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금강석의 미소(26·최종회)아, 틀림이 없구나. 이 보석에서 뿜어내는 빛과 힘이 나의 마음을 강하게 유혹하는구나. 마음만 먹으면 이 빛의 힘으로 속진의 염부제를 한 손에 움켜잡고 뒤흔들어 버릴 것만 같구나. 김문권은 고래로부터 전해내려온 전설적인 보물들이 많다는...
43. 금강석의 미소(25)대식국이 고향인 혜장은 김문권에게 말했다. “이 주실의 궁륭은 이슬람 제국과 대진국에서 본 반구형 건물과 방불하군요. 난 대진국의 도읍지 라마의 반대원(半大圓·판테온) 신전이라는 곳을 들어가 보았는데 이 곳보다 크긴 하지만 이보다 아름답진 않...
43. 금강석의 미소(24)사정부령이 왕에게 간했다.“차라리 호랑이 새끼를 풀어 어미 호랑이를 잡읍시다.”“그게 무슨 말인가.”“김문권의 고집을 보아하니 놈을 윽박질러 금강석을 찾기는 틀린 듯합니다. 그러니 아예 놈을 풀어주어 백호광명 봉안식을 거행하게 한 뒤 본존불의...
43. 금강석의 미소(23)뇌옥의 김문권을 면회 온 자는 뜻밖에도 혜초의 상좌였던 혜장이었다. 혜장은 원래 대식 사람으로 회교도였지만 혜초의 구법활동에 감화를 받아 불교도가 된 뒤 혜초의 수하에서 필수와 간경, 집필과 편찬 사업을 돕는 상좌가 되었다. 혜초의 꿈은 신라...
43. 금강석의 미소(22)석굴암 백호광명 봉안식이 정해졌다. 손 없는 윤달 초하루에 하기로 하고 김문권의 이름으로 왕실과 사찰에 초대장을 보냈다.모두들 흔쾌히 초대에 응했다. 하지만 신라의 왕은 석굴암 초대에 응하는 대신 김문권을 사정부로 소환했다.“그대가 동방의 빛...
43. 금강석의 미소(21)동대사에서 대대적인 백호광명 봉안식이 이뤄지는 날, 김문권과 묘옥은 나니와에서 배를 타고 신라를 향해 떠났다.“지금쯤 저들은 가짜 금강석을 가지고 동대사 청동대불에 백호광명을 봉안하겠지.”“가짜도 진짜로 믿으면 영험한 빛이 나오지 않겠어요?”...
43. 금강석의 미소(20)오로지 자기 하나 만을 위해 추는 묘옥의 배꼽 춤에 모노노베는 완전히 넋을 빼앗기고 말았다.그는 음양자의 연기를 맡으며 갑자기 엉뚱한 말을 했다.“비열한 쥐새끼 같은 도래인들, 내가 싹 쓸어버릴 거야.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건너와서 제놈들 ...
43. 금강석의 미소(19)김암이 김문권에게 말했다.“현재 천황의 권력보다 더 큰 권력을 누리고 있는 모노노베의 궁궐에 잠입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그 동방의 빛은 모노노베가의 상인을 통해 주군인 모노노베 시키부의 손에 들어갔을 것이 분명했다.“맞아, 나도 알아보니 감...
43. 금강석의 미소(18)금강석인 ‘동방의 빛’을 찾으러 왔다는 김문권의 말에 김암이 말했다.“아니, 그건 자네가 가지고 있지 않았나?”“난 이것을 묘옥에게 주었고, 묘옥은 동대사에 봉안하려는 나니와 상인에게 시주했다네.”“음, 나도 동대사 봉안 소식은 들었네. 이 ...
43. 금강석의 미소(17)묘옥은 김문권에게 취한 목소리로 말했다.“이것 봐요. 권력과 재물은 모두 뜬구름이에요.”“남는 건 예술이오.”“예술?”“그렇소. 나도 온 세계를 다니며 명예와 부귀를 추구해 보았지만 허망하기 짝이 없었소. 그동안 내가 추구한 것이 석굴암의 돌...
43. 금강석의 미소(16)이정기는 바늘을 붉은 물감에 찍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검은 먹물로 입묵(入墨)하지만 그는 묘옥을 위해 특별히 붉은 물감을 제조했다. 이 물감은 닭 벼슬을 잘라 받은 붉은 피를 양귀비꽃의 붉은 즙에 침지(沈漬)시킨 뒤 소주고리로 증류한 액이었다...
43. 금강석의 미소(15)군왕들에게 소황후는 천하와 등가였다. 소황후를 얻는 자는 천하를 얻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소황후를 얻기 전까지 맹렬하게 정복활동을 벌였던 뭇 군왕들이 소황후를 얻은 후에는 한결같이 소황후와 둥지를 틀고는 얌전하게 지냈던 것이다. 그렇...
43. 금강석의 미소(14)죽음의 자리까지 몰린 수양제는 그의 호위대장인 우문화급에게 말했다.“네 놈이 결국 나의 아내인 소황후를 노리고 배신을 한 것이로구나.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내가 어리석은 놈이었다.”“에잇! 긴 말은 필요 없다.”우문화급이 칼을 높이 쳐들...
43. 금강석의 미소(13)선실 창밖에는 보름달이 교교한 달빛을 흘리며 황하를 거울처럼 환히 비추고 있었다. 잔잔한 바다가 달빛에 젖어 애잔하고 밤의 경물(景物)은 단선점준(短線點竣)의 수묵화처럼 간명하고 신비로웠다.묘옥이 김문권의 품에 안기며 말했다. “나 같은 여자...
43. 금강석의 미소(12)김문권은 동방의 빛 금강석을 구하기 위해 양주에서 다시 일본 나라로 가야했다.묘옥이 말했다.“이번에는 저도 꼭 당신과 동행하고 싶어요.”“왜요?”“신라에 가서 당신이 완성했다는 토함산 석굴암도 보고 싶고, 일본 동대사도 보고 싶어요.”“나와 ...
43. 금강석의 미소(11)꽃등을 켠 작은 배는 장강을 그림처럼 미끄러져갔다.김문권은 팔과 다리 두 부분으로 노를 저으며 묘옥에게 말했다.“당신은 마치 다른 여인의 몸처럼 느껴지오.”“어떻게요?”“전에는 성난 파도더니 오늘 물길은 호수처럼 편안하오.”“그런가요. 물길은...
43.금강석의 미소(10)“동대사 대불을 위해 금강석을 가져간 일본 상인은 나라의 모노노베입니다.”“모노노베?”모노노베라면 일본의 토착 가문으로 도래인을 박해하던 자들이다. 그들의 박해로 한반도 도래인이던 국중공마려, 저명부백세, 고려복신 뿐만 아니라 백제촌 촌장 구다...
43. 금강석의 미소(9)김문권과 묘옥은 달빛이 비치는 별장 누각에 올라 장강을 굽어보고 있었다. 보름달은 하늘 중천에 높이 솟구쳤고 장강은 땅에 길게 누워 바다로 뻗쳤다. 바람이 불자 뒷물결이 앞물결을 치며 은물결 금물결로 반짝이며 일렁거렸다. 그 강물 위에는 거대한...
43. 금강석의 미소(8)향강루에서 김문권과 여진이 무희들의 춤을 관람하며 오리고기를 먹고 있을 때 향강루의 주인 묘옥이 찾아왔다. 그녀는 김문권을 반갑게 맞이하며 말했다.“들고양이처럼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군요.”“우리의 인연이란 먼 강을 건너오는 바람처럼 끊어질 듯 ...
43. 금강석의 미소(7)북적거리는 저자 사거리에선 페르시아인 마술사가 입에서 불을 내뿜으며 묘기를 보이고 있었고 유랑극단이 친 가설무대 위에서는 서역 악기에 맞춰 무희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골목마다 바가지를 들고 구걸하려는 거지들이 진을 치고 있는가 하면 말을 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