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되더니 어느새 연말이다. 해가 갈수록 세월은 속도가 붙어서 아찔하다. 요즘은 연말의 아쉬움도 새해의 설렘도 예전 같지 않다. 못 다한 일 목록만 떠올리면서 새해가 마디 없이 밋밋하게 이어진다.어릴 적 연말엔 이유 없이 설렜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마음을 들뜨게 했고, 목표를 성취한 사람이나 못 이룬 사람이나 연말은 포근했다. 새해엔 달라지고 나아질
붉은 벚나무 단풍이 노란 햇살에 반짝이는 아침 출근길. 요즘 인기곡 악동뮤지션(악뮤)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를 듣는다. 이제 스물을 갓 넘긴 오누이가 부르는 긴 이름의 발라드곡인데, 흐느끼지도 내지르지도 않으면서 애잔한 감정에 젖게 한다. 이별 앞에서 매달리거나 원망하거나 화난 감정을 쏟아내는 노래에 비해 편하게 들린다. 가사도
우리 살림살이는 나아지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어렵다. 개인마다 형편이 다르기 때문이다. 안정된 직장에서 매달 월급을 따박따박 받고 있는 사람은 살 만하다고 느낄 것이다. 최저임금이 오르고 근무시간이 줄어든 덕도 보았다. 하지만 제도 변화의 혜택에서 소외된 사람은 어떨까? 이들은 경제적 고통을 받아도 공개적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우리’가 사는 현
인턴이라면 당연히 의사를 일컫던 적이 있었다. 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수련을 시작한 첫 해를 인턴 과정이라고 한다. 업무 특성상 진료 현장에서 일해야 배울 수 있다. 도제 교육의 전통이다. 업무를 시작해서 한 달간 익숙해지면 다른 과로 옮겨가니 긴장과 이별의 연속이다. 향후 전공 분야도 확정되지 않아 병원에서 마음 둘 곳이 없다.30년 전 인턴은 어땠을까?
중년 부인이 남편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평소 남편이 시댁만 챙겨서 다툼이 잦았는데, 갈수록 마음이 멀어지더니 이젠 부인이 병원에서 어떤 진료를 받는지 묻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오래 전 일이지만 결혼 초 남편의 외도 사건도 생각할수록 괘씸하다. 당시 남편이 고개 숙여 사과하고 몇 달간 자신의 화를 받아주어서 용서했지만, 이후 남편과 다툴 때마다 옛 상처
아들아, 며칠 전 네가 기말고사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지. “아빠 난 이번에 열심히 해서 반드시, 무조건 백점 맞을 거야.” 예전 같으면 ‘그래, 노력하면 안되는 게 없단다.’하고 말했겠지만 이번엔 이렇게 답했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반드시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건 아니란다. 그간 아빠가 성취하고 뿌듯해 하던 작은 목표들도 지금 돌이켜보니 모두 운이 도
조현병으로 진단받고 10년째 진료중인 환자가 외래를 방문했다. “요즘 사람들 눈길을 자꾸 피하게 돼요. 뉴스기사에서 위험한 환자를 잡아가두라는 댓글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예전에는 가까운 사람에겐 나의 질환을 털어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두려움과 혐오의 대상이 될 줄 몰랐어요.”병원 식당에서 만난 보호자가 걱정스레 물어본다. “우리 아들은 아무
10여 년 전 일이다. 젊은 여성이 사람들이 감시한다며 몇 달간 집밖에 나가지 못하다가 가족들에 의해 입원하였다. 조현병 진단 하에 치료하면서 조금씩 증상이 호전되던 중, 갑자기 가족들이 퇴원을 요구하였다. 아직 이르다고 말렸지만 가족들은 이미 굿을 예약하고 선금도 냈다고 한다. 나는 환자 치료를 위해 보호자의 신뢰를 얻는 경쟁에서 정신과 의사가 무당에게
말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현실을 반영한다. 학문 분야는 보수적인데다 홍보에 무심해서 말이 현실에 뒤처지곤 한다. 대학시절 공대 요업공학과에 다니는 선배가 있었다. 요강이나 도자기 만드는 학과냐고 짓궂게 물었지만, 실제로는 유리나 반도체 등 전자재료를 다루는 학과였다. 나중에 무기재료공학과로 학과명을 변경한 뒤 인지도가 쑥 올라갔다.의학 전문 과목명은 오랫동안
중학교 입학 직후 아들 어깨가 무거워보였다. 가방을 들어보니 책이 꽉 차서 돌덩어리 같다. 이유를 물으니, 혹시라도 요일별 준비물을 빠뜨릴까봐 모든 교재를 넣어 다닌단다. 실수해서 선생님께 야단맞기 싫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무거운 가방을 메고 어떻게 학교까지 걸어 다니니? 그깟 야단 좀 맞으면 어때서. 아빤 네가 선생님께 야단도 좀 맞아봤으
이제 50대 후반인 매부가 30년간 근무해온 회사에서 작년에 퇴직했다. 소식을 듣고 당장 축하한다고 말하려다 머뭇거렸다. 이 나이 은퇴가 어떤 의미일까? 매부의 입사 초기 모습이 떠오른다. 한 동안 게임도 즐기고 고상하게 난을 키우기도 했지. 그러나 회사가 어떤 곳이던...
유난히 추운 겨울이다. 연말 정신과 진료실에서 벌어진 비극은 가슴을 시리게 한다. 요즘 내원한 분들은 나의 안전을 염려하는 인사를 건넨다. 작년 한 해,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 사고가 유난히 많았다. 환자의 부모, 형제, 이웃뿐 아니라 경찰과 정신과 의사도 희생되었다.보건복지부가 사건 이틀 후 급히 배포한 의료인 보호방안을 보면 응급실뿐 아니라 일반 진료현
이재명지사 친형 강제입원시도를 보며정신과 전문의로서 큰 아쉬움 느껴이상행동 초기 제대로 진료 받았다면환자와 가족의 큰 고통 덜었을텐데…강제입원은 의사 대면진료 이후 결정환자가 거부하면 치료할 방법이 없어경찰개입 자살·폭력 시도후에나 가능치료접근 문턱 낮출 방안 모색해야검찰은 결국 이재명 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시도에 대해 기소를 결정하였다. 한
국회의원 폭로로 백일하에 드러난사립유치원 비리에 전국민적 공분비리 온상으로 내몰린 유치원들사적소유와 공공성 경계 정리 안돼관련법등 미비로 적발된 경우 많아공공성 담보할 제도적 장치 외면혼란 방치해온 정부·국회 책임 커분노여론 편승해 구원자 자처보다토론과 설득 통한 대책 마련나서야올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3년 이후 지금까지
서울 집값 급등에 마음 착찹하지만같은집에 살며 당장 생활은 똑같아집의 교환가치 변화에 울고웃을 뿐높은 주거비·장거리 통근 감수에도서울 장점 취하고 싶은건 개인문제살아가는 목표와 가치 다르기 때문위험 무릅쓴 부와 권력 쌓기 경쟁원시시대부터 이어진 과식과 닮아현대사회에선 비만·당뇨 원인으로올해 추석 서울에선 모이는 사람마다 집값이 단연 화제였다고 한다. 서울,
경제 불안정 삶의 기반 흔들고정신장애등 여러요인 작용하면함정에 갇힌 느낌 들게 할수도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 발표에맹독성 농약 생산 금지등 방안결함 복구보다 임시 수리 그쳐자살률 낮추기엔 근본적인 한계자살, 예방에 주력하기 보다는물질적인 풍요속, 정신적 결핍우리 삶의 변화 다시 돌아봐야국토를 태울 듯 뜨겁고 길었던 여름도 마침내 산들바람에 자리를 내주었다. 한
확실한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어진료현장도 불확실한 상황의 연속증상 고려한 최선의 결정 내릴 뿐대입제도개편 공론화 ‘설익은 감자’책임만 미룬 꼴…신중한 검토 필요고소·고발 유난히 많은 우리 사회법으로 분쟁해결 안돼 갈등 커지고차분한 논의·책임있는 결정도 사라져오래전 해외연수 시절. 한밤중에 급한 전화가 왔다. 친하게 지내던 이웃집 어린 아들이
일반적으로 적절한 치료받은정신질환자 범죄율은 낮지만치료거부 환자 강제치료 못해정신병은 보호자의 정보제공이 중요병 키워 위험 닥치면 모든사람 위험선진국은 독립기구서 환자입원 결정환자 보호하고 인권침해 우려 해소치료기회 박탈이 오히려 인권침해최근 정신질환자, 특히 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비극적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사건이 워낙 빈번한데다 뾰족한 대응
가족애·월요병·금요일의 여유등부지불식간에 떠올리는 자동사고는생각에너지 아끼고 바른판단 돕지만오작동땐 공황장애·대인공포등 초래너무 잘하려고 애쓰다 망치거나안될까봐 노심초사하는 경우도 많아성공을 위한 노력에 부작용이 있다면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어떨까행복의 원천은 반복되는 일상에 있어현실을 수용하고 삶을 즐기며 축적한자동사고는 우리를 행복으로 이끌것요즘 자
부모따라 삶의 기술 배우는 아기처럼집단 규칙등 따라야 구성원 인정받아소수의견 고집하면 내몰릴 위험 처해갈등없는 사회에선 대세 따르면 유리심약한 인간의 동조행동 비극 초래도 포털 언론기사 댓글란은 현대판 광장정보 홍수 속에 다수 의견 궁금하지만극단적 주장·댓글 조작으로 여론호도공정한 여론 형성 위한 제도마련 절실중학교 시절 국어 수업시간. 호랑이 선생님이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