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 대송고등학교 교사

벼룩 실험이 있다. 몸길이가 2~4㎜ 밖에 되지 않는 벼룩은 자기 몸의 50~100배 높이까지 뛸 수 있지만, 작은 유리병에 뚜껑이 닫힌채 갇히면 유리병의 뚜껑이 없어져도 딱 그만큼만 뛴다는 실험이다. 처음에는 자기 능력만큼 뛰어오르려고 안간힘을 쓰겠지만, 그럴수록 유리병에 부딪히며 고통을 받을 것이다. 자기 능력대로 뛸 때마다 고통을 느끼게 되니 어느 순간 벼룩은 뛰어도 고통을 느끼지 않을 만큼만 뛰게 되었을 것이고, 나중에 유리병의 뚜껑이 없는 상태에서도 딱 그만큼만 뛰어오를 뿐, 원래 자기가 가진 능력만큼은 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코끼리 실험도 있다. 말뚝에 다리가 묶여 작은 울타리에 갇혀버린 어린 코끼리가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발버둥을 쳐도 결국 실패하게 되면, 다 큰 코끼리가 되어서도 작은 말뚝에 걸린 여린 밧줄 하나에 묶여 똑같이 살아간다는 실험이다. 벼룩과 코끼리 모두 과거 한때의 실패나 한계를 느낀 경험 때문에 자기 잠재력이나 진정한 힘과 능력을 알지도 쓰지도 못하고, 결국 익숙한 자기 한계 속에서 평생을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씁쓸했었다.

처음엔 벼룩과 코끼리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졌지만 어느 순간 유리병에 갇힌 벼룩이나 작은 말뚝에 갇힌 코끼리가 나의 모습만 같았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도전할 때마다 두려움과 불안으로 머뭇거리다 어느 순간 뒷걸음치는 내 모습에서 자기 한계에 갇혀버린 벼룩과 코끼리에게서 느낀 안타까움이 보였다. 이후 그들도 나의 모습도 변함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자 안타까움의 무게가 더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잠깐만! 나만의 상상 실험을 해본다면, 지금 5월처럼 아주 화창한 어느 날, 벼룩의 컨디션이 아주 좋은 날, 벼룩이 자기도 모르는 어느 순간에 평소보다 조금 더 높이 뛰어올라 유리병을 뛰어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코끼리가 정말 기분 좋은 날, 코끼리의 기분을 설레게 하는 무언가를 만나러 달려 나가고 싶어졌다면 어떻게 될까? 살아있기에 움직이고 역동하는 벼룩과 코끼리가 자기 능력과 힘을 우연히 만나게 되는, 세상이 번쩍 하고 바뀌는 순간 말이다. ‘여기까지가 나의 한계야, 난 더는 못 해…’ 하고 주춤거리다가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숨겨진 힘을 알게 된 순간, 그 이후로 그들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한 마리의 벼룩이 뛰어나가면 또 한 마리가 뛰어나오고 또 한 마리가 뛰어나오면 어느 순간 유리병이 텅텅 비어버릴 것 같다. 코끼리가 갇혀 있던 그 우리에서 한 마리가 여린 말뚝을 뽑아내면 다른 코끼리도 말뚝을 뽑아내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 것만 같다. 벼룩이 계속해서 뛰어본다면 코끼리가 계속해서 움직인다면 자의 타의로 정해진 한계를 벗어나는 순간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갑작스러운 희망이 생겼고 나에게도 그 희망을 비추어봤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벼룩에게 외쳐본다. “벼룩아, 지금이 바로 그때야! 벼룩아, 이제 날아라!”

김건희 대송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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