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4세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 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104년을 돌아보니 민족과 국가를 위해 살아왔다”면서 “큰 그릇은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는 희망”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그릇이 작으면 물을 쏟아내야 빈자리가 생긴다. 큰 그릇은 늦게 형성되지만, 그릇을 크게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110만 대의기관 의장 선출을 놓고 울산시의회에서 펼쳐지는 행태들이 지역을 넘어 서울 여의도에서까지 회자되고 있는 가운데, 김 명예교수의 삶과 어록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는 ‘의장 탐욕
2024년 6월27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방송사 메인 스튜디오.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주목하는 대선후보 양자 토론회.역동적인 붉은색 넥타이를 맨 조 바이든(82) 대통령과 푸른색 넥타이의 도널드 트럼프(79) 전 대통령이 초반부터 상대의 아킬레스건을 공격하며 날 선 신경전을 펼쳤다. 양자 토론에서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은 내내 쉰 목소리로 혼란스러운 표정을 이어간 바이든이었다. 완주 의사를 강하게 시사했던 바이든은 한 달도 채 안 된 시점 대선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바이든의 중도 추락으로 전방위로 대체제를 모색하던 민
김영삼(YS) 전 대통령 임기 중인 1995년. 집권당의 경남 마산 출신 강삼재 사무총장은 필자와의 특별 인터뷰 중 YS 정부 실세 장관에게서 걸려 온 전화 통화를 하면서 버럭 화를 냈다. “장관이 그따위 식으로 처신하니까 뭐가 되겠나?. 내일 당 사무총장실로 오시오.” 필자가 하도 궁금해 되물었다. “당 사무총장께서 장관에게 그렇게 해도 괜찮으냐?” 이에 강 총장은 “우리당이 대선에서 전국을 누비며 ‘바닥을 기면서’까지 어렵게 정권을 창출했다. 장관직을 맡았으면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을 위해 잘해야지, 국민을 가볍게 여기는 ‘시건방
미국의 44대 대통령(2009~2017) 버락 오바마. 일리노이주 연방 상원의원 시절이던 2006년 10월 을 출간한 뒤 전국을 누볐다. 그의 꿈은 세상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생계를 꾸려갈 만한 일자리를 찾을 수 있고, 병들어도 파산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었다. 끝내 꿈을 이뤄냈고 연임에도 성공했다. 백인사회가 주류인 미국에서 케냐 출신 흑인의 한계를 극복한 오바마의 리더십이 전설이 된 지 오래다.미국 전미정치학회(APSA) 회원 등 전문가들이 지난해 11월15일~12
10여일 앞으로 바짝 다가온 22대 총선은 ‘선량’을 뽑는 전국적 단위의 대형선거다. 이맘때만 되면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바로 인위적 이합집산이다. 과정은 온데간데 없고 ‘금배지’만을 추구하면서 하루아침에 듣도 보도 못한 정당(위성)이 생겨난다. 누구는 이를 대의를 위한 ‘화학적 결합’이라 하고, 누구는 ‘취지가 훼손됐고, 명분이 없다’고 외면한다. 유권자들은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다. 이번 총선 후보 등록이 마감된 22일 지역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정당이 총 21곳에 달한다.여기다 4·10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역대 가장 긴 51
한국의 역대 대통령 선거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는데도 실패한 유력주자 가운데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빼놓 을 수 없다. ‘이회창’은 YS(김영삼) 문민정부 당시 집권당의 간판스타였으나 1997년 15대 대선에 이어 2002년 16대 대선, 2007년 제17대 대선 무소속 후보 등 내리 세번 ‘대선 3수생’에도 청와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반기문’은 2016년 유엔 사무총장 재임당시 ‘외교의 달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청년들에겐 ‘미래의 꿈’이었다. ‘박근혜 탄핵소추’가 가결 되고 대통령 직무가
지역 정치권 인사들과 평소 친화적 관계인 50대 중년 A씨는 더 이상 자신의 지역구 현역 의원의 얼굴이 보기 싫다고 잘라 말한다. 관내 중소기업의 CEO이기도 한 그는 평소 정치인에게 개인 자격으로 후원금을 내는 것도 인색하지 았았다. 하지만 이젠 작은 후원금일지라도 더 이상 내기 싫다고 했다. 공직에서 수년 전 은퇴한 60대 중반 B씨 역시 의원들의 얼굴이 TV화면에 비치면 채널을 급히 돌리게 된다고 했다. 이들은 공히 필자와 오랜 기간 SNS밴드에서 국내외 여행을 비롯한 비정치적 소통을 해온 오피니언들로, 여론에 대한 체감도 높
국민의힘 혁신사령탑 푸른 눈의 인요한 위원장. 헌정사에 전무후무한 ‘한국·미국 국적’ 자체만으로도 큰 기대를 건 것도 사실이다. 특히 복수 국적이기에 선진 미국 의회·정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추론에서 미국 의회를 벤치마킹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필자는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진단하고 실질적인 처방책에 기대를 걸고 주목했던 건 크게 두가지였다.첫째, 미국의회에 정착된 자유투표, 즉 크로스보팅(Cross Voting) 제도를 한국의 집권당에 접목시킬 것이란 기대다. 미국은 정당공천 과정 민주화에 따라 60년대 말
2023년 10월13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간 제2의 중동전쟁이 초읽기에 돌입한 상황.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전체 주민 230만명의 절반에 육박하는 110만명에게 24시간 이내에 가자에서 떠날 것을 통보한 급박한 시점이었다. 때문에 국제공항은 아무 비행기에라도 몸을 실으려는 피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같은 시각, 대한민국 공군 KC-330 시그너스 수송기가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위해 대기 상태. 이스라엘을 오가는 민간항공사의 운항이 중단되면서 윤석열 정부가 군수송기를 이
“하루빨리 무릎 꿇고 빌어서 끝내라.” “(경찰에 고발하기 전에) 교사의 부모하고 같이 무릎 꿇어라.”, “일이 커지지 않게 여기서 마무리하자. 길어지면 개싸움되고 선생님만 힘들어….” 학부모들이 교사(敎師)를 상대로 한 협박 사례중 일부분이다. 심지어 어느 숨진 여 교사의 남편은 “학교에서는 어떤 지원도 없이 ‘그냥 조용히 넘어갔으면 좋았을 걸 왜 일을 키웠느냐’는 식으로 오히려 아내의 잘못인 것처럼 방관했다”고 통탄했다. 교사들의 연이은 극단적 선택. 우리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못된 학부모들의 갑질 행태에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65세에 정년퇴직하고 나니 내가 전혀 늙지 않은 거예요. 80세 되어서도 늙었다는 생각 안 했거든요. 90세가 되니까 비로소 늙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1920년 생으로 올해 나이 103세 연세대 철학과 김형석 명예교수는 한 언론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교수는 “인생을 3단계로 보자고 해요. 30세까지는 교육받는 단계, 60세 넘을 때까지는 직장에서 일하는 단계, 60세 넘어서 90세까지는 열매를 맺어서 사회에 주는 단계. 사과나무도 제일 소중한 기간은 열매를 맺고 죽어가는 기간이거든요.” 명언이다.김 교수의 말 대로라면 우
9개월 앞으로 다가온 2024년 4월10일 총선. 투표가 끝나는 오후 6시 유력 방송 출구 조사 결과를 ‘한여름 밤의 꿈’에라도 떠올리게 되면 여야 총선지휘부는 모골이 송연해질 것이다. 기존 정치권에 신물을 느낀 중도층 정치 소비자들이 ‘제3지대’에 표를 몰아주면서 거대양당 지도부 모두 패배의 쓴잔과 맞딱뜨리게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불길한 징조는 최근 여론조사에도 감지되고 있다.한국갤럽이 6월27~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 국민의힘 33%, 더불어민주당 34%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보
30대 후반 미혼 A씨는 서울의 명문사립대 전임교수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고루 갖춘 ‘훈남’이다. 그런 그에 대해 초반에 호감을 가졌던 10여명의 여성들 중 절반가량이 뒤돌아선 이유는 단 한가지, “교수직업과 함께 멋진 남성인데, 왜 정치를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라는 것.교육부·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2022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공히 상위 20위 안에 ‘정치인’(국회의원)은 아예 없다. 모두 순서만 다를 뿐 운동선수, 교사, 크리에이터, 경찰관, 수사관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정치인은
대한민국 15대 대통령을 지낸 김대중(DJ 1924~2009)은 대통령으로 가는 길에 6년 감옥살이, 10년 연금생활에 이어 사형선고까지 받았다. 숱한 고비마다 민주화 동지들의 안전을 조건으로 ‘자신만을 감옥에 가둬달라’고 호소하다시피 했다. 대선 재수생에서 패배 후엔 동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피눈물을 삼키며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수년이 지난 뒤 국내 정치상황이 요동치면서 다시 DJ를 소환한 민심은 대선 3수만에 기어이 꿈을 이루게 했다.인권 변호사 출신으로 16대 대통령을 지낸 노무현(1949~2009)은
“동네목욕탕을 운영하는 B씨. 코로나 확산 이후 손님이 줄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직원도 고용하지 않고, 부부 둘이서 일하고 있다. 가스에, 상수도에, 전기까지 목욕탕에서 많이 쓰이는 공공요금이 다 올라 버리니 고정 비용을 내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본보 1월31일자 ‘현장&이슈’). 치솟는 연료비와 고물가, 바닥경제로 자영업자들이 처절하리 만큼 몸부림치고 있다. 지출대비 수익이 적으면 결국 망한다. 하지만 국회앞 대형빌딩과 수백명의 당직자들을 거느린 거대정당은 놀고 먹어도 절대 망하지 않는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평가합니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치권 인사는 물론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다.2023년 새해 아침이다. 집권 8개월째 접어든 윤석열 정부에 대해 국민들은 어떻게 체감하고 있을까. 실물경제에서부터 일자리, 고금리, 전기료 인상,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집값, 교육정책 등 피부에 와닿는 ‘체감지수’는 천차만별일 것이다.출입기자라고 해서 국정운영 전체를 꿰뚫어 볼 순 없다. 깊고도 광범위한 안목을 다 갖춘 것도 아니다. 더구나 대통령은 물론 수석비서관들과 수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