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철호 한국지역문화연구원장·문학박사

지난 10월9일은 한글날이다. 한글날 행사가 전국에서 이루어지고, 한글의 우수성을 찬양하고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의 위대함을 칭송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에게 한글이 왜 우수한지, 한글의 독창성은 무엇이고 과학성은 또 무엇인지, 한글의 제자 원리는 어떠한지, 세종대왕이 왜 위대한지를 물으면 답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일상에서 한글이 나라말로서 존중받고 널리 사용되고 있는지 물으면 그렇다고 자신 있게 답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사실 한글의 창제 정신이 자주, 애민, 실용이었다는데, 실제로 그랬는지를 따지면 다소 회의가 든다. 그렇게 위대한 문자를 만들어놓고도 정작 이후 몇백 년 동안 한글은 제대로 사용되지 못했다. 18~19세기에 이르기까지 조선 사회는 문자를 모르는 사람들이 70%가 넘었다. 조선의 식자 계층은 한글을 만들어놓고는 정작 한글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그들의 주류 문자는 조선의 백성들이 사용하기 힘든 중국에서 전해진 한자였다. 그들에게 한글은 무시 대상이었다. 무엇이 자주고 애민이고 실용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울산을 ‘한글도시’라고 이야기한다. 한글 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님이 태어나고 초등학교에 다닌 곳이어서 그렇다. 해마다 한글날이면 울산에는 한글 관련 행사나 최현배 선생을 추모하는 행사가 많다. 한글날 울산에서 이루어지는 행사들은 저마다 나름의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행사 내용은 해마다 비슷하고, 행사가 끝나면 한글과는 아무런 관련 없는 일상으로 돌아간다. 울산이라는 도시의 위상과 최현배 선생의 큰 업적에 많이 미치지 못하는 규모와 내용의 외솔 최현배 선생 기념관처럼 ‘한글도시’ 울산의 현실은 그렇다.

사실 울산 사람 중 상당수는 최현배 선생이 한글을 위해서 무슨 일을 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울산의 거리에서도 진정한 한글도시를 느끼기에는 부족하다. 울산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입으로 칭송하고 그저 행사를 위한 행사를 하면 다인 게 한글날인 것 같다. 공자는 도(道)는 아는 게 아니라 실천이라고 했다. 공자의 손자 자사는 그 실천은 시간과 공간에서 빠짐없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꾸준한 실천은커녕 한글이 왜 우수한지, 세종대왕이 왜 위대한지조차 잘 알지 못하면서 그저 내실 부족한 형식에만 머무르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송철호 한국지역문화연구원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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