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카톡이 시끄럽다. 얼마 전부터 2024년 10월1일 국군의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할 것인가를 두고 사람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다. 교육 현장에 있으므로 좀 더 소식을 빨리 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 묻곤 한다. 공휴일이 지정되냐고…. 그러나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늘 뉴스를 통해 전달받은 후 공문으로 이 사실을 접한다. 하달식 전달이다. 어떠한 언질이나 협의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또 한 번 뉴스로 국군의 날 임시공휴일 지정 소식을 접했다. 당장 부장 교사 카톡방이 시끄럽다. 왜냐하면 정해진 학사 일정이 있기 때
야호, 시원한 가을바람이 분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손님이 와준 듯 그저 반갑다. 폭염과 늘 함께 한 올 여름이 끝도 없이 길어질수록, 더욱 간절하게 청량한 바람을 기다렸던 것 같다. 내가 이렇게 가을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 딸도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조심스레 들여다보고, 귀 기울여 소리도 들어보고, 하루에도 몇 번씩 바라보면서 기다리고 있다. 바로, 병아리가 알을 깨고 세상의 빛을 마주하는 순간이다.어린 시절 나는 초등학교 앞에서 병아리 한두 마리 사본 경험이 전부인데, 요즘 아이들은 병아리 부화기에서 알을 부
내 아이가 태어난 날.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날 닮은 아이가 태어나다니! 믿기지 않았고, 황홀했다. 아이를 위해선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고, 내 모든 사랑을 아이에게 주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몰랐다. 워킹맘에게 그건 얼마나 어렵고 고달픈 일인지, 그땐 몰랐다. 나는 어제도 오늘도 내 일에 치여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고, 일도 내 마음껏 해내지 못했다. 육아, 일 어느 것 하나에도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처지다. 내 아이에게 집중하려고 하면, 내 일이 밀리고 직장에 피해를 주는 것만 같고 승진과는 멀어지게 된
“얘들아, 모아 모아 예술 작품 공모전에 한 번 나가볼래?”라는 말에 우리 반 아이들은 호기심에 찬 눈망울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모아 모아 예술 작품 공모전은 울산시교육청에서 주관하는 공모전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미술 시간에 공부한 것으로 협동 미술작품을 하나 만들어 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작품 제출일 6주 전, 우리 교실엔 본격적으로 작품 공모전에 출품할 학생 협동화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주제는 ‘우리가 꿈꾸는 세상’. ‘우리가 바라는 꿈과 세상은 어떤 것일까?’ 물음을 던지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학교 현장에 있으면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죽은 아내인 에우리디케를 살리기 위해 저승을 찾아간 비운의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들어봤는가? 저승의 신, 하데스는 에우리디케를 이승으로 돌려보내기로 약속하고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바로,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 것. 신화나 속담에 나오듯, 우리는 어릴 때부터 뒤를 보지 말고 앞을 보며 나아가라는 것을 교훈으로 삼는다. 이 때 뒤를 보는 행위는 후회를 뜻한다.하지만 후회가 아닌 회상으로서 뒤를 돌아보는 행위는 의외로 도움이 된다. 비싼 물건을 사고 싶을 때, 모아둔 적금을 보며 사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는 것.
나는 집을 나설 때 가장 먼저 휴대전화를 챙긴다. 휴대전화는 현대인의 필수품이다. 일상이 휴대전화와 연동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하루의 시작이 인터넷 접속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접속은 일상의 상숫값이 되었다.방학 때 연수를 들었다. 에듀테크 연수였다. 다양한 생성형 AI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연수였다. 교육활동에 필요한 디지털 프로그램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연수의 시작과 끝이 프롬프트 작성이었다.프롬프트(prompt)는 연극에서 사용된 개념이다. 대사나 동작을 지시하고 상기시켜 주는 일이나 말을 의미한다. 현재는
올해 초등 1~2학년을 대상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었다. 앞으로 단계별 적용이 이루어진다. 초등의 경우 2025년에는 3~4학년이 그리고 2026년에는 5~6학년까지 확대돼 모든 학년이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을 받게 된다.2022 개정 교육과정의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는 ‘학교 자율시간’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서는 학교 자율시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학교는 3~6학년별로 지역과 연계하거나 다양하고 특색있는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학교 자율시간을 편성·운영한다.’ 이는 쉽게 말해 교육과정에
방학이다.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잠시 쉴 수 있는 여유를 가지면서도 지난 학기에 부족했던 부분을 다져보고자 다시 책을 펴고 공부 의지를 다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도 어제부터 시작된 한 연수에 참여하며, 마음에 찍어두었던 쉼표를 지우고 조용히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첫 강의는 대구에 소재한 경북여자고등학교 김차진 교장의 강의였다. 김 교장은 교육전문직으로 교육부에 입직한 후 여러 정책을 구상하고 이를 학교 현장에 실현하는 녹녹지 않았던 지난 시간을 잔잔하고 여유로운 웃음이 배어있는 기분 좋은 청량함으로 우리에게 전달했다.김 교장은 20
나는 내 아이에게 매일 책을 읽어준다. 내 목소리가 나오는 한,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준다. 1시간이고 2시간이고 내 체력이 닿고, 아이가 원할 때까지 읽어준다. 그 덕분인지, 내 아이는 책을 읽지 않고선 절대 잠들지 않는 아이가 되었고, 혼자서도 스스로 책을 펼쳐 보는 독서가가 되었다. 몇몇 사람들은 그 시간에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쳐주고 읽기 독립을 시키라 말하기도 하지만, 한글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게 ‘책 읽어주기’라 확신하는 바이기에 오늘도 책을 읽어준다.책 읽어주기는 아이의 독서 습관을 만들어 주는 데 효과적이다.
학년 초, 작년과는 사뭇 다른 아이들의 반응에 나도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내성적이고 말수가 원래 없는 아이들에게 대답을 강요할 일은 아니지만, 간단한 질문에도 반 아이들의 전체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은 교사로서 깊이 생각해 볼 문제였다.음악 시간에 수석 선생님이 아이들이 대답을 너무 안 해 담임선생님께 혼났냐고 물었다고 하였다. 또, 과학실에서 수업하는 것을 우연히 들은 옆 반 선생님은 “원래 선생님 반 아이들은 그렇게 말이 없어요?” “선생님이 수업을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 묻는 데, 아이들이 아무 말이 없네요.”하며 신기해
“달을 찍는 이유는 달에는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없으면 외롭지 않으니까요.” 영화 김씨 표류기의 명대사다. 짜장면을 만들어 먹는 장면으로 유명한 이 영화는 한강의 밤섬에서 표류하게 된 인간의 생존기를 다룬다. 이 영화를 보며 도시에서는 있을 수 없는 비현실적인 B급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했다. 학교에 들어오기 전까지.‘교대신’이라고 들어봤는가? 6개나 달린 팔에 단소, 배구공을 쥐고 은은한 미소를 띤 허구의 존재이다. 과장이 아닌 것이 교사는 보호자이면서 상담사, 각종 증상을 듣는 의원이면서 갈등을 중재하는 재판관, 청결을
모던타임즈. 1936년 찰리 채플린이 만든 영화 제목이다. ‘근대의 시간’이 표현된 영화이다. 영화에는 산업사회와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흑백 무성 영화라 처음 영화를 봤을 때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 두 장면이 기억에 남아 있다. 하나는 컨베이어벨트 앞에서 끊임없이 볼트를 조이던 채플린이 기계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모습이다. 다른 하나는 계속 볼트를 조이던 채플린이 여성의 옷에 볼트처럼 생긴 단추를 볼트로 착각하고 여인의 가슴에 있는 단추를 조이려고 하자 여성이 당황해하는 모습이다. 사람들은 공장에서 정신없이 돌
‘또로롱’ 소리와 함께 학교에서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바로 늘봄·교무행정실무사(한시적 기간제 근로자)의 메시지. 메시지의 내용은 굉장히 조심스럽고 정중하며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간단한 복무 신청 절차로 인해 필자의 교실을 방문하겠다는 내용. 곧 문이 열리고 늘봄·교무행정실무사(이하 실무사)가 들어왔다. 상호 간에 예의를 차렸으나 서로에게 불편한 존재가 틀림없다.울산시교육청은 2024학년도 2학기 늘봄학교 전면 도입을 대비한다며 늘봄학교 행정업무 전담 인력인 실무사 117명을 공개 채용했다. 그리고 7월1일자로 근로자 계약이
긴장 가득했던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나면 학생도 교사도 5월 햇빛에 쉴 틈도 없이 과정형 수행평가로 바빠진다. 학생들은 체육 한마당을 위한 예선전하랴, 매주 계획된 과정형 수행평가를 준비하랴 말 그대로 쉴 틈이 없다. 나 역시도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중간고사를 끝낸 학생들과 영어 말하기 수행평가를 시작했다. 현재 우리 영어교육에서 영어 말하기를 바로 시작할 수는 없으니 수업시간 중에 배운 내용을 통합영어 학습법에 맞추어 충분히 연습하고 저장해 영어로 말하듯이 영어 본문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실시하고 있다.영어를 읽는 것조차 어려울 수
아침이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상쾌한 바다 공기를 마시며 우리 반 아이들은 오늘도 열심히 써 내려간다. ‘사각사각’거리는 연필 소리가 이내 교실을 가득 메운다. 아이들은 글을 필사하고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고른다. 등교 후 편히 책 몇 줄 읽고 수업을 시작하면 아이들도 편하고 나도 편할 테지만, 내가 선택한 아침 모습은 글쓰기다. 그뿐 아니라, 아이들은 주 3회 상상 글짓기와 논설문을 적는다. 아무 제약도 없기에, 각자의 개성이 담긴 글들이 다채롭게 탄생한다. 하지만 창작에는 고통이 따르는 게 인지상정이니, 마냥 아이들이 좋아하진 않
지난주 최승호의 라는 작품을 수업하다가 ‘스스로 깨는 알’과 관련해 헤르만 헤세의 소설 을 언급하고 교실을 나오는데 학생 한 명이 따라 나온다. “선생님, 궁금한 게 있어요. 소위 ‘고전’이라고 하는 작품들을 저도 읽어보고 싶어서 , 등 책을 읽었는데, 솔직히 이게 왜 명작인지 잘 모르겠어요. 저의 읽기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자신의 독서 방법과 태도를 고민하는 반가운 질문에, 씨익 웃으며 말했다. “우리 몇 명이 모여, 두세 권만 함께 읽어볼까?” 이렇게 학생들과 독서 모임을 꾸리게
봄물결이 잦아들고 긴긴해가 걸리는 달. 5월이 되면 각종 행사로 학교는 분주하다. 이 중 6학년의 꽃이자 큰 업무인 수학여행이 있다. 3월부터 학생들은 “선생님 버스에 친구랑 같이 앉아도 돼요?” “용돈 얼마나 들고 가요?”와 같은 물음표를 던진다. 교사는 타석에서 공을 치는 타자처럼 변화구로 들어오는 질문을 안타로 쳐낸다.준비 과정부터 학생과 교사는 다르다. 학생들의 관심사는 ‘관계’이다. 누구랑 같이 다닐지, 어떤 놀이기구를 함께 탈지, 어떤 옷을 맞춰 입을지가 그들의 최고 관심사이다. 교사의 관심사는 온통 ‘안전’이다. 광활한
중학교 때 세계 지리를 공부하면서 중앙아시아에 대해 의문을 품었던 적이 있다. ‘중앙아시아(대표적으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나라들은 지도상 우리나라 왼쪽에 있는데 왜 중앙아시아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동아시아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지극히 동쪽이라는 의미이다. 네 나라는 지리적으로 극동에 해당하는 것인가?이유는 지도에 숨어 있다. 우리는 우리나라를 중심에 둔 세계 지도를 사용한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유럽과 아프리카가 중심에 있는 지도를 사용한다. 유럽
울산시교육청과 교육 현장(교실)에서 세계시민교육에 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커지고 있다. 4명의 중앙선도 교사는 서울에 있는 아시아·태평양 유네스코 교육원에서 2월과 8월 연수에 참석한다. 그리고 중앙선도 교사가 중심이 되어 지역 선도 교사에게 전달 연수를 실시한다. 전달 연수를 들은 울산광역시 선도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프로젝트 수업 등을 구성해 세계시민교육을 교육과정에 접목하고 학생들이 이를 경험하고 교사는 학생들이 세계시민으로 성장하게끔 돕는다.3월 초 서울에서 실시된 직무연수에 다녀온 필
벼룩 실험이 있다. 몸길이가 2~4㎜ 밖에 되지 않는 벼룩은 자기 몸의 50~100배 높이까지 뛸 수 있지만, 작은 유리병에 뚜껑이 닫힌채 갇히면 유리병의 뚜껑이 없어져도 딱 그만큼만 뛴다는 실험이다. 처음에는 자기 능력만큼 뛰어오르려고 안간힘을 쓰겠지만, 그럴수록 유리병에 부딪히며 고통을 받을 것이다. 자기 능력대로 뛸 때마다 고통을 느끼게 되니 어느 순간 벼룩은 뛰어도 고통을 느끼지 않을 만큼만 뛰게 되었을 것이고, 나중에 유리병의 뚜껑이 없는 상태에서도 딱 그만큼만 뛰어오를 뿐, 원래 자기가 가진 능력만큼은 뛰지 않는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