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철호 한국지역문화연구원장·문학박사

나는 내 자식들이 기죽는 것이 싫어서 집에서든 밖에서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한다. 짜증 난다고 물건을 집어 던진 딸에게 재빨리 그 물건을 주워온 엄마가 쩔쩔매면서 그 딸을 달랜다. 뺨을 맞지 않으면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매일 고등학생 아들에게 뺨을 맞는 어머니, 부모의 지위나 재력이 마치 자신의 것인 양 함부로 행동하는 자식들 이야기. 내가 본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2024년 AI 시대에도 우리 사회는 부모의 빽이 여전히 유효하며 오히려 더 강하게 작용한다. 그런 잘못을 보고 분노하거나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렇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하는 부모들도 있다.

초기 이 땅의 기독교인들은 조상을 추모하는 제사를 우상 숭배라고 배척했다. 조선의 성리학자들은 주자의 학설이 아니면 모두 이단이라고 배척했다. 요즘의 정치인이나 연예인들의 팬클럽 사람들은 우상 숭배자처럼 행동한다. 그런데 현대 한국 사회에서는 우상 숭배의 대상이 하나 더 늘었다. 자식이 그것이다. 다른 우상 숭배와는 달리 비판 없이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우상 숭배는 대체로 절대성과 배타성을 지닌다. 자기들만 절대화하고 당연시하며, 나와 다른 것은 무시하거나 배척한다. 자식 숭배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잘못 없이 고통받거나 기회의 불평등으로 좌절하고 절망하는 또 다른 자식들을 만든다.

어른들은 자기 자식에게는 “나이가 어리니 그럴 수 있지요?” 또는 “어린 것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라면서도, 남의 자식들에게는 “요즘 어린 것들은 문제가 많아요. 나이 어리다고 절대 봐주면 안 됩니다”라고 한다. 자식을 대하는 부모의 이런 태도는 자식들에게 ‘나는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라는 생각을 지니게 한다.

도덕 불감증과 죄의식 없는 태도는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 사회 통합을 방해한다. 세상사가 그렇다. 남에게 고통을 주면 반드시 그 고통이 나에게 오고 사회의 통합을 방해하면 그 피해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간다. 모두가 조화롭게 살아가는 대동 사회를 꿈꾼 공자나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외친 예수는 오늘날의 자식 숭배를 어떻게 생각할까? 자식 숭배, 이제는 그만두어야 할 폐습이다.

송철호 한국지역문화연구원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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