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정초인사 같았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크기와 종류를 달리하며 쏘아 대는 미사일들은 우리 긴장의 끈을 수시로 당겨준다. 그러나 해프닝이 반복될 수록 점점 더 짧아지는 뉴스 코멘트와 형식적인 정부 성명은 일상화된 대한민국의 흔한 풍경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전쟁은 안 일어나겠지…, 괜찮을까 우리의 안녕은.2월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이상하리라 만치 기대도 성적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바로 옆 나라에서 열리고, 특히 우리는 지난 2018 동계올림픽 개최국인데도 왜 관심이 낮을까? 금메달 2개, 종합
10월의 마지막 주말 믿을 수 없는 참사가 일어났던 이태원. 어느덧 한 달이 되어간다. 그러나 감당하기 힘든 상실감은 아직 아물지 못했다. ‘제발 이번만은…’이라고 기도했던 바람도 아랑곳없이, 진즉에 정쟁의 도구가 되어버린 참사는 이제 그 끝을 모른다. 이 글은 특정 정권, 정치세력을 비난 또는 옹호하는 내용이 아님을 미리 밝힌다.희생자 명단을 공개하네 마네, 근조 리본을 뒤집어 패용케 한 이유가 어떠하네, 놀러간 사람들이 잘못 했네 아니네, 지난 정권에서는 인파를 관리 했네 안 했네, 책임의 범위와 처벌 대상은 어디까지, 누구까지
중동 바레인으로 가는 길, 인천공항에서 선물을 골랐다. 대한민국의 고유성을 어필하고자 전통 공예품 매장에서 고려시대 구름 문양을 자개로 입힌 조그만보석함을 골랐다. 직원이 포장하는 동안 바레인 친구 부부가 보자기를 풀고 감탄할 표정을 상상하니 뿌듯했다.찾아보니 자개의 영어표기는 mother of peal이다. 뭔가 한국을 지칭하는 단어가 들어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흠. 아무튼 바레인에 도착한 저녁, 선물과 함께 열심히 우리나라 고유의 자개전통 공예를 설명했다. 그런데 다음날 찾은 바레인 국립 역사박물관에서 깜짝 놀랐다. 바레
막 시작한 새 자동차디자인 프로젝트로, 곧 중동 바레인을 다녀오게 된다. 그 프로젝트의 클라이언트는 필자가 한국인인 것을 참 좋아한다. 처음 미팅 때 한국인은 근면 성실하고, 정직하고 착하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맡기는 데 전혀 걱정이 안된단다. 땡큐. 나라덕에 일이 수월하게 됐다. 내가 대한민국 국민인 게 뿌듯했다.한국인의 특성을 그리 좋게(?) 인식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클라이언트의 대답은 중동의 인프라 건설과정에서 한국기업, 한국인들의 역할이 매우 크기 때문이란다. 1970년대부터 이미 50년 넘게 쌓인 ‘코리안 컴파니’ ‘코리
지난 7월, 도시별 3~4일의 짧은 일정으로 밀라노와 브뤼셀, 뉴욕과 엘에이를 다녀왔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의지와 상관없이 도시마다의 자동차, 패션, 건축물, 광고가 나의 두 안구 속으로 물밀듯 쏟아져 들어왔다. 디자이너의 직업병이다.COVID19 이후의 풍광은 예전 그대로 친숙한 모습도 있고 달라진 낯선 모습도 있다. 4개 도시를 포괄하는 변함없는 현상 하나는 ‘끝없는 다양함의 향연!’이었다. 벨기에에 들렀던 음악축제에 한정하지 않는다. 밀라노, 브뤼셀, 뉴욕과 엘에이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유형별 그루핑(Grouppin
자동차디자인 관련 일로 이탈리아 모처에 들렀다. 한 세미나가 흥미를 끌었는데, 모터쇼 즉 콩쿠르델레강스(Concourse d‘ elegance 우아함의 경연)의 의미가 재미있었다. 100여년전 자동차 전시회가 시작되었는데, 당시 출품된 자동차들은 하나같이 꽃으로 뒤덮여 있었다.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의 혼란이 원인이었다고 한다. 낯설고 생소한 자동차라는 신문물의 아름다움을 파악하기보다, 익숙하고 보편적인 아름다움이 더 친근했기 때문이란다.화려한 문양조각으로 장식된 중세·근대 마차의 연장선상에 자동차가 있었다. 자동차 고유의 형태나 구
언더그라운드, 하우스·테크노라는 음악장르가 있다. 세계적으론 엄연히 존재하는 음악의 한 축이지만, 우리나라에선 마이너리그다. 상업적인 음악인 팝(k-pop)이나 힙합, EDM, 심지어 트로트보다 인기가 없어 대접받지 못하는 음악이다.지지난 주말 에어하우스라는 음악행사에 다녀왔다. 자그마치 강원도 춘천 교외 산속에서 금요일 2시부터 일요일 2시까지 열린, 48시간 논스톱무대다. 뮤지션들이 릴레이 형식으로 공연하고, 관객들은 자유롭게 좋아하는 무대를 찾거나 쉬고, 음식도 사 먹는다. 흡사 놀이공원이다.여느 음악축제와 다른 점은 비주류
“이 멋진 모델을 디자인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보고 싶습니다.” 거구의 회장이 글로벌 디자인 총 책임자에게 물었다. 디자인 총책임자 옆에 서 있던 디자인센터장이 뒤쪽 한 사람을 손짓해서 불러낸다. “이 친구가 메인 디자이너 입니다. 입사한지 1년도 안 된 젊은 친구입니다.” “미스터 정, 릭 웨고너 회장님께 인사하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회장님.” 꾸벅 인사하는 사람에게 회장이 말했다. “이런 멋진 차를 디자인해줘서 고맙습니다. 우리 GM은 당신처럼 젊은 디자이너들을 더욱 많이 키워내야 합니다.”2006년 이른 봄날 GM의
한국의 이름난 수산물 중 하나, 굴. 산지로 유명한 통영의 제철 생굴은 얼마나 신선하고 맛있는지 모른다. 만원짜리 한 박스에 수십개 든 우리 굴은 가격도 너무 싸다. 레몬을 곁들여 샴페인과 찰떡 궁합인 석화를 떠올리니, 글을 쓰는 지금 침이 고인다.언젠가 프랑스에서 굴을 먹었다. 각얼음 쌓인 큰 접시에 작은 굴 고작 6개 얹어서 무슨 보물단지 옮기듯 하는 웨이터의 서빙에 코웃음쳤다. 미팅자리 사람들에게 한국의 굴을 아느냐, 훨씬 싸고 신선하고 더 크고 맛나다고 자랑했다. “오, 정말이냐?”, “몰랐다!”, “한국가면 꼭 굴부터 먹겠
부산 해운대 한 바닷가 건축물을 디자인 중이다. 콘크리트와 유리로 전면은 층마다 방향을 틀고, 측면은 간결하게 입면을 구성했다. 지자체의 건축심의에서 지적받은 부분이 두가지. 하나는 측벽이 너무 단조로워 입체적인 돌출면을 만들라는 것. 다른 하나는 옥상 조경이 너무 단순하니 식재와 데크, 화단 그래픽 등 레이아웃 요소를 다양하게 넣으라고 했다. 건축사와 협의를 통해 설계를 소폭 변경해서 심의를 통과했다. 필자의 눈엔 개악이다.울산의 건축관련 위원회에서 심의도 맡고 있다. 디자인분야 위원으로 참 어려운 상황이 종종 있다. 주상복합 건
K팝, K영화, K드라마, K푸드, K뷰티, K방역. 선진국 대한민국을 온 지구에 증명하는 단어다. ‘K’는 영문표기 Korea의 알파벳이니셜이다. Korea는 1000년 전 왕국 ‘고려’가 유럽에 알려진 이름이다. 시간으로나 체제로나 대한민국을 뜻하기보다 지리적 명칭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말로 ‘고려’라 하지 않고 ‘대한민국’이라 부른다. 영문 정식 명칭도 ‘공화국’을 붙여 Republic of Korea다.대통령 국빈방문을 떠올려본다. 박근혜 대통령 2013년 영국 순방에는 붉은 군복 검정 털모자 근위병과 버킹검 궁전으로 가는
필자는 2020년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9가지 통찰력’이라는 주제로 칼럼을 썼고, 지난해에는 여러 영역의 변화 ‘Trans-’에 대한 칼럼을 썼다. 성찰과 변화에 이어 올해는 외부의 영향력을 주제로 삼는다.Outsight. 아웃사이트는 ‘외부로의 시선’이라 직역된다. Insight 인사이트가 ‘내부로부터 깨닫는 통찰력’이라면, 아웃사이트는 ‘외부의 시선’, ‘경험으로 얻는 통찰력’이다. 삶은 변화의 연속이다. 그리고 속세에서 유리된 수도자가 아닌 이상, 죽을 때까지 외부와 소통한다. 영향력은 나로부터 바깥으로 향하기도 하고,
MZ세대라는 익숙한 단어가 있다. 마케팅 포함 세상의 온갖 징표를 이야기할 때 쓴다. 소위 밀레니얼 세대라는 1980년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이다. 윗 세대에 비해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개인의 행복과 가치 소비에 진심인 편이다.디자인 쪽인 필자도 MZ세대를 연구하는 다양한 기업 프로젝트를 수행해왔고, 또 하는 중이다. 연구할 수록 재미있는 것은 MZ세대가 하나의 타깃이라기보다 시대변화를 구분하는 틀이라는 점이다. MZ라는 겉포장을 뜯고 들여다보면, 포함대상이 20대 초반부터 40대 중반까지다. 10년마다 변하는
전기자동차의 효율성이 화제다. 전기차가 생각만큼 친환경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는 어느 일간지 기자의 글이 큰 반향을 불렀다. 서울-부산 한번 가는데 일반 가정 한달 전기료의 3분의 1이 든다고 나온다. ‘엄청난 문제!’ ‘큰일이다!’라며 다수가 동조했다. 저마다 전기차 효율과 친환경이미지의 거짓을 성토했다. 필자는 처음 그 기사를 읽는 순간 헛웃음이 났다. 전력량에 대해 조금만 알아도 그 기사가 얼마나 의도적으로 쓰여진 것인가를 알 수 있다. 대부분은 한달치 전기의 3분의1을 서울-부산 1회 주행에 쓴다는 ‘사실’에 놀라 디테일
오징어게임, 넷플릭스라는 미디어플랫폼 사상 최고의 한국드라마 흥행작이다. 음악, 음식, 기술, 제품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영화에 이어 드라마까지, 굉장한 대한민국이다. 파리의 오징어게임 체험장은 매일 만원이고, 달고나 만들기 세트가 세계 온라인 히트 상품이다. 어디에나 오징어게임은 세상천지 만개한 이야기 꽃밭이다. 이유는? 스토리가 우리 삶을 은유하기 때문이다. 직유가 아닌 탓에 분석도 각양각색이다.어떤 디자이너의 특별한 분석은 CMYK색상으로 풀어낸 스토리다. C는 약자, M은 시스템, Y는 돈, K는 지배자다. 색상 혼합이 스토리
인간과 동물을 구분짓는 확실한 기준은 무엇일까? 언어를 사용하고, 사회를 구성하고, 규칙을 지키는 것은 개미들도 한다. 도구를 쓰거나 학습을 통한 집단발전도 여러 동물군에서 관찰된다.그런데 불을 사용하고, 채소와 육류, 생선까지 갖은 방법으로 요리하고 각 문화권 방식으로 식사하는 관습은 인간뿐이다. 그래서 음식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간 어른 모임 식당은 늘 바닥에 앉는 구조였다. 딱히 몸이 아픈 곳은 없었지만, 꼬맹이에게 양반다리를 해야 하는 테이블은 너무 불편했다. 음식도 고통이었다
돌연, 엘런머스크가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설왕설래가 많다. 엘런머스크가 직접 밝힌 이유는 비트코인이 테슬라의 철학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트코인 채굴에 드는 지구적 에너지 낭비를 지적했다. 전세계에 오직 비트코인 채굴을 목적으로 가동 중인 컴퓨터의 수는 어마어마하다. 물리적 자원 낭비는 둘째 치고, 전력 사용량이 아르헨티나 전체 사용량 보다 높다. 비트코인을 국가라 가정하면 세계 상위 30위권 에너지 소비국이다. 묻지마식 영리추구에 지구적 자원을 낭비하는 비트코인의 민낯이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
최근 시작한 엘지전자 산학연구프로젝트가 있다. 포스트 코로나+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근미래 주방가전제품 개발이 주제다. 연구에서 어느 하나 빼먹을 수 없지만 제일 중요한 워딩은 ‘MZ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단어다.라이프 스타일이 뭐지? 삶의 형태나 방식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삶은? 철학적 사유를 넘어, 관찰의 대상으로 보면 의식주
소자본 개인 투자자를 일컫는 동학개미에 덧붙여 서학개미라는 재미난 단어가 있다. 해외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소자본 개인을 뜻하는데, 요즘 서학개미들의 핫템이 테슬라다. 기관 아닌 개인이라 해외 기업 테슬라에 대한 고급 정보가 부족하니 거의 ‘묻지마’급 투자다. 단차의 불량이 발생한 품질과 자율주행 구설수, 별것 없는 전기차 기술력에 곧 다른 완성차업체들에게
대학원생이던 2003년, 세계 1위 MP3기업 대표가 학교에서 세미나를 했다. 김영세라는 스타디자이너의 손을 거친 프리즘 스타일 초미니 조이스틱 MP3플레이어는 디자인으로나 성능으로나 흠잡을데 없는 완전체였다. 멋진 프레젠테이션 후 질의응답시간. 한 친구가 질문했다. “애플에서 아이팟을 내놓았는데, 어떻게 경쟁할 생각인가요?” 답은 이랬다. “음원수 천곡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