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철학자 데카르트는 ‘인간은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로 인간 존재의 근거를 설명했다. 지구촌 약 80억의 인구가 각기 다른 생각을 하는 존재이므로 이로 인한 갈등과 대립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갈등과 대립의 해소는 정치영역의 책무이지만, 때로는 무력이 지배하는 전쟁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를 전쟁전문가인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다’로 표현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인류는 자신이 일으킨 전쟁의 희생자를 보호하기 위해 국제조약을 체결한다. 적십자조약으로 알려진 제네바협정은 전쟁 기타 무력분쟁 상황에서도 부상자
‘있는 사람은 겨울나기가 쉽고, 없는 사람은 여름나기가 쉽다’ 고 한다. 의식주가 넉넉해져서 그런지 다들 여름나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기후변화 탓인지 에어컨에 익숙해져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올여름도 어김없이 폭서(暴暑)다.이 더위에 전·현직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부인들이 이런저런 범죄 혐의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비교하자면 조선의 왕비 반열에 있는 귀한 분들이다. 조선의 왕비는 절대 권력자인 왕의 정부인으로 인간계와는 다른 세계의 존재로 보아 품계가 없었다. 왕비는 내명부의 관리를 통해 종묘를 받들고 왕가의 후손을 이어가는 일
편하게 설을 풀 수 있는 고등동기와 오랜만에 막걸리 한잔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말에 담담하게 지낸다고 했다. 한 성깔하는 정의파 친구라 담담(淡淡)하고는 어울리지 않는데 싶었지만 먼저 설을 시작했다. 현대 정주영의 좌우명은 예상과 달리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담담하라’다. 난관을 돌파하는 배짱과 불굴의 의지는 담담한 마음에서 나왔다고 하자, 친구는 출근하면 경기가 너무 안 좋아 암담(暗澹)하고, 퇴근 후 뉴스 보면 정치인들의 작태가 너무 참담(慘澹)해 담담하게 살고 있다는 뜻이란다.식당에서 2000원 정도이던 막걸리가 배로
오월의 영남알프스 봉우리를 타고 올라가는 연초록의 향연은 찬란하다 못해 웅장하다. 대공원의 백만 송이 장미는 4월에 내린 꽃비는 서막에 불과했다는 듯 오만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태화강 국가정원에는 십리대밭의 대쪽 같은 선비를 유혹하려는 여인들의 교태가 각양각색의 양귀비로 만발했다.산업도시이지만 산자수려(山紫水麗)한 자연풍광이 뛰어나서 그런지 의외로 대중 가수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일제 강점기 백성들의 나라 잃은 설움을 달래준 ‘타향살이’로 유명한 고복수, 80년대 ‘아파트’로 전국을 뒤흔든 미남 가수 윤수일, 지성과 미모를 겸비
꽃잎이 천지를 휘날리는 가운데 4·10총선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선거의 결과는 상황에 따라 늘 지고 이기고 하는 것이지만, 그 과정은 축제라기보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타령의 뒷맛을 남기고 말았다.-무협지 공약총선은 민생 정책, 시대 정신에 대한 아젠다 설정 등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호소하는 과정임이 원칙이다. 양당은 검찰 독재 타도니, 이·조 종식이니 하는 슬로건으로 상대 진영을 극단적으로 적대시하는 네거티브로 일관했다. 급기야는 한동훈 특검을 1호 공약으로 하는 복수혈전 정당이 12석을 확보해 정치권의 적대적 공생관계는 더욱
한국에서 총선의 대진표가 속속 완성돼 가는 순간, 미국에서는 2024 대통령 선거의 공화당 후보로 믿기지 않게도 트럼프가 확정됐다. 현직인 민주당의 바이든과 리턴 매치를 벌이게 된 것이다.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는 자신에게 닥친 사법 리스크를 오히려 지지층 결집의 기회로 이용해 선거자금 모금에 나섰고,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3월4일(현지시각) 트럼프에 대한 대통령 출마 자격 유지를 결정했다. 다음날 트럼프는 슈퍼화요일의 경선에서 완승해 미 공화당의 사실상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자로 결정됐다.트럼프는 현재 의사당 난입사태와 탈세·횡
설날이 코앞이다. 단기 4357년 정월 초하루. 갑진년(甲辰年)이 진짜로 시작되는 날이다. 기다려지던 설빔도 없어지고, 한복 대신 패딩이 자리를 잡았으며, 대면 세배는 손가락 인사로 대체되었고, 명절 제사는 생략하는 집안이 늘어나는 등 껍데기만 남은 설날이지만 고향과 부모를 찾는 행렬은 숙명처럼 여전하다. 사실 설날은 일제강점기 이전에는 최고의 명절이었지만 메이지 유신으로 일찌감치 양력을 받아들인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정책과 해방 후의 이중과세 금지정책의 수모에도 불구하고 민간에서는 들불처럼 살아남아 왔다. 결국 정부도 민초의 열망을
해가 바뀌는 이맘때쯤이면 행(幸)과 복(福)이 빅데이터 언급률 최상위를 차지한다. 행복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마음의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라 그 뜻을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행복이 헌법에도 등장한다는 사실은 아는 이가 드물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미국 독립선언서의 ‘the pursuit of Happiness’에서 유래하며, 유독 한국과 일본 헌법에만 명문화돼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요즘 인기 있는 영화 ‘서울의 봄’에서 1979년 1
일상에서 양해를 구하려는 상황이 되면 ‘부득이’라는 말을 무심코 사용한다. 한자 뜻 그대로는 ‘이익이 되지 않는 것을 따른다.’ 정도인데 사전적인 의미로는 ‘하는 수 없이’ ‘마지못해’ 등의 의미로 사용된다.사실 부득이는 유가(儒家)의 선비들에 의해 의(義)를 실현하는 길목을 지키는 주요한 방법으로 인식되었다. 맹자는 제선왕과의 대화에서 ‘나라의 임금이 현명한 사람을 발탁할 때에는 부득이하게 해야 합니다. (國君進賢 如不得已·국군진현 여부득이)’라고 해 부득이 인사원칙을 밝히고 있다. 즉 지도자가 사람을 발탁할 때에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은 남의 일 같지 않다. 좀 조용하다 싶으면 터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무력 충돌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구상의 이념과 영토 갈등에 대한 평화적인 해결은 현재 인류의 수준으로는 불가능한 모양이다. 호전적인 최강대국에 둘러싸여 동족간의 이념 전쟁으로 아직도 휴전 중인 우리의 처지를 생각하면 참으로 모골이 송연하다.해방정국으로부터 이어져 온 좌·우 갈등이 아직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방정책의 널뛰기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대한민국은 좌
임진왜란 두해 전 일본을 통일한 ‘풍신수길’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교토에 다녀온 서인 황윤길은 ‘필시 병화가 있을 것이다’라고 하고, 동인 김성일은 ‘그러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상반된 보고를 한다. 동인인 유성룡이 제자인 김성일을 따로 불러 이를 추궁하니 ‘나도 어찌 왜적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겠습니까. 상대가 너무 격하게 나오니 온 나라가 놀랄까 봐 그런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동인 김성일이 서인 황윤길의 보고에 어깃장을 놓은 것이다. 이로 인해 결국 참혹한 왜란을 겪어야 했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
15년이 넘는 일이라 이미 기억이 희미하지만, 금강산 관광이 한창이던 때가 있었다. 북한이 핵 개발을 노골화하기 전이라 평화교류와 통일의 기대를 안고 많은 사람들이 관광길에 올랐다. 70대의 부모님을 모시고 온정리에서 출발해 만상정, 귀면암, 천선대를 보고 내려오는 길에 만물상을 들러보는 코스였던 것 같다. 고성을 지나 북한지역으로 지나가면서 차창 너머로 보이는 경계병들의 행색, 번호판을 단 자전거를 타고 지나다니는 주민들의 모습과 주택, 금강산호텔의 잦은 정전, 아침 상차림 등을 보면서 북한은 아직 우리의 1960년대 정도의 생활
수능을 앞두고 ‘킬러문항’ 출제금지 논란이 뜨겁다, 야담이지만 조선 과거시험의 최고난도 ‘킬러문항’은 ‘상가승무노인곡(喪歌僧舞老人哭)을 논하라’이다. 영조대왕이 민정시찰 중에 상복을 입은 남자는 노래를 부르고, 여승이 춤을 추며, 그 옆의 노인은 울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 연유를 물으니 아버지 상중에 노모의 환갑이 다가와서 아내가 머리를 잘라 판 돈으로 환갑잔치를 하는 중이라는 것이었다. 영조대왕은 이들의 효심에 감동해 다음 과거시험에 꼭 응시하라고 당부한다. 아들이 과거장에 가니 시제가 ‘상가승무노인곡’이라 아들은 쉽게 장원
멀리 신불산 등허리를 초록의 물결이 감아 돌고, 봄 꽃의 절정 장미가 담장마다 흐드러진 계절이다. 어느 여왕인들 이 5월의 아름다움에 비견할 수 있겠는가. 통상 5월을 ‘가정의 달’이라 칭하지만, 법적으로는 ‘청소년의 달’이다. ‘청소년기본법’ 제16조에서 정하고 있다. 유독 ‘청소년의 달’만 법으로 정한 것은 청소년이 곧 우리의 미래라는 인식의 중요성 때문이다. 4H달 행사로 시작하다가 1980년부터 청소년의 달로 바뀌었다. 원래 4H는 두뇌(head), 마음(heart), 손(hand), 건강(heart) 즉 지(智), 덕(德)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만찬장에서 ‘아메리칸 파이’라는 팝송 한 소절을 멋들어지게 불렀다. 박근혜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의 오찬장에 박 대통령의 애창곡 거북이의 ‘빙고’ 가 울려 퍼져 화제가 된 적이 있지만, 정상 간의 만찬에서 대통령이 직접 마이크를 잡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겉으로는 만찬장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나타내는 것 같지만 이번 정상회담에 공을 들이고자 하는 고심의 산물로 여겨져 짠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 노래는 바이든 대통령이 요절한 아들과 즐겨 불렀고, 윤 대통령도 평소 애창하던 팝송이라고 하
천지에 꽃잎이 흩날리는 계절이다. 흩날리는 꽃잎은 시인들의 시심을 흔든다. 방랑 시인 김삿갓은 ‘세상만사 흩어지는 꽃과 같으니, 일생을 어둠을 헤치는 밝은 달처럼 살리라. (萬事付看花散日 一生占得月明宵)’ 고 읊조렸다. 그의 본명은 병연(炳淵)으로 본관은 안동이다. 20세 무렵 과거에 응시해 홍경래의 난 때 항복한 선천 부사 김익순을 신랄하게 비판한 글로 과거에 급제했다. 후일 김익순이 자신의 할아버지임을 알고 벼슬을 버리고 방랑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스스로 하늘을 볼 수 없는 죄인이라 생각하고 큰 삿갓을 쓰고 다녀 별명이 김삿갓
야당 대표 이재명이 성남시장 시절의 각종 인·허가 관련 비리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의 청구는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야당에서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방패막이로 소위 방탄국회를 열고 이재명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까스로 부결시켰다. 이 대표는 소년 공원, 검정고시 등을 거친 정치적 기득권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영민한 머리와 강한 승부 근성으로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당선에 이어 일약 거대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더니 각종 도덕적 흠결과 비리 의혹에 시달리면서도 0.7%의 표 차이로 낙선하는 저력을 과시
유달리 추운 한파 속에 설 명절을 정점으로 해 바뀌는 소리로 북적대는가 싶더니 어느새 통도사의 매화가 수줍은 얼굴을 내미는 입춘을 지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세월의 무상함이 깊어지는 것은 신체의 노화와 더불어 정신적인 가치들이 변화하여 전도되는 빈자리가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은 죽었다’라는 한마디로 인생의 가치를 도덕·종교적 가치에서 자연적 인간 중심의 가치로 전도시킨 니체도 초인 사상으로 이 무상함의 자리를 메우고 있다. 하물며 범부들이야 세월의 무상함이 오죽하겠는가.전통의 겨울철 과일로 수십 년간을 소비율 1위 자리를 지
아직은 음력으로 설밑이라 계묘년(癸卯年) 토끼의 해라고 하기에는 조금의 간극이 있다. 간지년(干支年)과 띠 개념은 음력 기준이라 설 아래 태어난 아이는 여전히 임인생(壬寅生) 범띠이다. 머리는 서양으로 가슴은 동양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일 뿐이니, 지금부터 토끼의 해라고 해도 무방하다. 개와 고양이가 반려견·반려묘라는 ‘작위’까지 하사 받아 득세를 하는 바람에 같은 반열이던 토끼는 잊힌 존재가 되었다.육·칠십년대의 초등학교에는 으레 토끼장이 있어서 매일 당번이 풀을 먹여 길렀다. 토끼는 유순하고 착한 동물이지만 별주부전에서는 용궁
일본이 전차군단 독일과 무적함대 스페인을 잠재우고 조 1위로 2회 연속 16강 진출이 확정되던 날. 우리는 우루과이와 가나에 1무1패를 기록하여 메시와 함께 축구의 양대 신으로 불리는 호날두가 포진한 포르투갈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어려움에 처했다.일본에 대해서는 언제나 열패감에 기인하는 ‘배 아픈 사촌’의 반감이 앞서지만 그래도 축구만은 한 수 위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이마저 위태롭게 됐다. 떨떠름한 칭찬을 할 수 밖에 없는 일본의 조용한 약진이 얄밉고 또 두려웠다.60년대 펠레의 맞수 흑표범 에우제비우의 전설이 살아 있는 강팀 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