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육아도 ‘업무의 연속’ 인식 전환
공직사회, 승진심사 가점 등 제도 개선
저출산 극복의 또 다른 계기 되길 기대
공무원 A씨는 직장에서 근무평정을 지속적으로 상위등급을 받고 실제 승진도 빨랐다. 이런 A씨가 육아휴직 후 복귀하니 근무평정은 관행에 따라 최하위 등수로 매겨졌다. B씨는 육아휴직 전에는 근무평정을 잘 받아서 승진후보 명부에서 2번이었는데, 복직 후에 5번으로 밀려나 결국 승진이 2~3년 이상 늦어지게 되었다. C씨는 아이를 세 명을 낳았는데, 쌍둥이(둘째와 셋째)가 미숙아로 태어나 잔병치레가 많고, 산모도 몸이 좋지 않아 3년간 휴직했는데, 그중에서 1년간만 휴직 수당이 나와 큰 어려움을 겪으며 육아해야 했다. D씨는 육아휴직에서 복귀했는데, 휴직하고 왔다고 원거리 근무지로 발령해 종전 출퇴근 거리가 20여 분에서 50분 이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이런 예들은 실제 사례들을 소개한 것이고, 그나마 제도가 갖추어진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초저출산 사회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많은 정책을 세우고 노력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1971년 출생아 수는 102만명이었는데, 2022년에는 그 수가 24만명에 미치지 못한다. 2022년 사망자 수가 37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해 무려 12만명의 인구가 줄어들었다. 이런 저출산 기조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게 만들어 결국 국가 산업도 위축된다. 생산업의 중심에 있는 산업수도 울산도 관내 많은 중소기업이 노동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음이 자명하다.
그간 변화도 있었다. ‘남자가 아이를 낳느냐’면서 남성의 육아휴직을 못마땅해하던 문화는 많이 사라졌다. 실제 남성의 육아휴직 비율이 증가해 2017년에는 전체 육아휴직의 8.1%에 지나지 않았는데, 2022년에는 그 수치가 24.6%까지 상향되었다. 또 국민 90.7%가 업무 복귀를 할 때 근무평정에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초저출산을 극복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출산율이 낮은 것은 아직도 인식의 전환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로 보인다.
초저출산 문제를 중요한 사회문제로 인지하면서도 당장 일할 직원이 육아휴직을 해서 업무에 지장이 초래되면 ‘혹시 빨리 복귀해주지 않나’라며 기다리게 되는 것이 동료들의 심정이 된다. 제도적 미비나 예산 부족으로 충원을 기대할 수 없으니 동료만 애타게 기다린다. 휴직이라는 개념은 일정한 사유로 직무에 종사할 수 없는 경우에 면직시키지 않고 그 신분을 보장해 준다는 시혜적인 의미가 있고, 또 그 안에 ‘쉰다(休)’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니 기다리는 사람들은 빨리 돌아오길 기다리고, 육아하는 사람도 쉬고 있다는 죄책감에 불편하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출산과 육아가 업무의 연속’이라는 과감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예 이참에 ‘출산·육아 휴직’이라는 말 자체를 없애고 ‘출산·육아 근무’나 그 유사의 단어를 조어(造語)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러한 인식 아래 우선 공무원 사회부터라도 출산과 육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보자는 취지에서 파격적인 제도개선을 제안했다. 근무보다 출산과 육아가 더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사고로 복귀하는 사람에게 복귀 전 등급 이상이나 최상·차상의 등급을 부여하도록 하는 방법, 승진심사에 오히려 가점을 부여해 승진에 유리하도록 하는 방법, 복귀 시 육아에 유리한 근무지로 전보하는 방법, 육아 중인 공무원에게 근무경력이 짧아도 더 크게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방법 등등이다. 비록 사경제 주체인 기업에 이러한 제도를 바로 제안할 수 없는 한계는 있으나 우선 공무원 사회만이라도 수용하면 그 취지가 사기업으로까지 전파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이다. 모쪼록 초저출산을 극복하는 또 다른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