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따놓은 당상’은 큰 착각
여론몰이 현안에만 대응하기 보다
국가전체 통찰 정책 우선순위 제시를

▲ 김두수 서울본부장

2024년 6월27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방송사 메인 스튜디오.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주목하는 대선후보 양자 토론회.

역동적인 붉은색 넥타이를 맨 조 바이든(82) 대통령과 푸른색 넥타이의 도널드 트럼프(79) 전 대통령이 초반부터 상대의 아킬레스건을 공격하며 날 선 신경전을 펼쳤다. 양자 토론에서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은 내내 쉰 목소리로 혼란스러운 표정을 이어간 바이든이었다. 완주 의사를 강하게 시사했던 바이든은 한 달도 채 안 된 시점 대선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바이든의 중도 추락으로 전방위로 대체제를 모색하던 민주당은 여성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를 띄웠다. 70여일 앞으로 바짝 다가온 미국 대선(2024년 11월5일). 트럼프와 해리스는 오차범위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열한 선두 다툼을 펼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는 2027년 3월3일 예고된 대한민국 차기 대선 가도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

22대 국회 원내 거대 양당의 정치적 변곡점인 7·2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선출)과 8·18(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선출)을 거치며 대선 진행형으로 급전환 됐다. 민심·당심 62.8%를 기록한 한동훈과 85.4%를 득표한 이재명을 빼고 얘기할 순 없게 됐다.

양측 극렬 팬덤의 아전인수식 주장과는 달리, 객관적 관측자와 정치 전문가들로서는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정답이다.

미국의 현직 대통령 조 바이든이 차기 대선가도에서 중도 추락한 건 ‘고령’은 문제가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TV토론에서 어눌한 장면만이 이유가 아니었다.

대통령 임기 중 민생정책 실패에 따른 비판 여론이 엎치고 덮친 결과라는 게 현지 유력 언론들의 분석이다. 미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불안함이 결정적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거대 양당 수장인 한동훈·이재명은 미래의 대한민국을 견인할 수 있는 지도자로 대선까지 완주할 수 있을까? 시중에 회자되는 사법 리스크와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얘기를 언급하고 싶진 않다. 정권을 잡겠다는 수권정당은 정책의 우선순위와 실천, 일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아가 여당은 집행과 책임이, 야당은 더 나은 정책 대안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하지만 27년간 국회와 여의도 정치 현장을 출입하며 제정당의 정책 기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필자조차 공감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건 무엇 때문일까. 국가 전체를 통찰하지 못하고 ‘여론에 불타는 현안’에만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묻고 싶은 심정이다. 당 대표로 선출되면 국민과 당원의 기대감이 예상외로 클 수밖에 없다. 당 대표 수락 연설을 보면 한 대표는 ‘민심·유능·외연 확장, 국민이 명령하신 변화’에 방점을,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겨냥, ‘민생·민주주의 퇴행에 결연히 맞설 것’이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당 대표로서 구체적인 사안 모두를 나열할 순 없다는 점도 이해된다. 하지만 임기가 보장된 거대정당 새 성장의 동력을 발판으로 국민의 삶에 희망이 솟구치는 ‘손에 잡히는 정책’의 우선순위와 실천 로드맵은 내놔야 했었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기업 친화·선진화된 노동정책, 집값·부동산, 국가 미래가 걸린 저출산·고령화 대책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과목이다. 여기에 대한민국 산업수도 울산의 거시적 발전방안 역시 우리나라 경제동력의 기반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혹여라도 친정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민생정책엔 아마추어, 권력기생엔 프로급인 ‘아부의 측근들’에 에워싸인 건 아닌지 우려의 시각도 있다. ‘세월아 네월아’ 끌고 가다 보면 대선으로 갈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다면 큰 착각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선 가도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당대표=차기 대선후보’라는 방정식은 복잡한 함수관계에서 위기와 동시에 기회의 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대표 2년 임기 중의 평가는 냉정할 수밖에 없다. 상황에 따라선 이재명의 ‘개딸’과 한동훈의 팬덤은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김두수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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