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9일은 한글날이다. 한글날 행사가 전국에서 이루어지고, 한글의 우수성을 찬양하고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의 위대함을 칭송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에게 한글이 왜 우수한지, 한글의 독창성은 무엇이고 과학성은 또 무엇인지, 한글의 제자 원리는 어떠한지, 세종대왕이 왜 위대한지를 물으면 답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일상에서 한글이 나라말로서 존중받고 널리 사용되고 있는지 물으면 그렇다고 자신 있게 답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사실 한글의 창제 정신이 자주, 애민, 실용이었다는데, 실제로 그랬는지를 따지
나는 내 자식들이 기죽는 것이 싫어서 집에서든 밖에서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한다. 짜증 난다고 물건을 집어 던진 딸에게 재빨리 그 물건을 주워온 엄마가 쩔쩔매면서 그 딸을 달랜다. 뺨을 맞지 않으면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매일 고등학생 아들에게 뺨을 맞는 어머니, 부모의 지위나 재력이 마치 자신의 것인 양 함부로 행동하는 자식들 이야기. 내가 본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2024년 AI 시대에도 우리 사회는 부모의 빽이 여전히 유효하며 오히려 더 강하게 작용한다. 그런 잘못을 보고 분노하거나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그것을 당연하게
중국 제나라의 명재상 관중이 환공을 따라 고죽국을 정벌하러 갔다. 봄에 출발했는데 겨울에 돌아오게 되었다. 지리에 어두운 데다가 날이 저물고 눈보라를 만나 그만 첩첩산중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병사들은 굶주림과 피로에 지쳐 있었다. 이때 관중이 말하였다. “늙은 말의 지혜를 쓰면 됩니다.” 환공이 늙은 말을 풀어 그 뒤를 따라가게 하니 마침내 길을 찾을 수 있었다.노마지지(老馬之智)는 여기( ‘說林’ 상편)서 나온 말이다. 한비자는 이 이야기 끝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지혜롭기로 으뜸인 관중조차도 모르는 것은 늙은 말
사람 중에는 나이가 많은 것을 내세우는 사람도 있고, 굳이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 자신의 이해와 관계된다. 누군가를 나이로 누르거나 누군가에게 대접받고 싶으면 나이를 내세운다. 나이나 기수 등의 수직적 질서 체계가 나름 인정받는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반대로 나이 많다는 것이 자기 이미지나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감추거나 굳이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 젊어지고 싶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도 여기에 한몫한다.노익장이라는 말이 있다. ‘마원전’에 나온다. 후한의 광무제가 동정호 일대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을 좋아한다. ‘위서’ 동이전에, “무리가 모여 밤낮으로 쉼 없이 음주가무를 즐긴다”라고 했다. 정약용은 “입술이나 혀에는 적시지도 않고 소가 물마시듯 목구멍으로 들이붓는다면 어찌 술마시는 정취를 알겠느냐”라고 했다.요즘에는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술집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에 “근세에 와서 사대부들이 호사스러워 마음대로 마시고 여름이면 큰 잔으로 많이 마셔 잔뜩 취할 때까지 마시니 갑자기 죽은 자가 많다”라고 하였다. 술이 얼마나 좋았으면 많이 마셔서 죽은 사람이 많다고 했을
몇 년 전부터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기 시작하더니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다. 가끔 한 올씩 빠지던 것이 시나브로 양이 늘었다. 은근히 신경 쓰이다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게 되었다. 특히 머리를 감을 때 빠진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보일라치면 머리 감기가 싫어질 지경이었다. 언젠가 일부러 2~3일 머리를 감지 않았던 적이 있다. 그리고 머리를 감았더니 머리카락이 더 많이 빠졌다. 그 이후로는 꼬박꼬박 머리를 감았다. ‘육반(六反)’에 ‘정사(政事)를 하는 것은 마치 머리 감는 것과 같아 비록 머리카락을 잃어버리게 되더라도 반드
세상에는 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정작 아는 사람은 드물다. ‘명무소용(明無所用)’이라는 말이 있다. ‘위학’편에 나오는 말이다. 원문은 ‘아는 것이 분명하지 않으면 행동할 수가 없고, 행동함이 없으면 아는 것이 쓸모가 없다(非明 則動無所之 非動 則明無所用)’이다.본래 에서 풍괘(豊卦)의 초구효(初九爻)를 설명하면서 하괘가 명(明)이 되고 상괘가 동(動)이 되는 것을 말한 데서 비롯되었다. 여기서 명은 명지(明知)로 분명히 아는 것이며, 동은 행동하는 것이니, 앎과 행동이 서로 어울려 나아가야 한다는 뜻이
진(晉)나라 문공은 이름을 중이(重耳)라고 하는데, 제나라 환공에 이어서 춘추시대의 두 번째 패자가 된 인물이다. 그는 헌공의 둘째 아들로 출생하였다. 헌공의 후처로 들어온 여희의 계략에 빠져 형인 신생이 사망하고 자신은 진나라를 떠나 적나라로 망명했다. 헌공이 죽고 마침내 여희의 아들이 왕위에 올랐지만, 측근에 의해 살해되고 중이의 동생 이오(혜공)가 왕위에 올랐다. 하지만 중이는 이오의 견제로 진나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고 자객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제나라로 달아났다. 혜공이 죽자 19년간의 긴 망명 생활을 마치고 마침
조선의 열 번째 임금 연산군은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고 혀는 몸을 베는 칼’이라는 뜻의 목패를 만들어 조회에 참석하는 신하들의 목에 걸도록 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연산군이 인용한 시는 풍도의 로 전문은 “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 閉口深藏舌 安身處處牢(입은 화를 불러들이는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니 입을 닫고 혀를 깊숙이 감추면 네 몸이 가는 곳마다 편안하리로다”이다.풍도는 중국의 5대 10국 시절 다섯 나라 여덟 성씨를 가진 11명의 임금을 섬기면서(五朝八姓十一君) 20년 동안 재상을 지낸 세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자비의 화신인 관세음보살은 천 개의 눈으로 고난에 처한 중생을 빠뜨리지 않고 다 보아 주시고, 천 개의 손으로 어떤 중생의 상처도 다 어루만져 준다. 그래서 우리는 힘들거나 어려울 때 관세음보살을 찾는다. 관세음보살과 함께 우리나라 불교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보살이 지장보살이다. 지장보살은 모든 중생이 빠짐없이 성불하기 전에는 자신도 절대 성불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이것이 누군가 죽었을 때 남은 사람들이 절을 찾아서 지장보살을 외치는 이유이다. 현실의 죄나 고통을 없애 주는 보살로서는 관음보살이 으뜸이고 죽은 뒤의 육도윤회나 지옥
동양 의학사에 있어서 실존했던 의사로 가장 유명한 인물이라면 누가 뭐라 해도 중국 전국시대의 명의 편작(扁鵲)이다. 편작은 환자들을 평등하게 대한 것으로 유명하다. 신분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환자를 가리지 않고 병을 고쳐주었다. 하지만 세도를 믿고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아니꼽게 여겼고, 도의를 저버리고 재물을 탐내고 사람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의 병은 보지 않았다.위(魏)나라 군주가 편작에게 “당신 3형제는 모두 의술에 뛰어나다는데, 대체 누가 가장 의술이 뛰어나오?”라고 물었다. 편작은 “큰 형
세금 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렇더라도 내지 않을 수 없는 게 세금이다. 사실 세금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하다. 세금이 없으면 국가가 존재할 수 없으며, 그렇게 되면 우리의 삶을 편안하게 유지하게 하는 국가의 많은 기관도 없다. 따라서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도 세금은 꼭 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세금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더러는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는 데 있다.고대 동양에서 세금은 국가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국가가 치수를 잘해주고 약탈 등으로부터 보호해 주었기에 농사를 잘 지을 수 있
위나라 무후가 신하들과 회의를 했는데, 자신의 의견이 가장 옳고 어떤 신하도 그에 미치지 못했다. 무후는 회의가 끝난 뒤 조정에서 물러 나오며 얼굴에 희색이 가득했다. 오기가 나아가 말했다.“초 장왕이 신하들과 회의를 했는데, 자신의 의견이 가장 옳고 어떤 신하도 장왕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장왕은 회의가 끝난 뒤 조정에서 물러 나오며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습니다. 이를 본 신하 무신이 까닭을 물었습니다. 장왕은 ‘옛말에 자기보다 나은 스승을 얻으면 천하를 다스리고, 동지를 얻으면 패업을 이루며, 자기만한 이를 얻으면 나라를 겨우 지키
나의 박사학위 논문은 전란을 겪은 사람들의 생애 기록물의 장르적 성격에 관한 것이다. 나는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전란을 겪은 사람들의 기록물, 특히 인물전(人物傳)을 찾고 번역하고 분석했다. 내가 읽은 작품이 1000여 편 되고 그중 전란 관련 작품이어서 번역한 작품이 150여 편이다.전란 전(傳) 작품 중에는 특히 열녀전이 많았다. 사연도 다양했는데, 대부분 참상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읽는 내내 가슴 아팠다. 적의 겁탈을 피해서 달아나거나 숨은 여인들, 그 여인들이 제 발로 나오게끔 하기 위해 갓난아이의 목숨을 위협하는
“전쟁을 잘하는 자는 적을 끌어들이지, 적에게 끌려가지 않는다”라고 했다. 모름지기 리더라면 마음을 비워서 기다릴 줄 알아야 하고, 부하들이 자기의 재능을 다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한비자는 ‘군주가 자신을 내비치지 않으면 의견이 있는 자들이 스스로 말하게 되고, 일하는 자들의 공적이 저절로 드러나게 된다’고 했다. 노자는 ‘지나친 말과 행동은 자신에게 독이 될 수 있다’고 했다.에 ‘허실(虛實)’이라는 말이 나온다. 힘이 잘 모인 상태가 ‘실’, 그 반대가 ‘허’다. 충분히 대비가 있는 것을 ‘실’이라고 하고, 대비가 되
동남아시아에는 원숭이가 많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술라웨시섬에는 희귀한 원숭이가 많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술라웨시 주민들이 원숭이 고기를 관광객들에게 파는 것 때문에 당국이 골치를 앓는다고 한다. 이 희귀 원숭이들이 멸종의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술라웨시의 원숭이 사냥꾼들은 나무에 원숭이가 주먹을 펴야만 손을 넣을 수 있을 정도의 조그만 구멍을 파거나 호로병을 걸어놓고 그 속에 원숭이가 좋아하는 쌀을 넣어 놓는다. 그러면 원숭이는 나무에 손을 넣고 손 가득히 쌀을 움켜쥔다. 이때 숨어 있던 사냥꾼이 원숭이를 잡기 위해 다가온다. 원숭
‘잘 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이고 듣는 말이다. ‘나는 너에 대해서 잘 아는데…’ ‘그것에 관해서는 내가 잘 아는데’, 그런데 저렇게 말하는 사람은 진실로 잘 알고서 하는 말일까. 장자는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知者不言),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言者不知)’라고 했다. 천도(天道)편 마지막에 나온다.춘추전국시대 때 제나라 환공이 당상에서 책을 읽는데 당하에 있던 윤편이 수레바퀴를 깎다가 환공에게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어떤 거냐고 물었다. 환공이 성인(聖人)의 말씀이라고 하자 윤편은 그 책은 ‘고인조백(故人糟魄)
겉이 달라졌다고 해서 속까지 달라진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을 가리켜 ‘양포라는 사람의 집 개’라고 한다. 중국 전국시대의 유명한 사상가 양주(楊朱)에게는 양포(楊布)라는 동생이 있었다. 어느날 양포가 아침에 나갈 때 흰옷을 입고 나갔는데, 돌아올 때는 검정 옷으로 갈아입고 들어왔다. 집에 있는 개가 낯선 사람으로 알고 마구 짖어대자 양포가 화가 나서 개를 때리려 했다.형 양주가 양포를 타일렀다. “개를 탓하지 마라. 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일 너의 개가 조금 전에 희게 하고 나갔다가 까맣게 해 가지고 들어오면 너는 이상하게 생각
갑진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연말연시에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이 무수히 오고 갔다. 그런데 복 받으라는 말과 실제로 복을 받는 것은 다르다. 실제로 복을 받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변화가 필요하다. 변화는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로부터 시작되며 자기의 잘못을 찾아서 고치는 데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 속담 중에 ‘잘되면 내 탓, 잘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속담이 있다.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될뿐더러 인간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대표적인 한국인의 의식을 담고 있다.중국 하나라 우 임금 때, 제후인 유호씨가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왔다.
노자는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데서부터 시작하고 큰일은 반드시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라고 하면서, ‘천 길의 높은 둑도 땅강아지와 개미구멍에 의하여 무너지고 백 척의 높은 집도 굴뚝 사이로 새는 연기로 인해 타버린다’라고 했다. 63장에 나오는 말이고 ‘유로’에 나오는 말이다. ‘자도’ 편을 보면, 공자가 애제자 자로를 훈계하면서 본시 장강은 사천 땅 오지에 자리한 민산(岷山)에서 시작되는데, 그것이 시작될 때의 물은 겨우 술잔 하나를 띄울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양이다고 했다.처음부터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