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자전거 수리, 칼갈이 서비스 등
찾아가는 ‘OK생활민원기동대’ 눈길
환경을 위해 고쳐쓰는 문화 확산돼야

▲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봄이 지나고 장마철이 다가왔다. 장마철의 필수 아이템은 뭐니 뭐니 해도 우산이 될 것이다. 잠깐잠깐 쓰는 물건이라 저렴한 일회성 우산을 찾는 경우도 많은데, 그러한 우산으로는 예전 파란색 얇은 비닐이 씌워진 나무 우산에서 최근에는 투명 비닐로 된 가벼운 금속제 우산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고급우산도 있고, 여러 기능성 우산들도 개발되고 있다. 예컨대 빗물이 안 떨어지게 거꾸로 세우는 우산도 있다. 차 탈 때 비 안 맞게 하는 우산 발명이 많이 시도되고 있지만 아쉽게도 딱히 효과 있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우산과 관련해 무슨 이슈가 있겠나 싶겠지만, ‘비’라고 하는 대기 환경에 대처하는 수단인 우산이 또 다른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어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다. 일반적으로 우산은 비를 피하는 필수기능만 충족하면 되는데, 우산의 구조상 일단 살 하나라도 파손되면 제 기능을 못하게 되는 아킬레스를 지니고 있다. 즉 살이 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쉽게 부분 파손돼 고장 나고, 아무리 일회용 우산이 아니라고 해도 고치는 수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값싼 물건이다 보니 쉽게 버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는 것으로 최근 뉴스에서 서울 서초구의 ‘찾아가는 우산수리센터’가 눈길을 끌었다. 관내 권역별로 무료 우산·자전거 수리, 칼갈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울산의 경우에도 각 지자체가 각종 수리 서비스, 칼갈이 등을 무상 제공하고 있다. 남구의 예를 들면 매년 베스트행정서비스의 날 행사를 하고 OK생활민원기동대를 운영해 각종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원전 1200년경 이집트에서는 귀족만이 우산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그 때에는 당연히 귀한 물건이니 고장 났다고 바로 버리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산을 포함해 다양한 필수품들이 이제 너무나 값싸게 대량 생산되다 보니 웬만하면 버리고 새 물건을 사는 것이 더 싼 세상이 되었다.

예전에는 고장 난 물건을 고치는 전문가가 인기 있는 캐릭터였던 적이 있었다. MBC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에서 배우 임현식이 연기한 ‘순돌이 아빠’가 바로 그 분이다. 드라마 아닌 현실에서도 당시에는 각 가정에 순돌이 아빠가 한 사람씩 있었다. 선풍기나 라디오가 고장 나면 손재주 있는 가장들은 이리저리 분해해서 스스로도 수리해서 사용하곤 했다. 그래도 안 되면 전자제품 대리점이 있기 이전에는 전파상이라는 곳에서 수리를 하곤 했었다. 자동차의 경우에도 대개 고장난 해당 부분의 수리, 부품 교체를 하고 심지어 사소한 것은 자가 수리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거의 모든 부품이 모듈 형식으로 생산된다. 그래서 서비스센터에 가면 대개 그 부분만 수리하는 것은 불가하고 많은 돈을 들여 통째로 갈아 끼우는 것만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흔히 듣게 된다. 혹은 반대로 인건비 때문에 통째로 교체하는 것이 더 저렴한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비용이 저렴하다고 해서 사회적으로도 저렴한 것이 아니다. 일부분이 고장 났을 때 통째로 갈아 끼우고 고장 난 덩어리 전체를 버리게 되면 환경오염이 덩어리째 발생하는 것이 된다. 스마트폰도 몇 년 쓰다 보면 고장 나거나 화질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 때 소위 새 스마트폰으로 쉽게 갈아타게 된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쓰레기를 양산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특히 선진국일수록 이러한 덩어리 쓰레기가 더 많이 배출된다. 선진국에서 오래돼 버려지는 자동차가 후진국에서 마술처럼 고쳐져서 오랫동안 운행되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물론 매연이 풀풀 나는 것을 보면 그것이 지구환경에 정확하게 도움이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고쳐 쓰는 것에 대한 예시로 든 것이다. 대체로 다른 물건의 경우는 후진국에서 고쳐 쓰는 것들이 충분히 환경 파수꾼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우스갯소리로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지만, 물건의 경우라면 고쳐 쓸 수 있는 게 한두 개가 아닐 것이다. 고쳐 쓰자는 마음을 갖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 하나의 사회운동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지구를 좀 더 오래 쓰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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