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단아 화암초등학교 교사

아침부터 카톡이 시끄럽다. 얼마 전부터 2024년 10월1일 국군의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할 것인가를 두고 사람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다. 교육 현장에 있으므로 좀 더 소식을 빨리 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 묻곤 한다. 공휴일이 지정되냐고…. 그러나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늘 뉴스를 통해 전달받은 후 공문으로 이 사실을 접한다. 하달식 전달이다. 어떠한 언질이나 협의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또 한 번 뉴스로 국군의 날 임시공휴일 지정 소식을 접했다. 당장 부장 교사 카톡방이 시끄럽다. 왜냐하면 정해진 학사 일정이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수업일수를 맞추기 위해 학사 일정을 불가피하게 조율해야 한다. 단순히 “하루 더 쉬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냐”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연간 수업일수는 정해져 있고 이에 맞춰 학교 행사와 방학, 재량휴업일이 적절히 분배돼있다. 국군의 날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1년 단위의 교육 농사에 빈틈이 생긴다. 이는 교사의 입장만이 아니다. 정해진 학사 일정에 따라 아이 돌봄과 가족 여행 등을 계획한 학부모 역시 불편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모 초등학교는 현장체험학습과 수학여행이 잡혀 있다. 한번 현장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사전에 버스부터 방문 기관과 숙박 등 일정에 따라 이미 계약이 이뤄져 있다. 이런 경우 연기나 취소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숙박과 버스회사와의 계약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하나이다. 학교장의 재량으로 다시 한번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공휴일에 학교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운영위원회가 열리는 문제는 쉬운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이러한 문제가 심의되기 위해서는 이미 3월에 선출된 학부모 위원, 교원 위원, 지역위원의 일정에 맞는 날을 선정해 미리 기안한 공문에 따라 학교 행정실장이 간사가 되어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

우여곡절 끝이 학교 행사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더 있다. 임시공휴일을 쉬는 학교는 수업일수를 맞추기 위해 정해진 겨울 방학을 하루 뒤로 미뤄야 한다. 그러면 모든 반의 교사는 바뀐 연간 시간표에 따라 업무포털 ‘나이스’에 접속에 시간표를 변경하고 교육과정에 맞춰 연간 지도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단순히 졸업식이나 종업식이 하루 미루어지는 게 아니다. 갑작스러운 대통령의 한마디에 전국에 있는 초·중·고 학교에서 모든 학사 일정을 바꾼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생각해 볼 문제이다.

갑작스러운 휴일 지정으로 인해 징검다리 휴무가 되었고, 학생들과 교사들은 퐁당퐁당 학교에 와서 수업해야 한다. 수업의 연계성에서 볼 때도 무리가 있는 결정이다. 이러한 결정이 좀 더 빨리 이루어졌다면 학교 재량휴업을 활용한 더욱 매끄러운 학사 일정 조율이 이루어졌으리라 생각한다.

신단아 화암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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