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 대송고등학교 교사

방학이다.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잠시 쉴 수 있는 여유를 가지면서도 지난 학기에 부족했던 부분을 다져보고자 다시 책을 펴고 공부 의지를 다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도 어제부터 시작된 한 연수에 참여하며, 마음에 찍어두었던 쉼표를 지우고 조용히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첫 강의는 대구에 소재한 경북여자고등학교 김차진 교장의 강의였다. 김 교장은 교육전문직으로 교육부에 입직한 후 여러 정책을 구상하고 이를 학교 현장에 실현하는 녹녹지 않았던 지난 시간을 잔잔하고 여유로운 웃음이 배어있는 기분 좋은 청량함으로 우리에게 전달했다.

김 교장은 20여년전, 인터넷 언어문제가 심각하던 시기에 초등학생들이 건전한 인터넷 언어를 사용하고 올바른 어법을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교육부가 국립국어원 정보통신윤리위원회 학교교육학술정보원 등과 함께 ‘인터넷 언어 순화, 생활 속의 언어예절’을 발간해 언어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또한, 주프랑스 한국교육원장을 역임하면서 프랑스의 많은 중·고등학교에 한국어 강의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부딪힌 어려움을 해결하고 성과를 이뤄낸 이야기를 들으면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풍요롭고 다채로운 K-Culture가 한 사람 한 사람이 기울인 노력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김차진 교장은 교육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며 지금 당장 결과를 보는 것보다, 어떤 방향으로 교육을 이끌어갈지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늘 새롭게 나타나는 교육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정책을 구상하고 실현하는 과정에서 내부의 문제인지, 다른 부서나 기관과의 관계가 문제인지를 고려해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 히든카드를 여러개 준비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순간 나는 궁금함에 질문을 드렸다. “교장선생님은 어떻게 교육의 전체 그림을 보고 큰 방향을 잡아, 정책 현실화를 위한 히든카드를 준비해 실현할 수 있었습니까?“

교장선생님은 독서 등 개인적인 특별한 공부로 이뤄낸 것일 거라 예상했지만, 의외의 답변이 내 마음에 와닿았다. “궁즉통”, 궁하면 통한다. 곤란하고 어려운 교육 문제와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무언가 번듯한 준비를 해 멋진 업무능력을 보이는 것이 아닌, 학생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겪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고뇌해 ‘궁(窮)함’이 모든 것을 해결해내고 오히려 더 좋은 결과로 교육과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는 ‘통(通)함’을 이뤄냈구나! 하는 깨달음이 들었다. 이에 나는 마음이 한결 겸손해지며 정확한 답을 알게 된 듯한 통쾌함도 느껴졌다. 5일간 짧지 않은 연수지만, 김차진 교장의 시원하면서도 통찰력을 안겨주신 강의 덕분에 남은 연수도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

김건희 대송고등학교 교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