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장 선거 관련 파행 논란
시의장직 야욕 동시에 내려놓고
시의회 새출발·발전 계기 삼아야

▲ 김두수 서울본부장

올해 104세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 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104년을 돌아보니 민족과 국가를 위해 살아왔다”면서 “큰 그릇은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는 희망”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그릇이 작으면 물을 쏟아내야 빈자리가 생긴다. 큰 그릇은 늦게 형성되지만, 그릇을 크게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10만 대의기관 의장 선출을 놓고 울산시의회에서 펼쳐지는 행태들이 지역을 넘어 서울 여의도에서까지 회자되고 있는 가운데, 김 명예교수의 삶과 어록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는 ‘의장 탐욕’의 해괴망측한 스토리는 장장 3개월간 이어지고 있다. 대낮에 공언했던 서로의 약속들은 야밤을 지나 다시 번복되면서 시민 대의기관이 자기들만의 패거리 놀음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배신과 보복성 언어들로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그들만의 ‘시의장 전쟁’. 이면에선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희한한 행태가 물밑에서 작동한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급기야 위기에 직면한 한 축은 보이지 않는 손을 공개 노출시켜 십자포화를 퍼붓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때문에 ‘여의도 사람’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이곳까지 전해온다.

OECD 선진국을 제외한 어느 후진국의 저급한 토호들이 펼치는 영화와도 유사하다.

여권 지도부의 수습책이 미진한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판국에 당정 갈등까지 겹치고, 가뜩이나 바닥 경제에 삶이 팍팍한 시민들은 허탈을 넘어 분노마저 치민다고 아우성친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에게로 걸려 오는 전화 가운데 일부 풀뿌리와 지역정치권 일각에 대한 각종 관련 제보도 이어지고 있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당사자들에겐 불길한 징조임엔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에서 해법의 최대 공약수는 과연 무엇일까.

거두절미하고 장기 파행의 중심부인 ‘안수일·이성룡’은 시 의장직 야욕을 동시에 포기하는 길이다. 이후엔 누가 차기 의장이 되든 시의원들이 각자 판단할 몫이다. 두 사람의 속내는 법적 소송 비용과 나름 이유를 내세워 억울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시민 여론은 그대들이 또 다른 명분을 내세워 버틸망정, 얄팍한 ‘손익계산’에 의한 개인 영달 이상 이하도 아니라고 못 박고 있을 뿐이다. 시의회 원구성이 여당 소속 19명과 2명의 야당 의원 뒤엔 40%대의 높은 야권 지지자들이 있다는 사실도 가벼이 보고 있는 것 같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정부에 돌아선 울산 여론이 40%를 넘고 있다. 1년 8개월 후 2026년 6월 지방선거 결과가 7대 지방선거(2018년) 보수 참패로 귀결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지역 여권에서 나온다. 김형석 명예교수가 “큰 그릇은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는 희망”이라고 일갈했듯, 지금 울산 여권에선 ‘큰 그릇’이 안 보인다.

여권 안팎에서 정치적·정서적·인간적 비상식적 여러 행태가 겹치면서 배가 산으로 가고 있는데도 사심 없는 리더십 발휘는커녕, 시쳇말로 ‘접시 물과도 같다’는 비난 여론이 적잖다. 그간 의사당 안팎에서 각인된 구태와 관련된 언론보도와 함께 반영구적 증거가 될 SNS 사이버 기록은 자신의 가족과 후세대에까지 두고두고 치욕스러운 과거사로 남을 수도 있다. 나아가 부끄러운 자화상으로 얼룩진 현실에서 껑충 뛰어 여의도의 ‘국회의장’이 된들 무슨 영광스러운 일이겠는가?

104세의 김 명예교수는 “80세까지는 한창 일할 나이”라고 나름 규정했다. 지역 여권과 시의원들의 평균 연령대는 아직도 열정적으로 일 할 50·60대이다. 향후 20·30년 이상 일할 수 있는 그들은 시의장직만이 끝이 아니다. 사회 곳곳에서 더 큰 그릇이 필요한 시점이다. 많이 늦은 감은 있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의장’ 포기선언과 동시에 그간 고통을 준 시민들에게 유감 표명으로 깨끗이 접는 게 최소한의 예의다. 이번 계기가 새롭게 역동적으로 일하는 출발선이 될 것으로 믿는다. 여의도 취재 현장에서 바라보는 필자 역시 어떤 형태로든 그대들의 삶과 동선에 청신호가 켜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두수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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