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

겉이 달라졌다고 해서 속까지 달라진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을 가리켜 ‘양포라는 사람의 집 개’라고 한다. 중국 전국시대의 유명한 사상가 양주(楊朱)에게는 양포(楊布)라는 동생이 있었다. 어느날 양포가 아침에 나갈 때 흰옷을 입고 나갔는데, 돌아올 때는 검정 옷으로 갈아입고 들어왔다. 집에 있는 개가 낯선 사람으로 알고 마구 짖어대자 양포가 화가 나서 개를 때리려 했다.

형 양주가 양포를 타일렀다. “개를 탓하지 마라. 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일 너의 개가 조금 전에 희게 하고 나갔다가 까맣게 해 가지고 들어오면 너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느냐?”

물건을 살 때 겉 포장의 화려함에 속아서 구입했다가 속 내용의 볼품 없음에 후회를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공연이나 전시의 경우에도 홍보의 대단함을 믿고 갔다가 내용의 초라함에 실망한 적도 있을 것이다.

사람을 쓸 때 화려한 경력이나 친화력으로 뽑았다가 낭패를 본 경우도 있다. 실제로 옷차림이나 타고 다니는 차, 과거의 이력으로 나를 평가하는 사람들을 본다. 심지어 내가 지금 교수인지 아닌지를 직접 묻고 그 대답에 따라서 나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는 사람도 보았다. 나는 그대로인데 말이다.

한국 사람들이 겉모습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그것에 따라서 대하는 게 더 심한 것 같다. 명품은 비싸게 팔면 팔수록 더 잘 팔리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부끄러움을 덮어 쓴 것도, 빚을 내어서라도 좋은 차·좋은 집을 가지려는 태도도 모두 한국인의 이러한 성향 때문일 것이다. 젊은이들이 열심히 알바하는 이유가 명품을 사기 위해서라는 말을 들을 때면 가슴이 답답해지기까지 한다. 총선을 얼마 앞둔 때에 정치인들의 실속 없이 겉만 화려한 말에도 속지 말아야 할 것이다.

비록 낡았더라도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것의 가치, 화려함보다 소박한 것의 아름다움, 겉치레보다는 실속을 따지는 현명함, 지금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조상님들의 현명함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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