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D 예산 삭감 여파
폐암 조기진단 연구 중단
이공계 인재유출 더 걱정
UNIST 신입생 정원 미달
대학원 중도 포기 증가세
지역차원 대책마련 나서야
지난해 연구·개발(R&D) 예산이 대폭 삭감된 여파가 울산지역 이공계 인재 유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울산의 스탠퍼드대’를 목표로 하는 UNIST발 과학기술 연구부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울산 이공계 발전을 위해 지방정부는 물론 지역 정치권도 힘을 모아 전방위 대처에 나서는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울산은 신진 연구자 배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통계가 말해준다. 2024학년도 UNIST 학부 신입생 충원율은 98.3%로 법정 정원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UNIST 신입생 충원율은 2022년 102.0%, 2023년 100.3%, 올해 98.3%로 매해 떨어지는 추세다.
학부 졸업 후 본격 연구자의 길로 들어서는 석·박사 상황은 더 심각하다.
UNIST 일반대학원 신입생 충원율은 85.2%로 역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특히 올해 들어 대학원을 그만 둔 학생이 이미 53명인 것으로 파악돼, 연말이면 지난해 중도탈락한 58명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현상은 이공계 관련 정부 예산이 대폭 삭감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과학기술 연구 특성상 기초연구부터 기술 상용화까지 대규모 예산이 필수적인데, 예산이 원활하게 지원되지 않으면서 재학생은 물론 지역 연구계 전체가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우려는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UNIST가 공동연구기관으로 참여한 폐암 조기진단 관련 연구 사업이 최근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을 받아 총 사업비 28억원으로 오는 2025년 12월까지 추진하는 사업인데, R&D 투자 등 이공계 관련 예산이 줄어든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 결과다. 실제 당초 올해분으로 책정된 10억원 가운데 6억원만 지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사업은 결국 과제 수행 능력 평가대에 오르게 됐고, ‘일련의 예삭 삭감에 따라 제대로 수행이 어렵다’는 결과를 받았다. 이에 공동연구기관 2곳을 1곳으로 합치는 과정이 불가피해지면서 UNIST가 빠지게 됐다.
지역 교육계는 정부 차원에서 이공계 인재 유출 방지와 이공계 성장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정부가 내년 이공계 지원에 다방면으로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연구자들은 예산난으로 당장 눈 앞의 과제가 없어진 상황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지역의 한 이공계 관계자는 “예산 감소 압박으로 연구에 힘이 빠지는 게 사실”이라며 “신진 연구자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박탈되고 있는 수준이다. 내년 상황도 두고 봐야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다예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