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10년 빈도 극한호우 일상화
중장기 대책은 차치하고 올 장마 대응
지자체별 재난안전TFT 구축 서둘러야

▲ 남호수 동서대학교 교학부총장

기상청은 지난 2023년 하반기에 집중호우와 극한호우에 대한 정의를 재정립한 바 있다. 집중호우란 1시간에 30㎜ 이상 또는 하루에 80㎜ 이상의 비가 내리는 경우를 얘기하는 반면, 극한호우(Extreme Rainfall)는 시간당 강수량이 72㎜ 이상인 경우 또는 1시간 누적 강수량이 50㎜ 이상인 동시에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 이상인 경우로 정의했다. 이에 대한 기준과 근거는 호우로 인한 피해의 약 80% 이상이 극한호우 상황 이상의 경우에 발생한 것에 기초하고 있다. 기상청에서는 극한호우가 불러올 수 있는 피해를 줄이고 후속 재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는 전국적으로 ‘극한호우 재난문자’를 발송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이전, 과거 통계를 기반으로 계산했을 때 시간당 72㎜의 비는 대략 ‘10년 빈도의 비’로 알려져 있었다. 10년에 한 번 만날 정도로 드물게 많은 비라는 것이다. 하지만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고 있는 한반도에서 최근까지 이 정도의 비는 2년에 한 번꼴로 잦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기야 지난 2022년 여름, 서울 강남에는 1시간에 140㎜가 넘는, 그야말로 500년 빈도의 극한호우가 내리기도 했다. 서울만 보면 최근 3년 연속으로 극한호우가 관측되고 있다. 기존 10년 빈도의 극한호우는 이미 일상으로 접어들어 통계적, 확률적 빈도모형이 유의미하지 않다고 보아야 할 지경이다. 이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경험적이고 빈도적인 확률모델이 안정적으로 정립될 수 없음에 연유하는 바가 클 것이다. 국내 연구진의 중장기적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가히 충격적이다. 온실가스의 배출량이 현 상황보다 더 증가하게 된다면 21세기 후반부에서는 시간당 230㎜의 강수량도 가능하다는 예측이다. 당장에라도 소위 100년 빈도의 극한호우 시간당 110㎜의 비는 언제라도 퍼부을 태세이다.

한편, 현재 지역별로 구축된 제방은 50년 주기 또는 규모가 크고 중요한 시설에 대해서도 100년 빈도의 강수량을 기준으로 설계된 것이 대부분이다. 이미 급격하게 진행되는 기후변화 등의 환경적인 상황은 기존의 방재시설이 근본적으로 현실 상황에 부합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대로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향후 빈번해질 극한호우, 그 이상의 또 기록을 경신하는 강수량에 대응키 어려운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관련한 매뉴얼을 전면적으로 개편,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 예측되는 극한호우 또는 그 이상의 강수량에 대한 모델링이 필요하며, 그에 대응하는 시설, 환경 구축과 기존의 시설을 개선하는 작업이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물론 50년 뒤의 발생 가능한 극한 상황을 전제로 100%까지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또 필요하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중장기적 대책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당장 닥쳐온 올해 장마와 극한호우에 대한 대비책은 즉시 마련돼야 할 일이다. 예상되는 피해가 눈앞에 닥쳐있음이다. 우선 극한호우가 예상되는 장마기간 30여일 동안이라도 재난 방재 전문가가 포함된 재난안전 TFT를 지자체별로 구축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기에는 콘트롤타워 지휘체계와 책임자의 역할이 중요한데 지자체별로 기상청의 극한호우 등에 관한 판단과 안내에 기초해 신속한 대피, 보호방안이 즉각적으로, 그리고 일사분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이미 구축된 시설이나 제방이 감당키 어려운 극한호우가 발생하는 경우에 대응하는 방안 마련이다. 즉 재난이 불가피하게 닥쳐오는 경우에 대한 대비책이다. 하수관로, 빗물펌프장, 산사태, 붕괴 및 월류 가능성이 높은 시설에 대한 조기경보와 사전대비, 인명손실을 막기 위한 조기 대피,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시설구축과 조치, 구조활동을 위한 ICT 인프라 운영, 안전통제, 재난구조팀 운영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중장기적 대책과 단기적 대응방안 그 어느 것 하나 아쉽지 않은 게 없는 오늘이다.

남호수 동서대학교 교학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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