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철호 한국지역문화연구원장·문학박사

사람 중에는 나이가 많은 것을 내세우는 사람도 있고, 굳이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 자신의 이해와 관계된다. 누군가를 나이로 누르거나 누군가에게 대접받고 싶으면 나이를 내세운다. 나이나 기수 등의 수직적 질서 체계가 나름 인정받는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반대로 나이 많다는 것이 자기 이미지나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감추거나 굳이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 젊어지고 싶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도 여기에 한몫한다.

노익장이라는 말이 있다. <후한서> ‘마원전’에 나온다. 후한의 광무제가 동정호 일대에서 발생한 이민족의 반란을 진압하러 갔다가 실패하고 그의 군대가 전멸당한 적이 있다. 그때 예순두 살이었던 마원이 광무제에게 자기에게 군대를 달라고 청했다. 광무제는 마원의 나이가 많음을 들어 원정에 무리가 있다고 거절하였다. 그러자 마원은 광무제 앞에서 말 안장을 채우고 노익장을 과시했다. 이를 본 광무제는 웃으면서 허락했고 마원은 원정길에 올랐다. 노익장은 나이가 들었어도 변함없는 젊음의 패기로 굳건함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마원은 나이가 많았음에도 실제로 젊은이 못지않은 힘을 보여주었고 원정을 승리로 이끄는 능력을 발휘했다.

노익장은 생물학적 나이가 아니라 능력이다. 능력은 준비된 사람의 몫이다. 현실에서 나이를 내세우려면 그만큼의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건강한 몸과 좋은 인품을 지니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런데 나이 먹은 사람의 능력, 건강, 좋은 인품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세상에 늦는 것은 없다. 비록 늦더라도 노력은 노력한 만큼 결과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바로 시작하면 지금 시작하지 않는 사람보다는 나아지기 마련이다. 나이를 내세우려면 지금부터 노력해야 한다. 건강을 챙기고, 능력을 기르고, 인품을 가다듬어야 한다. 인품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스스로에게 겸손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 알면 그로서 된다.

송철호 한국지역문화연구원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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