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23년 악성 민원으로 인한
공무상 재해 신청 공무원 1131명
권익위, 악성민원 대응 함께 고민

▲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번 달 12일 울산 중구에 있는 근로복지공단 본부에서 ‘공공부분 악성민원 사례·대응방안 간담회’를 가졌다. 필자 역시 울산 사람이라 이런 의미 있는 간담회를 울산에서 여는 것이 내심 반가웠다. 장소가 울산으로 결정된 데는 근로복지공단에 많은 민원이 접수되고 또 그 강도가 강하다는 점과 구체적인 사례가 있었다는 점이 고려되었다.

민원인 A씨는 자신의 민원에 만족스러운 답변을 내놓지 않는다는 이유로 약 15개월 동안 근로복지공단에 1802건의 민원을 제기했고 이를 이유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민원인 B씨는 근로복지공단 울산본부 민원실에서 담당직원과 대화 중 화가 난다는 이유로 갑자기 테이블 위에 있던 유리병을 직원에게 던져 상해를 입혔다. 이러한 악성 민원인에 의한 공격은 비단 근로복지공단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근로복지공단을 포함해 지방자치단체, 소방본부, 교육청, 경찰청,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다양한 기관이 참여하도록 해 그들이 실제 겪은 사례와 기관별로 마련하고 있는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공무원들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민원처리에서 유발된 정신질환을 이유로 공무상 재해를 신청한 숫자가 1131명에 이른다. 민원을 감당하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의 직원들은 우울증, 공황장애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201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극단적 선택을 한 초중고 교사는 100명에 달한다. 이들은 매일 공포를 매달고 직장으로 걸음을 옮겼을 것이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들도 결국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점을 인식하면 그 현실이 참으로 무겁다.

그동안 공무원에게는 공복(公僕)이라는 역할만 강조되면서 희생을 강조한 측면이 있다. 공직자라는 사명감 때문에, 또 조직에 누가 될까 자신을 누르면서 마음의 병이 자라는 줄도 모르고 헌신해 온 이들이 많다. 공무원이 약 118만 명, 공공기관 임직원이 약 44만 명, 교직원이 약 50만 명 정도로 파악된다. 이만한 수의 국민이 잦은 고통을 호소한다면 나라가 건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공무원이 건강해야 국민에게 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들이 위축되면 책임지지 않는 방식으로 일하려 들게 되고, 결국 그 손해는 국민의 몫이 된다. 악성 민원인 하나를 감당하느라 공무원들이 진을 빼면 그만큼 선량한 시민들에 대한 일 처리는 뒤로 밀리게 된다. 공직자를 국가의 소중한 자원이라고 생각하면 그 비효율적인 활용은 어떻게든 개선할 필요가 있다.

간담회를 통해 확인한 바는 이미 각 기관이 나름의 자구책으로 대응 매뉴얼도 만들고, CCTV 및 비상벨을 설치하며, 나아가 방검복까지 착용하는 예도 있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각 기관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좋은 방안들을 채집하고 아쉬운 부분을 고민해 효율적인 방안을 고안하고자 한다. 물론 기관마다 업무의 내용이 다르고 민원의 성격이 달라 완전히 통일된 대응책을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각 기관에서 쉽게 응용할 수 있을 정도의 권장안은 제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편의만 고민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어 이런 논의가 쉽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논의를 이어가면서도 국민의 권리행사가 쉽게 제한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세심한 배려는 여전히 필요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그동안 국민의 입장에 서서 각 기관의 공무원들을 압박하는데 나름의 악역을 해왔는데, 이번을 계기로 역시 국민인 그 공무원들의 애로점을 잘 살펴보고자 한다. 모쪼록 많은 기관과 국민의 관심을 기대해 본다.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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