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금강석의 미소(11)

꽃등을 켠 작은 배는 장강을 그림처럼 미끄러져갔다.

김문권은 팔과 다리 두 부분으로 노를 저으며 묘옥에게 말했다.

“당신은 마치 다른 여인의 몸처럼 느껴지오.”

“어떻게요?”

“전에는 성난 파도더니 오늘 물길은 호수처럼 편안하오.”

“그런가요. 물길은 언제든지 변한다는 것도 명심하세요. 배를 고즈넉하게 띄우기도 하고 사납게 뒤엎기도 하지요.”

“하지만 오늘 이 물길을 따라가면 무릉도원이 멀지 않겠소.”

김문권은 배가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가자 노와 근의 움직임이 조심스러워졌다. 그녀와 나누는 절정의 느낌을 좀더 오래 간직하고 싶었다. 장강이 굽이치는 곳에서 배를 좀 천천히 몰면서 숨고르기를 했다.

묘옥이 김문권에게 말했다.

“당신은 과거보다 더 능숙한 뱃사공이 되어 돌아왔군요.”

“글쎄요.”

“여염의 거리를 부지런히 쏘다닌 것은 아닌지요?”

“당신과 헤어져 있는 동안 내가 한 것이라곤 여자의 향기라곤 한 올도 없는 산속에 들어가 도를 닦은 일 밖에 없소.”

“하지만 노 젓는 솜씨가 소녀를 다루는 황제를 능가합니다.”

“그럴 리가.”

“꽃을 다치지 않고 꿀을 빨아먹는 벌처럼 노련하군요.”

“나이가 들면 바둑을 두지 않아도 저절로 급수가 느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당신을 바둑 구단 신선에 임명합니다.”

“당신은 소녀 구단 선녀에 임명하오.”

“고맙군요. 어쨌든 이번 승선으로 당신의 기력이 보비될 것입니다.”

“신비의 묘약을 먹고 도원경으로 가는 느낌이오.”

“사랑의 묘약이지요.”

묘옥은 자신의 몸이 자기 이름과 비슷한 사랑의 묘약임을 강조했다.

“이대로 배를 타고 일본 나니와까지 가면 좋겠소.”

“무리는 하지 마세요.”

“아, 무릉도원이 가까이 보이는 것 같아요.”

김문권의 노 젓는 소리가 갑자기 빨라졌다.

“저두요.”

“아아.”

김문권은 팔로 빠르게 노를 젓는 속도에 맞춰 아랫도리로도 전진과 후퇴를 반복했다. 물을 치는 성난 노는 쉴 새 없이 앞뒤를 오가며 무섭게 떨었다. 그러고 얼마 안 있어 그만 ‘윽’ 비명소리를 지르며 파정했다. 이윽고 배는 정지해 자연스레 물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묘옥, 당신은 실로 음양의 이치를 다 통달한 듯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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