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권과 묘옥은 달빛이 비치는 별장 누각에 올라 장강을 굽어보고 있었다. 보름달은 하늘 중천에 높이 솟구쳤고 장강은 땅에 길게 누워 바다로 뻗쳤다. 바람이 불자 뒷물결이 앞물결을 치며 은물결 금물결로 반짝이며 일렁거렸다. 그 강물 위에는 거대한 용선(龍船)이 떠 있고 용선 주위에는 꽃등을 켠 작은 배들이 점점이 떠 있다.
“오늘 밤 무슨 행사가 있는 거요?”
“장강 축제이지요.”
“장강 축제?”
“그래요, 장강의 수신을 위무하는 축제가 벌어지는 날이에요?
매 해 양주인들은 장강의 범람과 갈해(渴害)를 막고자 장강의 수신(水神)을 달래는 축제를 벌인다. 꽃등을 켠 작은 꽃배들이 얼음을 지치듯 강물 위를 조용히 미끌리며 나아갔다.
“자, 여기서 내려가요.”
묘옥은 별장에서 강으로 난 길을 따라 장강의 뱃놀이 선착장으로 김문권을 이끌었다. 분위기가 향강루에 있을 때와는 달리 사뭇 은근했다.
묘옥은 강 아래로 내려가 꽃등을 켠 작은 배를 하나 빌렸다.
“타세요.”
나지막한 말이었지만 사뭇 거역할 수 없는 명령조였다.
배가 나아가자 물에 뜬 달이 이지러지더니 김문권은 천천히 노를 저었다. 불빛이 어린 장강의 물살만 말없이 바라보던 묘옥이 고개를 돌리며 뚜벅 말했다.
“이번엔 무슨 일로 양주에 오신 거죠?”
“처음엔 도당 유학생으로, 두 번째는 고선지 장군의 부름을 받고 왔지. 그리고 지금은 동방의 빛이라는 금강석을 찾으러 왔다네.”
“동방의 빛이라면 대공장님이 예전에 저에게 주신 것 아닌가요?”
“그래. 그런데 지금 다시 되돌려 주었으면 해서.”
“왜요?”
“신라 토함산 정상에 석굴암을 건설했어.”
“난 건축물에 관한한 김문권 대공장을 절대적으로 믿어요. 신도성도 훌륭하게 만들었는데 암자 하나 잘 만들지 못 했겠어요?”
“석굴암은 단순한 암자가 아니야. 화강암을 잘라 인공 석굴을 만들고 그 속에 부처님의 권속들을 모시려니까 매우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었지. 어쨌든 우리는 끝내 해냈어.”
“그래서요?”
“마지막으로 거대한 본존불을 완성하고 보니 어두운 석굴을 밝히는 백호광명이 필요하게 된 거야. 그래서 ‘동방의 빛’을 되찾으러 왔어.”
“아, 이럴 어쩌나! 그 금강석은 얼마 전 일본 상인에게 팔아 버렸어요. 어떻게 알고 왔는지 동방의 빛을 일본 동대사 본존불의 백호광명으로 모신다고 해서 시주하는 걸로 해서 거의 공짜로 넘겨 주었어요.”
“아뿔사! 도대체 그 일본 상인이 누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