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금강석의 미소(20)

오로지 자기 하나 만을 위해 추는 묘옥의 배꼽 춤에 모노노베는 완전히 넋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는 음양자의 연기를 맡으며 갑자기 엉뚱한 말을 했다.

“비열한 쥐새끼 같은 도래인들, 내가 싹 쓸어버릴 거야.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건너와서 제놈들 땅인 것처럼 군단 말인가! 난 이 나라 국토의 수호신이라구! 암, 그렇고 말고!”

한반도 도래인인 백제 신라 고구려인에 대한 욕설로 시작한 그는 나니와 강변에서 놀던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는 다소 감정이 누그러지는가 싶더니 다시 소가씨로 돌아와서는 적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격렬한 감정의 기복을 보였다.

“한반도 놈들은 물에 다 처넣어 버려야 해, 묘옥은 어떻게 생각해?”

묘옥은 별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맞아요. 게다가 주군님은 그럴 능력이 있어요!”

“내게 그런 능력이 있다구?”

“그럼요. 주군님은 이번에 일문인 나니와 상인을 통해 ‘동방의 빛’을 손에 넣었잖아요?”

“음, 그건 이틀 뒤에 동대사에 백호광명으로 봉안할 거야.”

“그걸 미리 한 번 볼 수 없을까요?”

“안돼. 그건 비밀이야!”

“모노노베님, 날 싫어하시는 거죠. 그럼, 춤도 그만 두고 갈래요.”

어느새 그녀는 모노노베 앞으로 가 자유분방하고 도발적인 눈빛으로 쏘아보며 말했다. 춤추는 묘옥의 모습을 본 모노노베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권위적인 지배자일수록 그들의 마음은 공허하며 애정이 결핍되어 있다는 것을. 권력의 정점에는 의자가 딱 하나 밖에 없는데 고독과 외로움이 그 의자를 선점하고 있어 권력자는 고독과 함께 그 의자에 앉지 않으면 안된다. 천하를 얻고서도 묘옥과 같은 사랑스런 여인이 곁에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가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그럼, 동방의 빛을 한 번 보여주세요.”

“음, 알겠다고. 집에 가지는 말아다오.”

모노노베는 그녀의 손을 잡고 지하실 계단으로 내려가 기나긴 복도를 걸었다.

그는 복도를 걸어가면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소가씨와의 오랜 싸움 끝에 이런 비밀의 방이 백 명의 무사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지.”

복도 끝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서는 막대기를 당겼다. 그러자 활차가 작동하면서 우측 벽면이 열리고 황금박을 입힌 상자가 나왔다. 모노노베가 상자를 열자 황금 받침대 위에 놓인 ‘동방의 빛’이 찬란한 빛을 발하며 눈을 부시게 했다. 모노노베의 검은 눈동자가 잉걸불처럼 이글거렸다.

그는 두 손으로 동방의 빛을 높이 받들고 소리쳤다.

“위대한 마법의 돌이여, 이제 머잖아 전 세계가 내 앞에 무릎을 꿇을 것이다. 오, 존경하는 아마테라스오미가미여, 이 동방의 빛으로 일본의 영광이 온세계를 비치게 하소서!”

묘옥은 금강석의 휘황한 빛과 모노노베의 주문같은 말에 현기증을 느꼈으나 이내 의식을 되찾고 바꿔치기 할 모조품인 수정보석을 고쟁이에서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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