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금강석의 미소(14)

죽음의 자리까지 몰린 수양제는 그의 호위대장인 우문화급에게 말했다.

“네 놈이 결국 나의 아내인 소황후를 노리고 배신을 한 것이로구나.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내가 어리석은 놈이었다.”

“에잇! 긴 말은 필요 없다.”

우문화급이 칼을 높이 쳐들자 수양제가 말했다.

“잠깐, 천자에게는 천자에게 맞는 죽는 방식이 있다. 칼로 참해서야 되겠는가. 짐주(독주)를 가져오도록 하라.”

짐주는 맹독성의 조류인 짐새의 깃털을 담가 만든 술로 그 독성이 강하고 빨라 망국의 군주들이 최후에 즐겨 마시고 죽은 술이다. 여담이지만 짐새는 전설상으로만 존재한 새로 알았으나 최근 중국 남방 광둥에 서식하는 맹독의 조류로 밝혀졌다. 몸의 길이는 21~25㎝이며, 몸은 붉은빛을 띤 흑색, 부리는 검붉은색, 눈은 검은색이다.

“짐주?”

“그래, 편안히 잠들고 싶다.”

“그건 네가 준비했어야지. 하지만 칼은 쓰지 않으마.”

우문화급은 자비를 베풀어 참수 대신 수양제가 쓰고 있던 비단 두건을 풀어 수양제를 목 졸라 교살했다.

우문화급이 신속하게 수양제를 교살한 이유 중 하나는 하루빨리 그가 사모해 왔던 소황후와 맘껏 잠자리를 함께 하고 싶어서였다.

수양제를 죽이고 소황후를 뺏은 우문화급은 살수대첩에서 을지문덕에게 크게 패해 우울증에 걸려 죽은 우문술의 장남이다. 그는 수양제를 죽이고 허제에 올라 일시 권력을 잡았으나 소황후를 탐낸 하왕 두건덕과의 싸움에 패배해 죽고 소황후는 포로로 잡히고 말았다.

처음에 두건덕은 포로로 잡은 소황후를 보지도 않은 채 단칼에 죽이려고 하였다. 수양제와 허제(우문화급), 두 황제를 몰락의 길로 이끈 경국지색을 보면 마음이 흔들릴까 염려했던 것이다.

하지만 두건덕은 궁금했다.

‘소황후는 달기와 서씨를 능가하는 천하절색이라지 않는가.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죽이자.’

두건덕은 단단히 마음을 먹고 칼을 든 채 소황후를 불렀다. 그러나 두건덕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넋을 잃을 정도로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그녀는 갓 피어난 함박꽃과 같은 기품 있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우아한 미소와 고귀한 품격 속에 관능적이고 도발적인 미색까지 엿보이는 절세미인이었다.

“아.” 두건덕은 들었던 칼을 떨어뜨리며 저절로 감탄의 소리를 질렀다.

“소황후, 그대는 수양제와 허제의 여자였소. 과연 천하의 영웅들이 그대를 차지하려고 거병한다는 말이 헛소문이 아니었구료. 내 그대를 죽이려 하였으나 맘을 바꿨오. 나의 여자가 되어 주시오.”

그리하여 두건덕은 강도에 하(夏)나라를 세운 뒤 왕이 되어 소황후를 차지하였다.

하왕 두건덕도 소황후를 얻은 후, 중원을 정복하려던 꿈을 버리고 소황후를 탐하는데 온갖 열정을 기울였다.

사실 허제와 우문화급과 하왕 두건덕에게 소황후는 단순한 미인 이상이었다. 소황후는 그들에게 천하의 상징이었다. 소황후를 얻은 것이 바로 천하를 얻은 것과 동일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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