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심 고취·사회적 갈등 완화 효과
기존 인프라 활용 흑자 올림픽 가능
올림픽 유치 준비 서울, 면밀 검토를

▲ 남호수 동서대학교 교학부총장

2024년 파리 올림픽도 어느덧 중반을 지나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우리가 스포츠에 관심을 두고, 특히 올림픽에 크게 주목하게 된 계기는 바로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이 아니었나 싶다. 서울에서 개최된 최초의 국제 스포츠 경기는 1980년대 초에 출범한 군사정권의 비민주성을 포장하는 데 최고의 선전도구로 활용되었음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이러한 국제 스포츠 경기를 유치, 개최를 앞두고 한국의 민주화와 개방으로의 목소리가 분출되는 여건이 조성되었으며, 이를 무단히 막아내기에는 올림픽과 같은 대회의 성공적 운영에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기에 궁극적으로는 민주화를 앞당기고 권위주의 종식의 전기로 작용하였다는 것은 뒤따라온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유치 초기부터 적어도 서울은 근대화를 넘어 현대적인 도시로 꾸며보려는 대단한 노력이 있었고, 여기에는 엄청난 투자와 앞선 도시환경조성이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도심은 물론 변두리 상가, 주택가 등에 대대적인 철거와 재개발이 이루어졌고, 그 와중에 서민의 생계에 많은 위협이 일어나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서울은 국제적인 행사를 처음으로 개최할 국제공항, 지하철, 국제경기 기반시설, 대규모 국제행사를 치를 수 있는 역량 확보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게 되었으며, 이는 바로 다가온 1990년대의 세계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건조성과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이다.

지금 개최되고 있는 2024년 파리 올림픽은 2016년 리우올림픽 이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021년에 열린 무관중 도쿄올림픽(2020년)에 이어 실로 8년 만에 제대로 외연을 갖춘 올림픽인 셈이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국가 이미지의 제고와 국제적 영향력 증대를 위한 무대로서, 올림픽을 통해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려 하고 있으며, 이는 2024년이 프랑스의 최근 정치적 난관을 극복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구축할 중요한 기회임을 내포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 올림픽을 통해 프랑스를 개방적이고 현대적인 국가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이 기회를 통해 국내적으로도 정치적 통합을 이루고자 하는데, 올림픽은 국민적 자부심을 고취하고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순기능이 큼이다. 최근 몇 년간 프랑스는 연금 개혁 반대 시위 등으로 내부 갈등이 심화된 바 있다. 올림픽은 이러한 사회적 갈등을 잠재우고, 국민을 하나로 묶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프랑스 정부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개최 비용으로 82억 달러 또는 최대 100억 달러를 감안하고 있는데, 주최 측은 지출의 3배에 이르는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이전의 투자 대비 성과가 미흡해 온전히 적자 대회로 전락한 사례를 고려한 면이 크며, 실질적인 흑자 올림픽의 전설처럼 회자하는 LA 올림픽 같은 경우를 벤치마킹한 투자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파리 올림픽은 리우와 런던에서 열렸던 이전 대회의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면서 역사상 가장 친환경적인 올림픽으로 꾸려내겠다는 목표하에 기존의 도시 인프라의 최대한 활용을 전제로 투자를 최소화(이전 대회의 거의 절반 규모)해 진행하는 경제적 접근을 하고 있다.

이제 올림픽은 아마추어 축제로 출발해 이념과 상업주의에 집착했다가 최근 순수성 회복과 인류 발전 기여를 다시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물론 그럼에도 정치적 목적과 개최국의 경제적 계산기는 작동됨에 어긋남은 없겠지만 큰 방향에서 대전환의 길목에 들어선 것은 틀림없다고 본다. 2036년 하계올림픽을 유치 준비하고 있는 서울시는 이런 부분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서울-평양올림픽 공동 개최를 추진하겠다면 더욱 살펴야 하는 정치·경제적 측면이라 생각한다.

남호수 동서대학교 교학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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