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상아 연암초등학교 교사

봄물결이 잦아들고 긴긴해가 걸리는 달. 5월이 되면 각종 행사로 학교는 분주하다. 이 중 6학년의 꽃이자 큰 업무인 수학여행이 있다. 3월부터 학생들은 “선생님 버스에 친구랑 같이 앉아도 돼요?” “용돈 얼마나 들고 가요?”와 같은 물음표를 던진다. 교사는 타석에서 공을 치는 타자처럼 변화구로 들어오는 질문을 안타로 쳐낸다.

준비 과정부터 학생과 교사는 다르다. 학생들의 관심사는 ‘관계’이다. 누구랑 같이 다닐지, 어떤 놀이기구를 함께 탈지, 어떤 옷을 맞춰 입을지가 그들의 최고 관심사이다. 교사의 관심사는 온통 ‘안전’이다. 광활한 장소에서도 무의식적으로 외치게 되는 “6학년-” “3반!” 학급 구호 연습, 각종 위기 상황과 대처 방법을 알려주는 안전 교육을 반복했다.

당일 아침, 옷장을 열고 움직이기 편하면서 너무 후줄근하지 않은 옷을 고르고 무기를 장착하듯 마이크와 호루라기를 가방에 넣었다. 평소보다 배낭이 무겁게 느껴졌다. 평소 9시가 다 되어 오던 반장이 집결 시간 한참 전에 왔다. 이유를 물어보니 ‘중요한 날’이라 눈이 떠졌다고 한다. 들뜬 표정만큼 빵빵한 가방을 보니 간식을 많이 챙겨왔나 싶어 웃음이 난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들린 휴게소에서 뭘 좀 먹을까 고민하던 찰나, 휴게소에 진입하는 차와 그 앞을 건너려는 학생이 보였다. 소떡소떡, 알감자, 쥐포가 가득한 쉼터가 이렇게 위험한 곳인지 처음 알았다. 놀이공원에 도착해서 달려 나가는 학생을 배웅했지만, 휴대 전화는 쉴 틈을 주지 않았다. 놀이기구 타기 전 “살려 달라”는 문자만 부모님께 남기고 전화를 받지 않는 학생,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며 물어보는 학생, 같은 놀이기구를 5번 타고 멀미가 난 학생, 휴대 전화와 지갑을 잃어버린 학생 등 어떤 놀이기구보다도 긴장되는 전화가 걸려 왔다. 롤러코스터보다 무서운 점은 언제 내려가는지 예상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1박2일의 여행은 휴대 전화를 자리에 두고 내린 학생을 기다리면서 끝이 났다. 집에 돌아가는 버스를 타니 홀가분했다. 이틀 내내 느껴진 무게감은 무엇일까. ‘선생님이니까’라는 소명 의식보다는 ‘선생님이라서’ 사고가 났을 때 민·형사상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책임감, 솔직히 말하면 두려움이었다.

한눈에 들어오는 교실과 달리, 학생이 시야에서 벗어난 공간에서 약 80명을 4명의 교사가 관리하는 체계. 1박2일 동안 안전사고 없이 다녀온 것은 ‘교사가 잘 지도해서’ ‘학생이 말을 잘 들어서’라기보다 행운에 가깝다. 몰랐던 시험 문제의 정답을 찍어서 맞추고, 길을 가다가 500원 동전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할 때나 ‘운’을 이야기하지, 사람의 안전과 교육에 관련되는 것에 ‘운’은 어울리지 않는다. 인솔 교사를 법적으로 보호할 제도가 마련되어 더 이상 운수가 교육 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제야 교사는 비로소 학생과 같은 마음이 될 수 있다.

배상아 연암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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