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금강석의 미소(21)

동대사에서 대대적인 백호광명 봉안식이 이뤄지는 날, 김문권과 묘옥은 나니와에서 배를 타고 신라를 향해 떠났다.

“지금쯤 저들은 가짜 금강석을 가지고 동대사 청동대불에 백호광명을 봉안하겠지.”

“가짜도 진짜로 믿으면 영험한 빛이 나오지 않겠어요?”

“그러길 바라야지.”

배에서 바라보는 푸른 밤바다의 밤은 아름답다.

동방의 빛을 찾아오던 그날 밤은 어떠했던가.

모노노베는 음양자의 여운 때문이지 눈이 몽롱하게 열려 있고 웃옷 끈은 흐트러져 여전히 몽환적인 자태였다. 그러나 묘옥에게 음양자의 연기는 매캐하고 풋내가 날 뿐 우려했던 환각증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지하 창고에서 수정으로 동방의 빛을 바꿔치기한 뒤 묘옥은 음양자의 힘으로 치근치근 들러붙는 모노노베에게 환약 하나를 먹였다.

“이건 음양자보다 열 배나 센 미약이에요. 이걸 하나씩 먹고 우리 합환해요.”

이미 수 많은 미약을 실험해 본 모노노베는 별 의심없이 묘옥이 내민 환약을 받아먹었다. 그 환약은 맹독성인 미치광이풀, 초오, 투구, 천남성, 칠수 등의 독초를 삶은 진액이었다. 치명적이진 않지만 하루는 가사상태로 지내야 하는 독성을 지니고 있었다.

“어쨌든 그만하기 다행이야.”

“내가 모노노베 궁에 들어갔을 때 음양자 연기가 자욱했어요. 모노노베는 쾌락보다 고독과 두려움 때문에 음양자를 하는 것 같았어요. 자신에 대한 나약함과 두려움이 오히려 강하게 되고 싶은 욕망을 충동질하나봐요.?

묘옥은 행복에 겨운 눈으로 김문권을 바라보았다. 달빛에 젖은 묘옥의 눈은 크고 몽환적인 눈이다.

“그게 권력자들이 가진 공통된 성격이지. 자신의 범상함에 대한 두려움을 잊기 위해 절대권력과 음양자와 여자를 찾는 거야. 당신과 같은 매력적인 여인을 말이야.”

김문권은 묘옥의 눈에 접문을 했다. 그녀는 눈을 감으며 긴 속눈썹을 떨었다. 그녀의 손에는 금강석 ‘동방의 빛’이 꼭 쥐어져 있었다.

김문권은 석굴암에 주석하는 표훈대사를 만나 감격적인 해후를 했다. 표훈은 예전과 다름없이 여전히 명랑하고 밝은 얼굴이었고 김문권과 묘옥 또한 먼 여행에서 돌아온 사람답지 않게 건강한 모습이었다.

김문권이 금강석을 표훈에게 건네며 말했다.

“대사님, 마침내 동방의 빛을 찾아왔습니다.”

“오오, 이로써 지난했던 석굴암의 역사는 마침내 완성되는구나.”

표훈은 금강석을 보고 감탄하며 말했다.

“사실 이 금강석은 왕오천축국전을 쓴 혜초 스님으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혜초 스님은 땅끝인 대식국에서 구했지요.”

“석굴암의 인연은 팔천대천세계처럼 넓어 미치지 않은 데가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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