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철호 한국지역문화연구원장·문학박사

몇 년 전부터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기 시작하더니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다. 가끔 한 올씩 빠지던 것이 시나브로 양이 늘었다. 은근히 신경 쓰이다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게 되었다. 특히 머리를 감을 때 빠진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보일라치면 머리 감기가 싫어질 지경이었다. 언젠가 일부러 2~3일 머리를 감지 않았던 적이 있다. 그리고 머리를 감았더니 머리카락이 더 많이 빠졌다. 그 이후로는 꼬박꼬박 머리를 감았다.

<한비자> ‘육반(六反)’에 ‘정사(政事)를 하는 것은 마치 머리 감는 것과 같아 비록 머리카락을 잃어버리게 되더라도 반드시 감아야 한다’라는 말이 나온다. 한비자는 정치란, 머리카락이 빠지는 작은 손실에 얽매여서 머리를 감는다는 큰일을 하지 않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고 한 것이다. 머리카락 빠지는 것이 아까워서 머리를 감지 않는다면 머리카락은 더 많이 빠지게 마련이다. 작은 손실에 얽매여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더 큰 손실을 보게 된다는 뜻이다. 약은 입에 쓰고 침은 아프기 마련이다. 쓰다고 해서 약을 먹지 않고 아프다고 해서 침을 맞지 않으면 병은 낫지 않는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일과 같은 것은, 사람이면 누구나 한두 개쯤 지니고 있다. 작은 이익을 잃어버리는 게 아까워서 더 큰 손실을 맞닥뜨리는 것은 우리네 일상에 비일비재하다. 그것은 나의 작은 습관일 수도 있고 인간관계 속에서 누군가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 작은 이익이나 편리함 때문에 끊어야 할 것인데 끊지 못해서, 해야 할 것인데 하지 못해서 끝내는 더 큰 손실을 보거나 해를 당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아가 작은 이익에 얽매여서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에는 이익에 밝은 사람이 많다. 그런데 진실로 이익에 밝은 사람은 많지 않다. 소탐대실의 어리석음을 범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작은 손실이 생길지라도 더 큰 이익을 위해서 과감하게 결단을 내릴 줄 아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고 이익에 밝은 사람이다.

송철호 한국지역문화연구원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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