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뜨겁다. 하지만 분노든 열정이든 마음에서 솟아나는 열기만큼은 못할 것이다. 누명을 쓰고 재판정에 나섰을 때 두아는 감히 하늘과 땅을 원망한다. 두 줄기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며 ‘해와 달은 아침 저녁으로 내걸리고 귀신은 생사여탈권을 쥐었도다. 천지시여 맑고 탁한 걸 가려 주셔야지 어쩌자고 도척과 안연을 혼동하시나이까. 선행을 베푸는 이는 헐벗고 수명마저 짧은데 악행을 저지르는 자는 부귀를 누리고 장수까지 하다니요. 천지시여, 강자를 겁내고 약자는 깔보시니, 이거야말로 물 흐르는 대로 배를 내맡기는 꼴이로군요! 땅이시여, 좋
2024년 파리 올림픽도 어느덧 중반을 지나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우리가 스포츠에 관심을 두고, 특히 올림픽에 크게 주목하게 된 계기는 바로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이 아니었나 싶다. 서울에서 개최된 최초의 국제 스포츠 경기는 1980년대 초에 출범한 군사정권의 비민주성을 포장하는 데 최고의 선전도구로 활용되었음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이러한 국제 스포츠 경기를 유치, 개최를 앞두고 한국의 민주화와 개방으로의 목소리가 분출되는 여건이 조성되었으며, 이를 무단히 막아내기에는 올림픽과 같은
정부의 26개 부처가 개별법에 근거를 두고 운영하는 국가전문자격은 176개 종목에 이른다. 이 중 변호사, 법무사, 세무사, 공인회계사 등 비교적 잘 알려진 자격이 있는 반면에 나무의사, 가축인공수정사, 낙하산 전문포장사, 가맹거래사 등 그리 익숙하지 않은 전문자격도 있다. 이러한 전문자격은 대개 해당 법률에서 요구하는 시험에 합격해야만 되는데, 이 중 상당수는 공직 경력자에게 해당 자격시험의 일부 과목을 면제하는 혜택을 주고 있다. 공직을 통해 습득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활용하고 공직에 대한 선호도를 높인다는 장점을 이유로 한 듯하
기상청은 지난 2023년 하반기에 집중호우와 극한호우에 대한 정의를 재정립한 바 있다. 집중호우란 1시간에 30㎜ 이상 또는 하루에 80㎜ 이상의 비가 내리는 경우를 얘기하는 반면, 극한호우(Extreme Rainfall)는 시간당 강수량이 72㎜ 이상인 경우 또는 1시간 누적 강수량이 50㎜ 이상인 동시에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 이상인 경우로 정의했다. 이에 대한 기준과 근거는 호우로 인한 피해의 약 80% 이상이 극한호우 상황 이상의 경우에 발생한 것에 기초하고 있다. 기상청에서는 극한호우가 불러올 수 있는 피해를 줄이고
‘검사들이여 더욱 분노하라, 민주당의 검사 탄핵은 이재명 방탄을 위한 발악이다. 고작 이프로스(검찰 내부망)로 성토할 때가 아니다. 행동으로 보여라. 법치와 정의를 수호하라….(이하 생략)’ 서울중앙지검 정문앞 현수막에 쓰여진 자유대한호국단의 외침이 예사롭지 않다. 행동으로 보이라는 것은 어떻게 하라는 의미인지, ‘검사 탄핵을 탄핵한다’는 뜻은 아닌지 자못 궁금하다.지난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사 등에 대한 탄핵안 발의에 검찰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검찰총장은 ‘수사 방해 탄핵이고, 다른 검사들에게 본보기를 보여
봄이 지나고 장마철이 다가왔다. 장마철의 필수 아이템은 뭐니 뭐니 해도 우산이 될 것이다. 잠깐잠깐 쓰는 물건이라 저렴한 일회성 우산을 찾는 경우도 많은데, 그러한 우산으로는 예전 파란색 얇은 비닐이 씌워진 나무 우산에서 최근에는 투명 비닐로 된 가벼운 금속제 우산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고급우산도 있고, 여러 기능성 우산들도 개발되고 있다. 예컨대 빗물이 안 떨어지게 거꾸로 세우는 우산도 있다. 차 탈 때 비 안 맞게 하는 우산 발명이 많이 시도되고 있지만 아쉽게도 딱히 효과 있는 것은 본 적이 없다.우산과 관련해 무슨
사회 전반적으로 유교적 정서가 많이 퇴색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 영향력은 의연하고, 망인의 분묘를 대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도 각별하다. 그러다 보니 국가 사업하다가 분묘가 나타나면 그 처리를 두고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한국수자원공사는 구미시 해평면과 산동면 일대에 282만평 규모의 하이테크밸리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그 사업구역 안에는 A종중이 자기 종중원들의 묘지라고 주장하는 235기의 분묘가 산재해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이 분묘들이 정당하게 개장(改葬)되기 전까지는 사업을 이어갈 수 없게 되어 큰 장애가
중학교 동기회나 동창회가 조직되어 정기적으로 모임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고교 동문회는 어느 학교나 활발하다. 대학 동창회는 성년이 되어 함께 했던 시기라 잘 되는 편이다. 초등 동기회는 나름대로 치기어린 순수한 마음들이 모여서 그런지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제법 잘 된다고 한다. 다른 견해도 있겠지만 실상이 그런 것 같다. 나의 경우 드물게도 중학교 동기생 모임이 비교적 활발하고 전체 동창회가 조직되어 있어 10년전 나도 동창회장을 맡아서 봉사했고 지금도 울산과 서울에서 동기생들과 정기적으로 만난다. 이런 모임은 나이와 무관하
미래 모빌리티 산업은 급속한 탈탄소 전동화로 발전하고 있다. 전동화의 요체는 에너지원에 있으며, 그 중심에는 이차전지가 우뚝 솟아있다. 현재 모빌리티 및 관련 모바일 디바이스에 소요되는 이차전지 시장은 연평균 15% 이상의 성장률로 2035년에는 지금의 5.6배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한 가장 큰 수요는 전기차에 있으며, 전기차의 급격한 증가와 재생에너지 시스템의 보급 확대는 우리의 환경과 에너지 미래에 대한 대전환을 시사하고 있다.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발전은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는데, 바로 이차전지의 재활용과 처리이다.
경찰수사권 독립과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 등으로 경찰의 권한은 강화되었지만, 갑작스러운 형사 사법절차의 변화로 일선 경찰관들은 업무량 과다를 호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하여 국민이 현저히 지연된 수사절차에 대해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나아가 지나치게 지연된 사법절차로 정의가 왜곡되는 현상도 나타난다.사기를 당해 고소했는데, 수개월이 지나도록 수사가 진척이 없는 데다가 어떻게 된 일인지 알려주지도 않아 답답함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의외로 상당하다. 경찰수사규칙 제11조는 사법경찰관이 고소, 고발 등으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씀을 가끔 들었다. ‘노력하면 하늘도 감동하여 도와 줄 것이니 열심히 공부하라’는 뜻으로 하신 말씀이다. 이신론자(理神論者)인 벤저민 프랭클린이 어느 해 연감에서 ‘사람이 스스로 자신을 도울 수 없다면 그 사람은 하나님과 상관없이 가망없다’는 의미로 이 말을 썼다는데 진인사대천명도 비슷한 의미다.하지만 세상사가 노력으로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운칠기삼이라고 운이 좋아야 한다. 어쩌면 노력하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 운일지도 모른다.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 판단과 선
그 뜨거웠던 22대 총선도 끝을 장식했다. 미래지향적 정책이나 계획보다도 역대급 막말과 비난으로 가득했던 선거, 그리고, 과열됐던 선거전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사전 여론조사를 통한 지지율, 당선 가능성에 대한 예측이 난무했던 선거였다. 그만큼 박빙의 접전과 경쟁이 엎치락뒤치락 거듭했던 반전의 연속이었다.선거와 통계는 현대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 정치적 결정과 사회적 변화를 이해하고 예측하는데 필수적이다. 선거는 국민이 정치적인 리더나 정책을 선택하는 과정으로,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중 하나이며, 통계는 데이터를 수집
공무원 A씨는 직장에서 근무평정을 지속적으로 상위등급을 받고 실제 승진도 빨랐다. 이런 A씨가 육아휴직 후 복귀하니 근무평정은 관행에 따라 최하위 등수로 매겨졌다. B씨는 육아휴직 전에는 근무평정을 잘 받아서 승진후보 명부에서 2번이었는데, 복직 후에 5번으로 밀려나 결국 승진이 2~3년 이상 늦어지게 되었다. C씨는 아이를 세 명을 낳았는데, 쌍둥이(둘째와 셋째)가 미숙아로 태어나 잔병치레가 많고, 산모도 몸이 좋지 않아 3년간 휴직했는데, 그중에서 1년간만 휴직 수당이 나와 큰 어려움을 겪으며 육아해야 했다. D씨는 육아휴직에서
시민의 입장에서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제22대 총선을 바라본다. 정당 공천이 거의 마무리되었다. 여당인 국민의 힘의 보수적인 공천에 반해 민주당은 탈당 사태가 보여주는 것처럼 사천 내지 사당화 공천을 했다는 비판이 있다. 여당의 공천에 대해 현역 물갈이의 감동이 없다는 평가도 있다. 정당이 출마 후보를 공식적으로 추천하는 일은 시스템에 따르는 것이 정도다. 공천 받으면 당선이 보장되는 소위 텃밭에서 경선을 하지 않거나 객관적인 시스템 공천을 하지 않는 것은 민주적인 정당 정치에 반한다.무소속 출마는 가시밭길이다. 현역임에도 정당 공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 초 서울·경기·인천 수도권 인구는 2601만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섰다. 국토의 11.8%에 불과한 지역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인구가 집중되어 있다. 또 다른 통계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118개(52%)가 지역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었고, 초저출생 영향으로 올해 전국 6163개 초등학교 중 2.5%에 해당하는 157개 학교에는 입학생 0명으로 입학식조차 치르지도 못한 실정이다. 더불어 전교생 60명 이하, 한 학년 평균 학생 수가 10명 이하인 ‘작은학교’는 2023
인간사에서 갈등은 일상이다. 성가시지만 우리 삶에서 피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갈등이 생기면 사람들이 먼저 재판을 떠올린다. 소장을 작성해서 법원을 찾아 명쾌한 결론을 받아보려고 한다. 그런데 판사는 당사자를 불러 판결은 하지 않고, 뜻밖에 조정하는 것이 어떻냐고 제안한다. 왠지 판사가 상대편을 편들려는 건가 싶기도 하고, 재판하기 싫어서 저러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판사는 소송을 통해 분쟁을 소모적으로 이어가기보다는 서로 양보해서 원만하게 갈등을 해소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조정은 민사나 가사뿐만
이스라엘 당국이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공격계획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것이 하마스와 이스라엘 전쟁의 한 배경이 되었다고 한다.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부패 재판과 관련해 방탄용 입법으로 사법부 무력화를 시도했고 그에 대한 반대시위가 계속되는 혼란속에서 하마스가 기습했다. 국민 76%가 총리 퇴진을 원한다는 여론조사가 있는 가운데 정부의 정책 결정을 사법심사로 뒤집을 수 있는 대법원의 권한을 폐지하려던 네타냐후의 사법부 개정 기본법은 대법원에서 무효화됐다. 민주국가에서도 권력 분립과 사법권 독립은 늘 긴장속에 놓여 있는 것 같다.최근
대한(大寒)의 동장군은 물러갔는가. 참으로 매서운 한겨울 추위도 마치 한순간 지나간 듯하다. 해마다 양력으로 2월 3~5일경에 입춘이 들어선다. 입춘은 24절기의 시작으로 봄이 들어서는 절기를 나타내며,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면서 태양의 황경(黃經)이 315도에 드는 때를 가리킨다. 이때 태양의 직선이 적위 0도를 지나게 되어 남반구에서는 가을이, 북반구에서는 봄이 시작된다. 입춘은 음력으로 주로 정월에 드는데, 입춘에는 동풍이 불고, 얼음이 풀리며 동면하던 벌레들이 깨어난다고 한다. 입춘은 24절기 가운데 첫 절기로 이날부터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번 달 12일 울산 중구에 있는 근로복지공단 본부에서 ‘공공부분 악성민원 사례·대응방안 간담회’를 가졌다. 필자 역시 울산 사람이라 이런 의미 있는 간담회를 울산에서 여는 것이 내심 반가웠다. 장소가 울산으로 결정된 데는 근로복지공단에 많은 민원이 접수되고 또 그 강도가 강하다는 점과 구체적인 사례가 있었다는 점이 고려되었다.민원인 A씨는 자신의 민원에 만족스러운 답변을 내놓지 않는다는 이유로 약 15개월 동안 근로복지공단에 1802건의 민원을 제기했고 이를 이유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민원인
올해도 여전히 나름의 치열한 대학입시가 치러지고 있다. 수시모집 등록기간이 이번 주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최근 입시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의대, 의예과 지원이다. 최근 20여 년간 이어온 의과대학 선호도가 가장 극에 달한, 그리고 의과대학 정원 증원이 격렬한 논쟁의 소용돌이에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1970~80년대를 되돌아보면 당시 공업 중심의 사회부흥 전략이 국가적으로 전개되면서 기초과학(물리학, 화학 등)과 공업학문(전자공학, 화학공학, 조선공학, 금속공학 등)이 초강세였다. 그 당시 인재들이 기초과학과 공학에 몰렸기에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