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남사 일대를 둘러보다 보면 소나무에 괴이한 모습의 V자 상흔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전쟁에 필요한 연료를 보충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칼과 톱을 이용하여 나무의 밑동을 벗겨내 송진을 채취했던 흔적이다. 나무에 새겨진 V자 모양은 경관상 흉해 보일 수 있지만, 우리 민중이 겪었던 아픈 역사와 관련되기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문화자산이기도
울산옹기축제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다. 축제가 20년간 이어져 왔다는 것은 옹기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이 꾸준하게 이어져 왔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금이야 울산옹기축제가 문화관광축제로 이름을 올릴 만큼 명성을 얻었지만, 초창기 축제가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옹기에 대한 관심을 끌어모으기에는 역부족인 환경이었다. 아파트 중심의 도시 생활이 안착하면서 옹기는 점
문화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적합한 방식으로 변화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최남단의 섬인 제주도도 그랬다. 제주지역에서는 내륙지방을 통해 그릇을 수급하여 사용하기도 했지만, 공급망이 원활하지 않았기에 직접 생산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그릇이 완성되는데 직접적인 몫을 담당하는 가마 역시 제주지역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제작됐다.제주의 가마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15~
누군가가 삶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저 살아있는 것이라고 답하고 싶다. 사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존재에 대한 타당성을 가지며, 그 가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우리 선조들도 그랬다. 예로부터 한 생명이 태어나면 생명 자체에 대해 존숭(尊崇)하는 마음을 담아 태와 탯줄을 항아리에 묻어두는 풍습이 있었다. 태는 한 생명의 출발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하면서 우리 일상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비대면 문화를 선호하게 됐고, 온라인 공간을 주 무대로 삼아 다양한 방식으로 흐름을 주도하며 디지털 문화로의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그래서 중요하게 부각된 점이 바로 가상공간에서도 서로 단절된 느낌이 들지 않도록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연결해 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달 옹기마을(울주군 외고산리)에 발효아카데미관을 개관했다. 장과 효소를 이용하여 발효음식을 체험할 수 있고 전통음식문화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교육공간이다.발효음식은 한국음식문화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채소를 발효시켜 만든 김치에서부터 콩을 이용한 장류, 어패류에 소금을 넣어 저장한 젓갈류, 곡물을 발효시켜 만든 술과 식혜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약 100년 전, 한국 문화를 애잔한 마음으로 바라본 한 신부가 있었다. 독일인이었던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는 선교를 목적으로 1911년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한국 문화에 매료되어 한국의 전통과 민속에 관한 내용을 책과 흑백의 무성영화로 남기게 된다. 영화 는 박해시대의 성스러운 유물로 옹기를 소개하고 있어 당시의 생활문화를 이해하
얼마 전 영화 ‘저 산 너머’가 개봉됐다. ‘저 산 너머’는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에서부터 신부가 되기까지 삶의 과정을 잔잔한 감동으로 그린 영화이다.영화에서는 김수환 추기경의 아버지가 옹기를 잔뜩 지고 가는 장면을 시작으로 어린 수환의 말벗 상대로 옹기가 등장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본인 몸집보다 더 큰 독에 들어가 분필로 마음을 달래기도 하고, 옹
코로나19로 정국이 어수선한 요즘에도 박물관으로 문의 전화가 종종 온다. 문의 내용 가운데 일부는 옹기구입에 관한 건으로 일요일 방문이 가능하냐는 거다. 이때, 박물관 측의 답변은 ‘일요일에는 판매장을 운영하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인데, 이는 옹기마을의 특징을 엿보게 해 주는 한 장면이다.우리나라 옹기의 역사를 살펴보면 천주교와 관련이 깊어 옹기 업에 종사
옹기는 자가사용이 아닌 판매를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전통산업의 한 분야로 인정되었다.사용가치와 교환가치에 따라 기물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수제의 전통방식을 따랐고,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점차 공장체제로 방식을 전환하게 되었다.옹기산업사에서 외고산 옹기마을은 ‘석고틀’을 활용하여 생산체제를 구축하였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손
제주의 이색적인 장소로 담화헌을 들 수 있다. 이곳에서는 제주옹기를 테마로 하여 그릇을 제품화하고, 카페와 갤러리를 통해 옹기와 소통한다. 입구에는 레몬청, 자몽청이 담긴 옹기가 즐비하다. 제주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제주옹기를 홍보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편안한 놀이터로, 옹기에 관심 있는 이들에겐 신선한 경험으로 한 발짝 다가가는 공간이다.담화헌은 최근
박물관에 들르면 누구나 거치는 필수 코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전시 관람이다. 전시는 전시품에 관한 내용을 알고 보아도 좋지만, 굳이 상세한 정보가 없더라도 감상만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다만, 시간적인 여유를 충분히 가지고 보는 게 좋다. 그래야만 눈에 띄는 화려함 뿐아니라 각 전시품이 가진 고유의 멋을 제대로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람이든 사물이든
잿물은 옹기장인에게 있어 비밀스러운 영역이었고, 오늘날까지도 은밀하게 전수되는 기법에 해당한다. 어떤 재료를 어떻게 배합하는가에 따라 그릇의 빛깔이 달라졌고, 그릇의 품격을 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잿물의 시초는 가마에 그릇을 넣고 굽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고온에 나뭇재가 흩날리면서 흙과 반응하며 반짝거리는 현상이 일어났고, 다른 재료와의 결합이 새로운 잿
추석 때 뜨는 밝고 둥근 보름달은 백자 달항아리를 떠올리게 한다. 달항아리는 백색의 풍만한 몸체와 유려한 곡선이 보름달과 닮아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미감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그런데, 이 달항아리를 제작하는 기법이 옹기 제작 방식을 차용하고 있고, 기형적 특성까지도 닮았다는 점에서 기술의 원류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비교적 큰 백자
얼마 전 덴마크 여행을 다녀왔다. 덴마크하면 보통 우유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지만, 사실은 디자인 강국으로 유명한 곳이다. 덴마크 디자인은 전통적인 가치관 속에 현대의 문화를 절묘하게 결합시켜 단순하면서도 감각적인 예술품으로 승화시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한스베그너나 보르게 모겐센의 작품이 모두 그러한 예에 속한다.디자인은 시
옹기박물관에 있다 보면 학생들에게 종종 듣는 질문이 있다. “흙이 어떻게 단단한 그릇이 되나요?” 이는 단순해 보이는 질문 같지만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필요한 질문이다. 흙이라는 소재의 기본 성질을 알아야 하고, 흙에 가변성을 가할 수 있는 요소와의 상관관계를 파악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흙에도 그 종류가 다양하다. 부드러운 흙이 있는가 하면 거
지난 16일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관광공사 주관으로 실시된 ‘2019년 지역명사’ 선정사업에 외고산옹기마을의 허진규 옹기장이 포함됐다. 전국 6명 선정에 허진규 옹기장이 선정되었다는 것은 울산시 입장에서도 뜻깊은 일이거니와 울산의 관광자원사업을 어떤 방향성에 두고 사업을 이끌어 가야 할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여겨진다. 울산에서 태어나 지역의 역사와 삶을 함
외고산 옹기마을이 다른 곳과 차별되는 이유는 옹기장의 집성촌이었다는 점이다. 과거 번성할 당시에는 350여명의 도공이 모여 옹기를 생산했고, 각자의 업무를 분업화하여 체계적으로 운영했다. 외고산이 한창 활성화되었을 때는 ‘남창옹기’라는 유명세를 타고 청량리역을 넘어 일본, 미국 등지로까지 수출되면서 울산의 과거 산업문화를 대변했다. 그리고 그 시초는 외고산
콩나물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기까지 시루가 기여한 몫이 상당하다. 시루는 김이 통하도록 바닥에 구멍이 여러개 나 있는 둥근그릇으로 주로 떡을 찔 때 사용한다. 콩나물시루도 그와 비슷하다. 콩나물시루는 구멍이 뚫린 용기를 말하지만 콩나물을 키우려면 Y자형 나뭇가지 받침, 물을 받칠 수 있는 넓적한 용기, 물을 뜰 수 있는 작은 바가지가 한 세트를
약재 한 첩을 재탕, 삼탕을 우려먹던 시절, 약탕기는 빌려 쓰기도 어려운 귀한 용기에 속했다. 약탕기는 탕약을 끓이는데 사용하는 도구로, 약탕기를 빌려주는 것은 아픔의 고통과 위로의 마음을 나누는 것과 같았다.약탕기는 엄격하게 구분하면 옹기라고 정의 내리기에는 모호한 부분이 존재한다. 흙의 재료를 옹기토가 아닌 백토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