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

갑진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연말연시에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이 무수히 오고 갔다. 그런데 복 받으라는 말과 실제로 복을 받는 것은 다르다. 실제로 복을 받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변화가 필요하다. 변화는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로부터 시작되며 자기의 잘못을 찾아서 고치는 데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 속담 중에 ‘잘되면 내 탓, 잘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속담이 있다.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될뿐더러 인간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대표적인 한국인의 의식을 담고 있다.

중국 하나라 우 임금 때, 제후인 유호씨가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왔다. 우임금은 백계에게 명하여 유호씨의 공격을 막게 했는데, 백계가 유호씨에게 참패했다. 백계의 부하들은 다시 한번 싸울 것을 주장했으나, 백계는 나의 덕이 부족하고 지도를 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싸우지 않았다. 그 후 백계는 더욱 분발하여 검소하게 생활하며, 백성을 아끼고 덕이 많은 사람을 우대하며 재능 있는 사람을 널리 기용했다. 이렇게 1년여가 지나고 백계는 마침내 유호씨를 복속시켰다.

이 이야기는 진(秦) 나라 때 여불위가 지은 <여씨춘추>에 나온다. <맹자> ‘이루’ 상편에 행하여도 얻지 못하면 자기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을 것이니, 자기 몸이 바르면 천하가 저절로 자기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고, <논어> ‘위령공’편에서도 군자는 허물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고 소인은 허물을 남에게서 찾는다고 했다.

모든 일의 근원에는 나 자신이 있다. 그러므로 일이 잘못되었다면 그렇게 된 원인이 나에게 있으므로 문제 해결의 답도 나에게서 찾아야 한다. 그런데도 남 탓을 한다면 문제 해결은커녕 문제를 더 키우게 될 것이다. 잘못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그 잘못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고 남 탓을 하지 않는다면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그 잘못으로부터 구제받을 수 있으며, 나아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가 있다.

남 탓을 한다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런 사람이 너무 많다. 새해에는 남 탓하기보다는 잘못된 원인을 나에게서 찾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야 나에게도 복이 오고 남에게도 복을 줄 수 있다.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