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해군사관학교 교관시절 어느 날, 한 생도(生徒)가 나의 연구실을 힘차게 똑똑똑 두드린다. 문은 반드시 세 번 두드려야 하고 방안에 있는 상관은 “뭐야?”라고 묻는 것이 규정이다. 그는 “네, 4학년 000생도, 교관님께 용무 있어 왔습니다. 들어가도 좋습니까?”하고 큰소리로 딱딱 끊어 말한다. “들어와!”하니 모자를 왼쪽 품에 안고 들어와 내 앞에 앉았다. 키 크고, 잘생기고, 성적도 우수한 생도였다. 나중에 참모총장이 되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의 뛰어난 젊은이였다. 그는 앉자마자 곧은 자세와 출중한 외모에 전혀 어울리지
초등학교 4학년 때였으니까 1961년, 벌써 60년 전의 일이네요. 서울의 경우 한 교실에 80~90명이 빼곡히 들어앉아 공부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마저도 저학년은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가운데 제일 앞자리가 나의 자리였고 내 옆은 친구 K의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수업도중에 갑자기 고약한 냄새가 살짝 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담임선생님과 나는 거의 동시에 그 냄새의 진원지와 함께 긴급상황임을 알아차렸습니다. K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습니다.선생님의 대응은 과연 빨랐습니다. 수업을 즉시 중단하시더니, 나와 K만 빼고
얼마 전 모처럼 울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피아니스트들의 연주회에 다녀왔다. 입장료는 무료였다. 코로나 시절이라 좌석을 떼어놓았다 하더라도 500석 객석에 관객은 기껏해야 70명 정도? 그것도 너도나도 꽃다발을 들고 있는 것으로 봐서 연주자들의 가족과 문하생들이 대부분이었다. 공연은 훌륭했지만 공연장은 쓸쓸했다. 한편 지난달엔 문화예술회관에서 인기 뮤지컬 공연이 있었다. 유명 주연배우들이 출연하기 때문인지 입장료가 꽤 비쌌음에도 공연 2주전에 이미 입장권은 매진되어 있었다.이 두 개 공연장 모습의 극명한 차이에 대해 머리가 갸우뚱해졌다
우리에게 친숙한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물리학이론 중에 포텐셜이론이란 게 있다. 포텐셜(potential)이란 단어를 인간적으로 표현하면 잠재력이라고나 해야 할까. 우리가 사는 지구상에서의 포텐셜, 즉 중력포텐셜(또는 위치에너지)을 예로 들어보자. 포텐셜이론은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말해준다.첫째, 물체가 무겁고 높은 곳에 있을수록 포텐셜이 크다. 예를 들어 높은 곳일수록, 그곳의 물이 많을수록 그 물이 가지는 포텐셜은 크다. 포텐셜이 크다는 것은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것과 동격이며, 불안정성이 크다는 것은 좋은 일을 할, 또는 나쁜 일
언론보도에 의하면 최근의 간첩(間諜)사건은 예사롭지 않다. 얼마 전 ‘자주통일 충북 동지회’라는 명칭을 가진 간첩(일부에선 노동활동가라 칭한다) 일당이 체포되었다고 한다. 언론이 밝히는 그들의 활동은 매우 특이하다. 간첩의 사전적 의미는 한 국가나 단체의 기밀을 몰래 알아내어 대립관계에 있는 국가나 단체에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즉 숨어서 활동하는 특징을 갖는다. 그런데 그들은 합법적으로 보이는 조직을 만들고 공개적으로 버젓이 간첩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숨어서 암약(暗躍)한 것이 아니고 대놓고 활약(活躍)해온 것이다. 그들은 소위
대전에 사는 나의 친구 W는 한화 이글즈의 광팬(狂Fan)이다. 마찬가지로 그는 나를 롯데 자이언츠의 광팬이란다. 롯데가 지면 나는 잠이 안 오고, 한화가 지면 그는 밥맛이 없어진단다. 롯데와 한화가 꼴찌 다툼을 벌이고 있던 지난 몇 달간 그와 나의 페이스북 대화는 정말 요란했다. 요즘도 한화는 굳건히 꼴찌를 지키고 있는 반면 롯데는 그나마 꼴찌와 약간의 승차를 유지하고 있어 나는 입 다물고 잠자코 있는 중이다. 그 친구 약이 바짝 오르면 울산까지 쳐들어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지난 5월말 당시 꼴찌 롯데가 6연패(連敗) 당하던 날
시대정신(時代精神, spirit of the time)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철학적으로는 ‘한 시대에 지배적인 지적(知的)·정치적·사회적 동향에 내재하는 정신’이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그 시대 특유의 사회적 상식(常識)’을 가리켜 부르는 경향이 더욱 크단다. 이러한 정의를 바탕으로 작금 한국의 시대정신, 특히 젊은이들의 시대정신 즉 청년세대정신은 과연 무엇이며, 이를 기성세대는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실용음악도의 눈엔 이렇게 보인다.내 친구 A는 대학생시절부터 지금까지 언제 어디서나 주구장창 양희
1984년 일본에서 ‘프라이데이(Friday)’란 주간지가 최초로 발간되었다.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많이 팔린다고 하니 생명력이 꽤 긴 편이다. 무언가 읽는데 있어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일본 사람들도 20세기 후반 들면서 두꺼운 책 읽는 것을 조금씩 꺼리는 양상이 나타나자 생겨난 게 바로 이 주간지이다.이 잡지는 매주 금요일 발간되는데 지난 일주일 동안 국내외에 있었던 각종 뉴스, 특히 연예관련 뉴스를 중심내용으로 한다. 한 페이지에 사진 한 장과 간단한 사진설명을 넣어, 몇 십 페이지를 묶어 내놓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니까
언제였던가, 모학회 평의원에 처음 당선돼 회의에 참석했다. 참석자 한사람씩 돌아가면서 인사를 하는데, 한사람이 ‘김초선(初選)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얼핏 삼국지의 적토마장군 여포의 아내를 떠 올렸으나, 알고 보니 평의원에 처음 당선되었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그 옆의 사람은 ‘이재선(再選)입니다’고 소개하고, 그 옆 사람은 ‘박다선(多選)입니다’하면서
근년 들어 ‘복합(複合)’이란 접두사용 명사가 유행처럼 쓰인다. 아마 이 단어를 집어넣으면 모든 게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듯 멋있게 보여서 그런지, 명쾌하게 정의하기 힘든 시설이나 기능을 두루뭉술하게 합쳐서 표현하기 위함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복합’ 유행시대이다. 화학적 또는 정신적 결합의 의미가 농후한 혼합, 융합, 통섭, 종합, 통합이란 단어들을
만65세가 되면 보건소에서 무료로 폐렴백신을 놓아준다. 일생에 한번 맞으면 된단다. 백신을 맞은 후 사람에 따라 혹시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며 한 10분간 앉아 있다 가라고 한다. 그리하여 쉬고 있으려니, 그동안 잠시 치매진단을 받으면 어떠냐는 권유를 받는다. 담당직원 앞에 다소곳이 앉아 질문을 듣고 답을 하면 된다. 그가 “오늘이 몇 년, 몇 월, 며칠
친구로부터 따끈따끈한 책이 배달되어 왔다. 친구 부부가 쓴 책이다. 친구는 물리학자이고, 부인은 화가이자 소설가이다. 요컨대 친구는 전형적인 자연과학도이고 부인은 인문예술학도이다. 학문분류스케일에서 보자면 서로 통하기 어려운 먼 거리, 어찌 보면 사물을 대하는 시각(視覺)과 방법론에 있어서 서로 대립적인 위치에 있을 것 같은 두 사람이다. 그들이 나눈 대화
포크록(Folk Rock)의 세계적인 전설, 밥딜런(Bob Dylan)은 존 바에즈(Joan Baez)와 함께 1960년대 말, 베트남전쟁 당시 반전가수(反戰歌手)로 유명하다. 그의 노래가 당시 미국인 뿐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 전쟁반대의 들불을 활활 지핀 것은 ‘평화의 갈구’라는 냉전시대말기의 시대적 요구도 있었지만, 내전(內戰)성격의 베트남전쟁이 머나먼
언젠가 일간지에서 다음과 같은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서울에서 아파트 장만하려면 10년간 돈 모아야’라는 제목이었다. 이어지는 기사내용은 ‘서울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 100명에게, 아파트 장만하는 데 걸린 시간을 물었더니 응답의 평균이 10.2년’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 글을 읽고 ‘대체로 10년 정도 돈을 모으면 서울에 아파트를 장만할 수
우리가 ‘도·미·솔’이나 ‘파·라·도’, ‘솔·시·레’ 같은 서로 다른 음을 동시에 들으면 매우 잘 어울리는 느낌을 느끼며 기분이 좋아진다. 한편 ‘레·파·라’나 ‘미·솔·시’ 같은 서로 다른 세음을 동시에 들으면 어울리는 느낌은 있지만 기분은 좀 우울해진다. 그런가하면 ‘도·레·미’나, ‘미·파·시’같은 음을 동시에 들으면 전혀 어울리지도 않을 뿐 아니라
코로나와 우울한 국내상황 때문에 몸과 마음이 찌뿌듯한 2020년 여름도 지나간다. 이토록 을씨년스럽고 비감하게 여름을 보낸 건 박사논문을 쓰던 1984년 이후 처음인 듯하다. 기억해보면 도쿄의 그해 여름은 나에게 있어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그대로였다. 정말 달이 두 개로 보이고, 발을 디디고 사는 땅은 마치 늪이었다. 지금 이 순간 많은 국민이 조지오
나에겐 거의 득도(得道)의 경지에 다다른 절친(切親)이 있다. 그는 매일저녁 9시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2시에 일어난다. 그리곤 불교경전을 두 시간 읽고, 이어서 두 시간 명상을 한다. 이른 아침식사 후 혼자 쓰는 사무실 겸 독서실에 출근하여 다시 경전읽기로 시간을 보낸다. 그는 오전 9시쯤 되면 이미 하루가 지나가고 이후 다른 하루가 시작되니 하루에 이
우아한 피아니스트도 발레리나도타인의 눈에 비치는 겉모습 너머평생의 업으로 삼은 사람들에겐힘겹고 세상 제일 벅찬 일일 듯배우자감 직업 선호도를 보면시대상 대변하는 인기직업 짐작은행원, 엔지니어, 사업가 등 거쳐지난 세기말엔 ‘사’자 남편감 인기요즘엔 연예인, 건물주 등이 부각 쉽사리 돈·행복 주는 직업은 없고자기직업이 제일 힘들다는 말 말고이 세상에 정답은
공통적으로 다루는 내용은‘대한민국에 와서 놀란 점’산업화·자유민주화의 산물들 꼽아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영상은“자본주의 속 한국사람들 마음은늑대같은 모습이라 생각했지만사랑·희생으로 봉사 실천 놀라워”대한민국의 ‘높은 시민의식’코로나 난국 극복할 수 있게 해산업화보다 소중한 선진화의 모습숨 쉴 틈 없이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의 대중화 선두주자는 카카오톡과 구글
의사보다 과학자보다 전문가연하며귀동냥 지식을 내세우는 사람들은정작 전문가들의 말문을 닫게할 뿐과학기술 발달로 도래한 지구촌시대사회의 근본이 바뀌는 혁명적 변화에1980년대식 정치개념은 유효하지 않아얼치기 전문가는 입을 닫아야하고진짜 전문가는 적극적으로 입 열어국가의 중대사안에 해법을 제시하면위정자는 적극 수렴해서 정치해야# 언젠가 사회통계자료를 기반으로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