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현정 청솔초등학교 교사

“얘들아, 모아 모아 예술 작품 공모전에 한 번 나가볼래?”라는 말에 우리 반 아이들은 호기심에 찬 눈망울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모아 모아 예술 작품 공모전은 울산시교육청에서 주관하는 공모전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미술 시간에 공부한 것으로 협동 미술작품을 하나 만들어 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작품 제출일 6주 전, 우리 교실엔 본격적으로 작품 공모전에 출품할 학생 협동화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주제는 ‘우리가 꿈꾸는 세상’. ‘우리가 바라는 꿈과 세상은 어떤 것일까?’ 물음을 던지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학교 현장에 있으면서 외향적인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는 학교 안팎으로 많은 반면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내향적인 아이들이 소질을 뽐낼 수 있는 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런 공모전이 있다는 소식이 내심 반가웠다.

우리는 사진작가들이 표현한 상상의 세계 작품도 공부했다. 사람이 걸어가는 뒷모습에 그어진 선이 그림자이고 사람의 다리가 연필인 작품을 보며 아이들은 작가의 창의적인 상상력에 감탄을 쏟아냈다. 주말이나 연휴 동안도 예술 작품에 대한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 집에서 주제와 관련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오기로 했다.

드디어, 23명의 친구들이 세 팀으로 나눠서 자신들이 바라는 세상을 표현해 보기로 했다. 바다 팀은 자신들의 꿈을 닮은 맑은 바다 세계를 그렸고, 벌집 팀은 꿈의 맛을 생각하며 꿈이 배달되는 세상,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세상 등을 표현했다. 나무 팀은 색 사용이 얼마나 감각적인지 숲의 자연 바람을 교실에 옮겨 놓은 것 같았다. 제일 기대가 컸던 바다 팀은 화려하지만 자신들이 해방되고 싶어 하던 꿈의 내용이 보이질 않았고, 벌집과 나무 팀은 그림 표현이 서툴렀지만 자신들이 바라는 꿈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작품 제출 기한이 다가오자 이 작품들을 모두 주제에 맞게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완성된 작품이 도저히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이렇게 미술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겪는 창작 과정의 고통이 만만치 않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낄 때, 나는 아이들의 진지한 눈빛을 발견하곤 경이로움을 느낄 정도였다. 이 순간 나는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었다. 손톱보다 작은 팟츠 하나라도 구입한 모든 재료를 동원해 하나하나 만들어 내는 아이들의 몰입과 정성을 보니 아이들의 대견함이 꼭 인정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어쩌면 완성이라는 것은 없고 우리에겐 최선만 있겠다’ 싶었다. 정성스레 포장해 출품한 작품은 보름 후 무더위 속 오아시스 같은 기쁜 소식으로 돌아왔다. 10월 울산교육문화예술제 전시회에 최우수 작품으로 전시하게 되었다. 다가오는 10월은 우리 반에게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안현정 청솔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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