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

동양 의학사에 있어서 실존했던 의사로 가장 유명한 인물이라면 누가 뭐라 해도 중국 전국시대의 명의 편작(扁鵲)이다. 편작은 환자들을 평등하게 대한 것으로 유명하다. 신분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환자를 가리지 않고 병을 고쳐주었다. 하지만 세도를 믿고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아니꼽게 여겼고, 도의를 저버리고 재물을 탐내고 사람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의 병은 보지 않았다.

위(魏)나라 군주가 편작에게 “당신 3형제는 모두 의술에 뛰어나다는데, 대체 누가 가장 의술이 뛰어나오?”라고 물었다. 편작은 “큰 형이 가장 뛰어나고, 둘째 형이 그 다음이며, 제가 가장 떨어집니다”라고 대답했다. 위나라 왕은 “그렇다면 어째서 당신의 명성이 가장 뛰어나단 말이오?”라고 물었다. 이에 편작은 “큰 형님은 병의 증세가 나타나기 전에 치료합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이에 형님은 병의 원인을 사전에 제거합니다. 그러니 그의 명성이 밖으로 전해질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둘째 형님은 병의 초기 증세를 치료합니다. 사람들은 가볍게 치료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명성이 마을 정도에 머물 뿐입니다. 저는 중병만 주로 치료합니다. 사람들은 제가 맥에다 침을 꽂고 피를 뽑고 피부에 약을 붙이고 수술하는 등 법석을 떨기 때문에 제 의술이 뛰어나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위문왕의 시녀 중에 나이 든 시녀 하나가 한열증에 걸려 곧 죽을 지경이었다. 위문왕이 편작에게 한 번 진찰해달라고 부탁했다. 편작이 보니 나이 지긋한 시녀인데 얼굴이 빨갛게 된 것이 확실히 한열증에 걸린 듯했다. 편작이 진맥하니 신맥(腎脈)에서 병 기운이 느껴졌다. “몇 달 동안 생리가 안 왔느냐?” “3개월째 생리가 없습니다.” 편작은 시녀를 위안하고 나서 뜸을 떴다. 그리고 저녁이 되자 시녀는 생리가 시작됐고 이어 자리에서 일어나 걸을 수 있게 되었다.

편작은 감탄하는 위문왕에게 “저 시녀는 나이도 적지 않아서 곧 꽃이 질 때가 되었습니다. 그녀에게 혼인을 지어 주지 않으면 병이 재발할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편작의 말을 들은 위문왕은 무언가를 깨닫고 부인과 사별한 부하에게 춘화를 주었다.

중국 산둥성 지난 외곽 시골 마을에 작은 무덤 하나가 있다. 편작의 무덤이다. 무덤 속 편작은 지금 우리 사회의 의료 사태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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