다. 또 많은 생각에 젖는다. 그렇듯이 사계절 중에 겨울은 춥고 배고픈 계절이다. 올 겨울의 끝자락에서 일 년을 반성하고 또 한해를 설계하는 너무나 소중한 겨울의 참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도 삶의 지혜를 배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변종수 개인택시기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