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원의 이공계 분야 혜택 강화
연구·개발분야에 대한 투자 늘리고
사회 인식개선·취업기회 확대 필요
올해도 여전히 나름의 치열한 대학입시가 치러지고 있다. 수시모집 등록기간이 이번 주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최근 입시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의대, 의예과 지원이다. 최근 20여 년간 이어온 의과대학 선호도가 가장 극에 달한, 그리고 의과대학 정원 증원이 격렬한 논쟁의 소용돌이에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1970~80년대를 되돌아보면 당시 공업 중심의 사회부흥 전략이 국가적으로 전개되면서 기초과학(물리학, 화학 등)과 공업학문(전자공학, 화학공학, 조선공학, 금속공학 등)이 초강세였다. 그 당시 인재들이 기초과학과 공학에 몰렸기에 20년 후, 2000년대에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 정밀화학 등의 산업 분야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된 동인이 된 것임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할 것이다. 물론 사회적 여건이나 수요가 높진 않았지만, 만약 당시에도 의약학 분야에 인재가 몰리고, 또 그러한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었더라면 오늘과 같은 산업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웠으리라 생각한다.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4차산업혁명 시대를 예고하고, 이어 전 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디지털대전환, 쳇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 그에 더하여 연구와 기술개발(R&D) 영역에 머물던 첨단 모빌리티, 반도체, 양자컴퓨터, 이차전지, 수소에너지, 바이오 등의 분야가 이미 산업화의 영역으로 편제된 현재, 그리고 목전에 다가온 미래에 공학 분야의 우수한 인재가 절실하게 필요하고, 또 집중적으로 양성돼야 국가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됨은 자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몇 년간 지속한,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공학기피 현상은 우리 산업의 장래를 암담하게 만든다. 공학기피에 대한 배경과 원인을 살펴보면, 우선 우리 사회가 의사, 변호사와 같은 직업들이 높은 사회적 인정을 받고, 이로 인해 공학 분야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에 있다. 더하여 학생들이 중·고등학교에서 과학 및 수학에 대한 교육에 노출되는 환경이 중요한데, 과학과 수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지원하는 교육이 부족한 면이 적지 않으며, 이로 인한 공학 분야로의 흥미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집중적이고 경쟁이 치열한 교육과 취업 환경 또한 문제가 되는데, 학생들은 안정적이고 빠른 취업 기회를 찾는 경향이 있으며, 공학 분야 전공자가 의사, 변호사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직업 안정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는데 공학기피의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공학기피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 또는 방안으로는 먼저, 교육 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 초중고 교육 단계에서 과학 및 공학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생들에게 이 분야의 매력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교육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대학 수준에서도 전공 선택의 폭을 확대하고, 전통적인 공학에서 파생되는 첨단산업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융합분야를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다양한 전공 간 융합 교육은 이공계에 대한 흥미를 높일 방안 중 하나다. 또한, 현장실습이나 산업체와의 협력 프로그램을 강화해 실무경험을 향상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는 이공계 전문가에게 제공되는 혜택을 강화하고, 연구 및 개발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근본적으로 산업체와의 협력을 촉진하고, 취업기회를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며, 이공계 전문가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을 벌여 이 분야에 대한 차별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학생들이 공학에 대한 밝은 미래와 비전을 바라보며, 격동의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공학이 국가의 미래를 다시 부흥케 할 계기가 만들어지길 바라본다. 우리 산업의 미래가, 국가의 경쟁력이 적잖게 공학도의 손에 달려있다.
남호수 동서대학교 교학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